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함께하는 점핑
희찬이의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축구부 소속인 희찬이의 방학스케줄은 간단하다. 오전 9시30분 부터 12시까지 축구부 훈련을 하고 이후 우리부부가 일하는 매장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 돌이 되기도 전부터 매장을 오픈했기에 아이는 새벽부터 일하는 엄마아빠에게 빨리 퇴근하자고 조르거나 짜증을 내지 않는다. 그저 함께있음을 편안해 하는 아직 순수한 아이다. 학원을 다니지않고 집에서만 공부를했던 희찬이에게 이제는 학원을 다녔으면 좋겠다는 나의 권유와 부탁은 온데간데 없다. 훈련일지 작성과 독서, 수학문제집 풀이만큼은 알아서 해주니 기특하다며 희찬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우리부부 역시 대책없이 해맑기는 마찬가지다.
매장에서 일하는 엄마아빠를 기다리는동안 큐브기록을 줄이기위해 혼신의힘을 다해 초를 재가며 연습을하고 간식을 먹는다. 색종이가 너덜너덜 해질때 까지 종이접기를 하고 또 하며 입은 쉴줄을 모른다. 대화주제를 바꿔가며 조잘거린다. 엄마아빠의 리액션이 줄어들면 흥이 나지 않는지 조용히 책을 읽는다.읽은 책을 몇 번 더 읽고 감상평을 늘어 놓다보면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희찬이의 따뜻한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시간은 희찬이의 온기가 가슴까지 전달되는것 마냥 전율이 흐르고 행복한 발걸음이다. 퇴근후 저녁메뉴를 생각할 틈 도 없이 희찬이의 조잘거림은 계속된다. 쉼 없이고개를 들고 엄마아빠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하는 희찬이가 사랑스러운만큼 내 키와 가까워 지는 것이 아쉽다. 이렇게 손 잡아 주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거란 생각에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아깝고 감사하다.
저녁을 먹이고 보드게임까지 했지만 아이는 몸이 심심하다는표현을 써가며 더 놀고 싶다고한다. 하루종일 놀았지만 더 놀고싶어하는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유용한 방학생활을 찾았다.1년 6개월정도 지속해 오던 홈트레이닝을 대신해 그 시간만큼만 할애가능한 아이와 함께 할수있는 운동을 찾았다.
매장에서 1분거리 점핑센터가 오픈을 하는것이아닌가. 점핑이 성장기 아이들의 키성장에 도움이된다는것은 익히 알고있으니 희찬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운동이다.문제는 나의 몸둥이다. 목 디스크와 어깨회전근개파열로 몇년째 고생중이기에 가능한지의 여부가 가장 중요했다. 이게 무슨일인가.원장님은 무릎연골이 없으시단다.논술학원을 운영하시며 점핑센터를 오픈 하신만큼 점핑의 장점을 오목조목 논리적으로 설명해주셨다. 원장님 역시 목 허리 무릎이 안좋으셔서 시작하셨고 무릎이 아파도 할수있는 유일한 운동이 점핑이라는 말씀에 상담즉시 결제를 했다.
트램폴린 위에서 무릎과 발목에 무리없이 뛰면서 400개 이상 우리의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고 충격변화를 받기때문에 조깅보다 3배더 운동효과가 있다고 한다.유럽에서는 이미 재활프로그램으로 활용되고있으며
딱딱한바닥에서 하는 유산소운동은 나처럼 디스크환자들에게는 금기시되기에 점핑은 내가 원하던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동시에할수있는 운동이다.
이제 막 오픈한 점핑센타이기에 운동하는인원은 나와희찬이 둘뿐이다. 엄마와 아들이 틀린동작을 하고는 까르르 웃어가며 트램폴린에 몸을 맡기고 뛴다. 발바닥으로 트램폴린을 누르며 뛰어야 운동이된다기에 위로 튀어오르지않기위해 열심히 양발은 트램폴린바닥을 누르며 동작을 따라하다보면 속옷까지 땀으로 범벅이된다. 트램폴린 탄성이 이기느냐 내 무게를 지니고있는 발바닥힘이 이기느냐. 트램폴린에게 스트레스를 풀고있는사이 허벅지와 엉덩이근육이 알아서 운동이되니 거울속에 비치는 엄마와아들은 연신 함박웃음을 하고있다.
"엄마 점핑 너무 재미있다 그치?"
"엄마엄마 나 봐봐 이거맞아??"
"엄마엄마 왼쪽부터지? 엄마엄마 나 한발로도 뛸 수 있다"
숨이 차오르는 점핑 중에도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한다. 대신 9시반 만 되면 깊은수면에 빠져주신다.
요즘 하루일과중 점핑을 하는시간이 가장 자유롭다.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그 어떤 구속이나 정해진 틀이 없는기분을 느낀다.동작이 틀려도 민망하지 않고 지적하는 사람 역시 없다. 틀렸다고 주저 할 시간도 없이 다음 동작을 따라 해야 하기에 그저 웃음만 나올뿐이다. 나의 실수가 용서되는 시간이다. 어릴적 방방이에서 뛰어놀던 초등학생 윤은채와 초등학생 희찬이가 뛰는듯한 기분마저 든다.하루종일 머릿속에 떠 다니는 주문.고객.상담.글쓰기.브런치.인스타그램.....그 어떤 생각도 할수가 없는 점핑을 하는 시간이 나의 도피처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점핑을 하며 도파민이 분비되는것을 느낀다. 약물문제로 사회가 시끄러워지면서 도파민자체를 나쁘게 인식하는경우가 많은데 도파민은 잘못이 없다.도파민이 많이 나오는 경우는 즐겁거나 쾌락을 느끼는 순간이다.가느다란 기억 저 편 정신의학 수업에서도 도파민은 분명 우리에게 필요한 물질이며 지금도 우리 몸에서 극소량으로 나온다고 배웠다.그렇기에 반복되는 행동이 점핑이고 그로 인해 도파민이 분비되고 도파민 내성으로 인해 더 강도 높은 운동을 찾게 되어가는 운동중독으로 가는길이라면 얼마든지 도파민중독이 되고싶다.
물론 도파민 과잉은 도파민이 없는것과도 같기에 운동 금단현상이 올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는건 물리적으로 무리이기에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겠다.그냥 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