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사람들 틈에서
강남역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표정을 하고있다. 지하철 안은 숨이 막힐 정도로 빽빽하고, 문이 열릴 때마다 또 다른 사람들이 밀려든다. 한 사람 더 들어올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면, 어김없이 누군가가 몸을 구겨 넣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거리는 더 붐빈다. 회사에서 나온 사람들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몰려가고, 식당 앞에는 대기줄이 생긴다. 한 블록만 걸어도 적어도 서른 개의 음식점과 카페를 지나친다. 이곳에서는 커피 한 잔을 사는 것도, 점심을 해결하는 것도 전쟁이다.
한편, 최근 통계를 보면, 120만 명이 실업자다. 어딘가에서 일할 곳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딘가에서는 매년 취업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매일 봤다. 줄지어 출근하는 사람들을, 그들의 손에 들린 커피를, 점심시간이면 미어터지는 가게들을. 어디에 선가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고, 또 어디에 선가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다. 그리고 여섯 달 후, 나는 그 두 번째 부류에 속해 있었다.
오랜만에 강남역을 지나치며, 나는 매일 같은 얼굴들이 지나가는 것을 봤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표정한 표정은 마치 모든 게 정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출근길의 지하철은 그들에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그들은 각자의 작은 움직이는 기계처럼, 일정에 맞춰 움직인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그들과 같은 삶을 살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처럼, 어느 순간 내 손에 커피 한 잔을 들고, 그들이 지나가는 골목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들이 느끼는 그 분주함과 내가 느끼는 공허함 사이에 어떤 다른 틈이 존재한다. 내가 그들과 같은 반복적인 일상에 갇히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은 어느 순간 내가 제어할 수 없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고 느낀다. 그들처럼 커피 한 잔을 들고, 반복되는 일상의 자리에 앉아, 눈앞에 펼쳐지는 길을 걸어가는 게 나일까?
한순간, 그 모든 일상이 내 삶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그들이 가진 ‘무표정’ 속에서 나는 그 말이 떠오른다.
"돈 주니까 일 다니는 거다."
내가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어쩌면 그게 전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말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다. 그게 정말 다일까?
그저 그렇게 반복되는 시간 속에 나의 삶을 온전히 맡겨야 하는 걸까?
그 말이 지금의 나에게는 이상하게 깊게 파고든다.
이제 나는 출근길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었다. 아침마다 바쁘게 흘러가는 강남역의 풍경 속에서, 유독 한가한 나를 자각하면서.
이 한가함은 내가 원했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원하지 않았지만 주어진 것일까?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은 하루하루 일상을 반복하며 스쳐 지나가는 커피 한 잔, 점심 후의 여유 속에서 끊임없이 내 마음을 괴롭히고 있다.
그들이 반복하는 일상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 속에 녹아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점점 커져간다.
과연 그 길이 내가 그토록 원하던 길일까? 아니면, 다른 길이 존재하는 걸까?
그 답을 찾으려면, 아직 더 걸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