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모란, 엄마
'꽃자리'라는 단어 하나가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일기장을 뒤적였다. '찌지직'거리며 머릿속에서 작은 불꽃이 튄다. 드디어 찾았다. 저 너머에서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는 기억 한 조각을 꺼내 들었다.
겨울이 오기 전 엄마가 솜이불의 홑청을 시치고 계신다. 실 한 올을 입에 물고 연신 미소를 짓고 계신다.
"봐라, 이쁘지?" 흐드러지게 핀 선홍빛 모란이 한가득 그려진 이불을 쓰다듬으며 엄마가 말한다.
그렇게 엄마가 만들어주신 이부자리 아니, 꽃자리를 덮고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요양원에 꽃이 한창이라고 엄마가 수화기 너머에서 이야기하신다. 오라는 말이구나. 보호사님이 고맙게도 벚나무 아래 벤치에 엄마를 모셔다 놓으셨다. 하얀 꽃잎이 흩날리고 있다.
"봐라, 이쁘지? 오늘이 제일 이쁘네." 또 그러신다. 그날처럼.
엄마의 뽀얀 머리 위로 연분홍 꽃잎이 내려앉는다. 엄마의 하얀 실내화 위로도 떨어진다.
"엄마는 꽃이 그렇게 좋아?"
"좋지, 그럼. 이쁘잖아. 딱 이맘때쯤 죽으면 좋을 텐데.... 꽃상여 탄 거처럼 "
엄마가 그날의 꽃자리를 기억하지 못할까 봐 물어보지 못했다. 그 선명했던 모란을 기억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엄마, 지금이라도 다시 같이 살까?"
"뭐할라고, 여기 밥이 더 맛있는데" 엄마가 희미하게 웃는다. 모란이 웃는다.
아이를 하나 낳을 때마다 엄마의 누운 자리는 붉은 모란이 피었겠지. 그렇게 꽃봉오리 하나씩을 피워냈겠지.
엄마의 마지막 꽃자리가 될지도 모를 그곳에 나의 모란을 남겨두고 차에 올랐다. 앞유리창에도 꽃잎이 한가득이다. 그 망할 놈의 꽃이불을 뒤집어쓰고 한참을 울었다.
아이를 낳을 때마다
엄마의 누운 자리는
붉디붉은 꽃자리가 된다
빨간 꽃봉오리를 안고
젖을 물린다
엄마가
이불 홑청을 시친다
선홍빛 모란이 수 놓인
그 꽃자리를 덮고
아이는 어른이 되었다
엄마
나의 모란
나의 꽃자리
모란이 지려 한다
힘없이 떨어지는 꽃잎들이
마지막 꽃자리를 수놓는다
나의 모란이
웅크리고 작아져
다시 봉오리가 되려 한다
모란이
모란을 낳고
후두득
저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