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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씨 May 18. 2019

스페인 하숙에 없는 한 가지

tvN 예능 <스페인 하숙>, 2019

고창과 만재도를 누비던 그들이 스페인에 하숙집을 열었다. 전생 부부 케미를 보여주는 차승원과 유해진에 체력은 좀 떨어져도 싹싹한 막내 배정남까지. 그들이(+제작진이) 쓸고 닦고 끼니를 준비하는 이곳의 실질적인 주인공들은, 하룻밤 묵어가는 순례자들이었다.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고민과 배낭을 짊어지고 길을 걸었다.


"방 있어요! 밥도 있어요!"

방도 있고 밥도 (맛)있는 스페인 하숙에는 그야말로 남녀노소에 국적을 불문한 손님들이 가득했다. <스페인 하숙>을 삼시세끼의 유럽 시퀄(Seuqual) 쯤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뚝딱뚝딱 요리를 해내는 차승원과 안팎으로 여러 살림을 책임지는 유해진의 조합이지만 이 프로그램의 진가는 순례자들의 식사 후 대화에 있다. 한 순례자는 말한다, 인생은 선물이라고. 흔한 말이지만, 아내를 잃고 본인까지 암에 걸린 사람이 순례길에서 하는 말이라면 그 무게는 다르다. 다른 순례자는 말한다. 빨래만 해도 행복한 나를, 밥 잘 먹고 두발로 걷는 행복을 이 길 위에서 찾았다고. 또 누군가는 이렇게 덧붙인다. 변화를 위해, 돌파구를 위해 또는 일종의 도피로 이 길을 걷고 있다고.


순례길을 걷는 그들도, 그들을 보는 우리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 길 위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다만 1시간짜리 출근길, 30분짜리 산책, 2시간의 러닝머신 위에서는 느낄 수 없던 무언가를 한 달 그리고 1450km의 여로(旅路)에서 천천히 깨닫는 것이다. 정답은 없다는 사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먼 나라 스페인에서 정성스럽고 정갈한 밥상을 놓고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이 프로그램은 넌지시 전한다. 이곳엔 밥도 있고 방도 있지만 정답은 없습니다. 우리는 정답을 찾으러 떠난 이 길 위에서 저마다의 해답을 운 좋게 얻어갈 뿐. 그 해답은 맞고 틀리고의 OX문제가 아니라 '나의 아주 깊은 속마음'에 가까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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