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몇 년 전 침대 위에서였다.
걷잡을 수 없는 무거운 기운과 우울한 기분이 온몸을 짓눌렀다. 침대 위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았다. 그맘때의 나는 내가 우울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다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상태가 나아지기만을 바랐다.
그리고 오늘, 이곳에 첫 글을 쓰기까지 몇 년이 걸린 셈이다. 해마다 세우는 뻑적지근한 새해 계획이라던가 시도 때도 없이 하는 다이어트 결심하고는 달랐다. 야심 찬 선언이나 묵직한 다짐이기보다는 '일단 하고 보자.'에 가까웠다. 알람 소리에 겨우 오른쪽 발을 이불 밖으로 꺼내듯이, 휘적휘적 걸어가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듯이. 깼으니 살아보자, 살아있으니 일단 살아보자에 가깝다.
최근 몇 년간 쏟아지는 에세이들을 보면서, 나는 어쩐지 '나도 책을 쓸 수 있을 것 같다.'가 아니라 '이 와중에 내가 무슨 얘길 하겠어, 이런 얘길 누가 읽겠어.'-모드가 되어버렸다.
헌데 수많은 에세이들이 새마을운동 같은 으쌰으쌰도, 백만장자 되기 프로젝트도 아닌 고작 소확행이거나 고작 나답게 살기를 말하고 있더라.
고작, 그게 안돼서 고장 난 인생들이었다.
고작, 그걸 위해 나 역시도 안달복달이었다.
그래서 그 틈에 가만히 내 인생을 놓아보기로 했다.
좀 더 잘 살아보기 위한 수많은 몸부림과 아우성 사이에 내 하루를, 내 움직임을 기록하기로 한다.
살아있으니까, 살아보려고.
좀
더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