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필로 종이에 기록하는 즐거움

기계식 키보드와 만년필의 유사성과 위험성

는 즐만년필로 종이에 기록하는 즐거움과 위험성거움과 위험성


제가 좋아하는 기록도구가 2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만년필이고, 하나는 기계식 키보드입니다. 이 둘은 손끝의 촉감을 공략한 제품이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즉, 만년필을 쓰는 즐거움은 기계식 키보드를 쓰는 즐거움과도 비슷합니다.


기계식 키보드를 써보신 분이라면 청축, 갈축, 백축...등 다양한 촉감과 소리를 가진 '축'들(스위치)이 있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좀 더 비싼 '무접점'이란 것도 있구요. (아직 쓰지 않으시는 분들 기준으론) '놀랍게도', 이런 감각적 경험에 꽤나 많은 사람들이 추가적인 돈을 지불합니다.



이럴 때보면 사람들마다 촉감적 즐거움을 느끼는 정도가 다른 듯 보입니다. 손끝 촉감의 예민도가 사람마다 달라서 일까요?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저는 만년필도 이와 비슷한 이유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청축, 갈축 등 그런 축마다 기계식 키보드의 '손맛'이 다르듯이 만년필도 브랜드 촉마다 다릅니다. 이쪽 세계(?)에선 [부드러움 - 사각거림] 이라는 스펙트럼이 있습니다.


예로 일본의 오래된 만년필 브랜드인 세일러, 파이로트, 플래티넘은 주로 '연필처럼 사각거리는' 촉감을 제대로 구현해냅니다. 파이로트 촉은 좀 딱딱하고 상대적으로 사각거림보다는 볼펜 쓰는 것 같은 느낌이 좀 있는 편이긴 합니다.



반면에 '버터필감'이라고 동호인들이 부르는, 사각거림 보다는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을 내는 고급 촉들도 있습니다. 좋은 촉들은 '소리 반 공기 반' 처럼 '부드러움 반 사각거림 반' 의 아주 오묘한(?) 조화를 냅니다. 이 차이는 촉의 끝 부분(티핑)이 결정합니다. 여기에 촉이 딱딱한가(경성) 폭신폭신한가(연성)에 따라서도 필감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반면 안좋은 촉들도 당연히 존재합니다. 이런 촉들은 [부드러움 - 사걱거림]이라는 스펙트럼 밖에 있으며 주로 '바늘로 종이를 긁는 느낌'이 납니다. 그리고 촉을 타고 흐르는 잉크의 흐름이 끊기거나 너무 많이 흘러내리는 촉들입니다. 과거 대륙의 펜들이 갑자기 잉크를 한방울씩 토해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거기도 브랜드마다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요. 최근엔 상당히 개선된 듯 합니다.



기계식 키보드도 그렇지만, '손맛'을 알고 나면 더 다양한 촉감의 키보드를 시도해보고 싶어집니다. 이 때부터가 브랜드들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하는 시기죠. 이것이 제가 부제에서 언급한 '위험성'입니다. 저 같은 경우엔 기계식 키보드는 축 교환이 가능한 키보드를 쓰면서, 그리고 만년필은 촉을 제가 직접 갈아보면서(?) 극복하고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다행스럽게도(?) 사각거리는 필감을 매우 좋아하는 편입니다. 왜 다행이냐면, 흔한 사포로 어떤 촉이든 사각거리는 촉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3분이면 어떤 펜이든 사각거리는 필감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습니다.


부드러운 필감을 내는 것도 셀프로 가능하긴 합니다. 다만, 제가 직접 본바로는(동호회 정모 등에서 작업 해주신 분이 계셨거든요) 매우 조심스러운 작업이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사포도 네일 사포 같이 아주 부드러운 사포를 써야 합니다. 그러니까 촉을 많이, 조심스럽게 갈아야 하죠.



촉의 유혹을 넘어섰다면 어떤 제품이든 있는 브랜드와 디자인의 유혹입니다. 기계식키보드들도 자꾸 예쁜 키보드들이 나와서 지갑을 털어가려고 호시탐탐 노려봅니다. 키캡의 가격만해도 일반 키보드보다 비싼 경우도 있죠. 비슷하게, 만년필도 디자인과 브랜드가 정말 다양합니다. 지갑을 잘 지키셔야 합니다. (저도 첨에 털렸다가 지금은 가성비 만년필, 정말 좋아하는 만년필만 남기고 중고로 내놓고 있습니다.)


정 버티기 힘들땐...좀 더 저렴한 잉크나 종이, 노트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컬러가 다양해서 정말 좋아하는 디아민 잉크들입니다. 작은 잉크병이 6000원 정도 했던걸로 기억합니다.


다음 글에서 '만년필이 좋아지기 시작한 분들을 위한 권고'라는 제목으로 한번 이 부분을 더 자세히 써보겠습니다. 지갑을 지키면서 즐거운 펜 생활을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길 바라며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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