fun fun하게 들이밀기
글을 쓴다고? 하지만, 폼 잡으려고 글을 쓰고 있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은 거다. 가본 적 없는 세상으로부터 초대장 하나를 받았다.
"뻔(fun)한 글쓰기의 세상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선명한 마음이 나를 사로잡았다.
글의 본질은 재미다. 눈물 콧물 흘리게 만드는 것도, 무서워서 이불을 뒤집어쓰는 것도, 배꼽을 어디에 흘렸나 싶을 만큼 웃는 것도 모두 재미다. 잔잔한 감정의 여운을 따라가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자기가 겪은 이야기를 하며 느낀 점을 재미에 푹 빠져 써 내려가면 된다. 이런 재미 속에 의미가 담겨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글은 혼자 쓰는 건 줄 알았다. 사각사각 깎아서 정리한 연필들을 가지런히 꽂아놓고, 책들이 즐비한 서재에서 갓 내린 커피 한잔 올려놓고 책상에 앉으면 글이 저절로 써지는 줄 알았다. 커피가 다 식어가도록 글 한 줄 쓰지 못하고, 연필 끝이 뭉개지도록 힘만 주었지, 아무것도 써지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답은 단순했다. 재미가 없어서였다. 읽어주는 이 하나 없는 글을 쓰는 것도, 괜한 겉멋이 들어 이리저리 고칠 요량만 하고 앉아 있는 것도 말 그대로 재미와는 거리가 멀었다.
책을 사랑하게 된 건, 흰 건 종이요, 까만 건 글씨였건만 그 별거 없어 보이는 책이 보여준 딴 세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읽다 보니 심장이 간질거렸다. 읽었다고 다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가랑비에 젖어 들듯 '쓰고 싶다'는 씨앗을 품은 토양을 만들어주었다. 싹을 틔우고 싶은 마음에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주변에 글과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없었다. 부끄러워서 '나, 글이 쓰고 싶어'라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하지만 나와 같은 마음인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연히 '수필 강좌'를 알게 되었다. 무작정 신청서를 내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교실 문을 들어서려는데 가슴이 콩닥거렸다. 드디어 문을 열고 들어섰다. 3초도 안 되는 시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아, 잘못 왔구나. 얼른 다시 돌아나갈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가방을 들고 있던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아니야. 한 번만 들어보지, 뭐' 하고 어색한 궁둥이를 의자에 들이밀고 앞만 쳐다보고 앉아 있었다. 그렇게 일 년 반이 흘렀다.
지금은 이런 생각이 든다. '그때 돌아서 나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 신박하고 즐거운 세상을 알지 못한 채로 살고 있지 않을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맘 놓고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다. 만나는 순간 목소리가 3옥타브는 올라간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모두가 선생님이라 불리지만, 동시에 이제 막 코 닦는 수건을 매단 학생이기도 하다. 삶의 희로애락을 다 겪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심으로 돌아가는 게 가능한 곳이다. 뻔뻔하게 들이밀기를 잘했다. 이렇게 뻔(fun)한 곳이라면 글쓰기 또한 뻔뻔하게, 아니, funfun하게 잘할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