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빈으로 가기 위한 적금
엄마는 클래식을 참 사랑하셨고, 매일 피아노를 치셨고, 음악가들과 지휘자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중에서도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을 가장 좋아하셨다.) 어렸을 때는 엄마가 들려주시는 클래식 이야기를 가끔은 귀찮은 듯 듣는 둥 마는 둥 할 때가 있었지만, 늘 대단하게 생각했다. 덕분에 잘 모르는 클래식 음악을 참 많이도 듣고 자랐다.
성인 됐을 때, 가끔 엄마가 날 보며 "엄마가 사실은 자식 하나를 첼리스트로 키우고 싶었다고" 하셨다. 아쉽게도 엄마는 나 하나만을 외동으로 키우셨고, 다행히? 매일 그렇게 클래식을 접했지만 엄마의 기대만큼(?) 클래식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엄마 덕분에 흑인음악을 초등학교 때부터 듣는 계기가 있었고, 나도 평생 음반을 모으며 듣고 자라고 있다.)
그리고 제주에 내려와서야 음악을 좋아하시는 엄마에게 '오스트리아 빈'으로 여행을 꼭 가자고 했고, 특히 음악가의 생가와 클래식 여행을 다니자고 했다. 그리고는 매월 20만 원씩 여행 적금을 들었다.
코로나 시국에도 그날을 기다리며, 엄마를 만날 때면 적금 만기일은 언제고 금액은 얼마가 모였으니 준비하세요. 말씀드렸었다. 이제는 채워진 적금을 보면 어딘지 마음이 공허하다. 엄마가 떠난 지 한 달이 조금 넘어서 확인한 여행 적금의 만기가 2022년 11월이라고 알려왔다. 확인해보니 5개월이 남았다.
이제는 엄마와 계획한 여행도 함께 가지 못한다. 여행 적금은 만기가 되겠지만 그 5개월을 기다리지 못하셨다. 오늘도 야속한 하루가 지나간다. 결국 오스트리아 빈 여행은 평생 갈 수 없게 됐다. (엄마도 가고 싶어 하셨고, 나도 꼭 가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