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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씨 May 22. 2019

그래, 인생은 대충대충

책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 김민식> 2019

나의 책꽂이엔 김민식 작가의 <매일 아침 써봤니?>가 꽂혀있다. 분명히 하고 싶은 일인데도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것이 무섭고 어려워질 때면 저 책을 꺼내 들곤 한다. 아주 신박하거나 통쾌한 답변을 찾는다기보다는, 작가의 편한 말투와 '직접적 경험'이 주는 산뜻한 위로 때문이다. 그의 쉬운 단어와 평이한 문장 때문에 가끔은 조용히 책을 읽다가도 '내가 라디오를 듣고 있나?'라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그가 가장 잘한 일, 가장 좋아하는 일로 꼽는 세 가지는 영어공부, 글쓰기 그리고 여행이란다. 아니다 다를까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한강을 뛰었다가, 둘레길을 걸었다가 라오스와 오키나와 미국을 거쳐 제주도와 집 앞 공원까지 '동해 번쩍 서해 번쩍' 급이 아닌 대륙과 대양을 오가는 그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그가 진심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항공권 싸게 예약하는 법이라던가 여행기 재미있게 쓰는 법 따위가 아니다.


그가 인생의 굴곡 사이에서 숱한 여행을 거치며 배운 것은 아주 새로운 것들이 아니다. 다만 여행 중에 좀 더 솔직하고 정확하게 느낀 것이다. 나는 한나절 꼬박 대화를 나눈 듯 책을 읽고, 이런 목소리를 들었다. 인생을 주도적으로 사는 것은 바람직하나, 인생이란 게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다반사다. 그러니 그대, 미래의 행복을 위해 지금을 담보 삼지 말라. 행복의 본질에 대해 따지고 고심하지도 말라. 그저 인생은 대충대충 대신 하루하루는 열심히 알차게 살아라. 그 와중에 자전거도 타고, 가볍게 걷기도 하고 목돈이 생기면(목돈을 만들면) 망설이지 말고 떠나라. 여행의 가르침은 각기 다를지라도 그 여행의 가치는 분명 나의 삶을 지탱한다. 생각보다 깊게, 그리고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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