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일기앱에 실망하다

기대했는데...


출처: 앱스토어


'내보내기' 기능이 없다.


그리고 나는 '내보내기' 기능이 없는 일기 앱이나 프로그램은 아예 거들떠보지를 않는다.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일기는 평생 쓰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4, 5년이 아니라 40, 50년을 두고 생각해야한다. 그런데 내보내기 기능이 없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애플이 세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회사라지만 미래에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애플이 사라지면 내 일기를 손수 하루하루 복사붙여넣기 해서 옮겨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일기는 이사 가능해야한다. 내보내기 기능은 필수다.


이 간단한 기능을 왜 애플은 넣지 않은 것일까?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락인 Lock-In 효과다. 갈수록 많아지는 일기를 하나하나 옮겨야하는 귀찮음이 나를 이 생태계에 붙잡아두는 것이다. (곧 업데이트 될 수도 있겠지만 정말 내보내기 기능 없이 이대로 남겨둔다면 그런 의도가 아닐까.)


예전에 특정 일기앱으로 몇달간 매일 단위로 일기를 쓴적이 있다. 그러다 다른 일기앱을 써야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내보내기 기능이 없는 것이다. 정말 일자별 일기 하나하나 터치해서 복사붙여넣기를 했는데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바쁜데 언제 그걸 다하는가. 결국 중간에 포기해서 일기를 꽤 날려먹었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 날 몇번이나 다짐하게 만든 사건이다. 내보내기 기능이 없는 일기장은 쓰지 않겠노라고.


[글제목] : (**일기앱)에 기록된 10년이 날아가게 생겼네요.

-댓글 작성자1 :양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안되는거 같습니다. 몇개월단위로 쪼개서 내보내기가 안된다면.. 어려울듯 싶네요. 이래서 중간중간 2차백업을 틈틈히 해줘야 될듯 합니다. 실제 개발회사내에서도 테스트를 저렇게 많은 양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하진 않거든요. 작은 회사일수록 단순히 내보내기가 확장자별로 되냐 안되냐 정도로만 가볍게 테스트 합니다. 서드파티 모바일앱에 많은 양의 데이터를 저장해두진 마세요. 중요한것일수록 말이죠.

-댓글 작성자2 : (그 앱에) 초기에 2년치 날리고 지워버렸습니다. 참 좋은 앱이었는데 지금도 가끔 생각나네요. 부디 복구되길 바랍니다.
-글 작성자 :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이후 디지털에 뭘 기록한다는게 연속성이 있을 것 같지가 않더라고요.


어느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과 댓글들이다. 이 일기앱에는 심지어 내보내기 기능이 있었지만 일기가 너무 많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 같다. 10년치 일기가 없어질 생각을 하니 막 내가 다 마음이 안타깝고 따끔따끔하다. 맞다. 중요한 것일수록 내가 통제가능해야한다.


그러고보니 일기는 결국 문서의 일종 아니던가. 문서 프로그램들이 일기쓰기에 정말 좋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계기도 되었다. 그래서 꽤 오래 문서 프로그램(애플의 Pages)으로 일기를 작성했던 기억이 있다. 파일개별로 비밀번호 잠금도 되고 클라우드 저장소에서 문서를 저장하고 수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보안과 접근성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다 지금은 구글캘린더로 일기를 쓰고 PDF로 내보내기 해서 관리하고 있다. 예전에 문서프로그램에 썼던 일기도 PDF로 쉽게 내보낼 수 있었기 때문에 그것과 합쳐 22년치의 일기를 모두 취합했다. 그래서 5,000쪽이 넘었다. 아주 흡족하다.


여러분 중에 혹 디지털 일기를 쓰고 싶다면 꼭 '내보내기'기능이 있는지를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멋진 일기앱을 만들어주시는 개발자 분들께는 꼭 대용량 내보내기 기능은 필수적으로 갖춰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그러면 내가 쓰던 일기앱이 지루할 때 한번씩 바꿔써볼 수도 있다. PDF 내보내기가 있으면 통합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탈출구를 제거하거나 불편하게 만들어서 사용자를 락인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디자인과 기능으로 사용자를 락인하는 일기앱들이 많아졌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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