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동안 지인의 고양이를 맡아주어야 할 일이 생겼다. 직접 동거하기 전까지는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고, 집안에 애완동물을 들여놓는 것은 커다란 책임감이 동반하므로 탐탁지 않다. 애완동물을 실제로 키워본 적이 없고 인터넷을 통해 듣고 보았던 내용이 전부인 나는, 집안에 동물을 들인데도 그다지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느낌은 없었다. 하지만 10살짜리 딸이 애완동물을 키우자는 보챔의 시선을 어디론가 다른 것으로 눈을 돌리고자 머리를 굴릴 때쯤, 지인의 오랜 유럽여행으로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의 거처에 대해 고심할 때, 딸에게 잠깐 동안 키워보겠는지 물었고 딸의 감정의 명료함에 따라 결정된 짧은 기간 동안의 동거는 이제 5일이 지났다.
한 살짜리 러시안블루 달래는 우리 집에 들아와서 이틀 동안 숨어 지냈다. 귀를 바짝 뒤로 젖히고 눈동자는 완전히 동그랗고 몸도 둥글게 말고 겁에 잔뜩 질려있었다. 작은 소리에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달래를 보며 속으로 '이래서 내가 고양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거야. 강아지 같았어봐 진작에 귀여웠을 텐데...' 하며 어떻게 하면 친해질지를 고민했다. 다행히 짜 먹는 간식을 두 번 주었더니 긴장을 풀고 슬슬 밖으로 나오시 시작했다.
이제 같이 산지 5일이 지났고 한 가족처럼 잘 지내고 있지만 여전히 고양이의 생존적 습성을 보면서 다시 한번 탐탁지 안아할 때쯤 문득 나도 고양이와 같은 생존 본능이 있음이 생각났다.
나는 34-57채널이 있고, 이것은 마치 고양이와 같은 본능을 가지고 있다. 소리에 민감하며 고양이가 갑작스럽게 소리에 반응하듯이 매우 빠른 행동을 하게 만든다. 오른쪽 귀가 주변의 소리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열려있어야 생존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어폰을 끼고 길거리를 걷는 것은 불편하게 느껴진다.
내가 이어폰을 선택할 때 귓구멍을 꽉 막는 커널형 타입보다는 주변의 소리가 어느 정도 들어오는 오픈형을 선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음악이 들리지만 주변의 소리도 들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인 것이다.
위험 상황에서의 대처뿐만 아니라 안전과 건강에 대한 것도 있다. 나의 천골의 에너지가 비장의 인식에 힘을 주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사소한 것도 매우 민감하게 작용한다. 비장의 인식은 생각으로는 말할 수 없는 동물적 감각이기 때문에 나는 비장의 인식을 절대적으로 신뢰해야 만 한다. 거리를 걷거나 운전을 하다가 새로운 길을 가더라도 느낌이 이상하면 돌아가거나 빙 둘러가는 나를 보면서, 예전에 나는 '왜 이럴까? 겁이 많은 것 같아' '용기 없는 놈'이라며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임을 알고부터는 전적으로 느낌을 신뢰하고 있다.
고양이의 습성을 보면서 고양이를 통해서 나를 다시 돌아보고 나에게도 고양이와 같은 면이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천골의 에너지가 비장에 힘을 불어넣어 줌으로써 비장 권위의 사람들에 비해서는 비장의 직관이 강하고 조금 오래가긴 하지만 그것도 그리 긴 것은 아니기 때문에 놓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잠깐 왔다가는 비장의 신호를 잘 인식해서 생존과 안전 건강에 대해서는 고양이의 반응과 같이 바로바로 반응해야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작은 존재이지만 고양이를 통해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