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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ny Park Jun 29. 2022

오스트리아 빈에 가기로 했(었)다

엄마와 빈으로 가기 위한 적금

엄마와 오스트리아 빈에 가기로 했(었)다.


엄마는 클래식을 참 사랑하셨고, 매일 피아노를 치셨고, 음악가들과 지휘자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중에서도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레너드 번스타인을 가장 좋아하셨다.) 어렸을 때는 엄마가 들려주시는 클래식 이야기를 가끔은 귀찮은 듯 듣는 둥 마는 둥 할 때가 있었지만, 늘 대단하게 생각했다. 덕분에 잘 모르는 클래식 음악을 참 많이도 듣고 자랐다.


정리하다가 나온 제주에서 못다 푼 엄마의 박스


성인 됐을 때, 가끔 엄마가 날 보며 "엄마가 사실은 자식 하나를 첼리스트로 키우고 싶었다고" 하셨다. 아쉽게도 엄마는 나 하나만을 외동으로 키우셨고, 다행히? 매일 그렇게 클래식을 접했지만 엄마의 기대만큼(?) 클래식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래도 엄마 덕분에 흑인음악을 초등학교 때부터 듣는 계기가 있었고, 나도 평생 음반을 모으며 듣고 자라고 있다.)


그리고 제주에 내려와서야 음악을 좋아하시는 엄마에게 '오스트리아 빈'으로 여행을 꼭 가자고 했고, 특히 음악가의 생가와 클래식 여행을 다니자고 했다. 그리고는 매월 20만 원씩 여행 적금을 들었다. 


엄마와 함께 가기로 했던 오스트리아 빈


코로나 시국에도 그날을 기다리며, 엄마를 만날 때면 적금 만기일은 언제고 금액은 얼마가 모였으니 준비하세요. 말씀드렸었다. 이제는 채워진 적금을 보면 어딘지 마음이 공허하다. 엄마가 떠난 지 한 달이 조금 넘어서 확인한 여행 적금의 만기가 2022년 11월이라고 알려왔다. 확인해보니 5개월이 남았다. 


이제는 엄마와 계획한 여행도 함께 가지 못한다. 여행 적금은 만기가 되겠지만 그 5개월을 기다리지 못하셨다. 오늘도 야속한 하루가 지나간다. 결국 오스트리아 빈 여행은 평생 갈 수 없게 됐다. (엄마도 가고 싶어 하셨고, 나도 꼭 가고 싶었는데.)


엄마와 오스트리아 빈으로 여행 가려고 모은 적금


동생 @아름이에게 받아둔 오스트리아 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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