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 펜바스 컬처뉴스
2017년 연고전 혹은 고연전을 맞아 재밌는 일이 벌어졌다.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대학교들이자, 유일하게 서로 라이벌 의식을 갖고 있는 두 학교의 학생들이 '랩 배틀'을 펼친 것이다.
먼저 놀라운 것은 랩 배틀에 참여한 학생들의 실력이다. 랩 스킬은 물론 뮤직 비디오, 비트 등 어디 하나 빠짐없이 두 학교는 모두 완성도 높은 음악을 선보였다. 예전 대학교 힙합 동아리에서는 보기 힘든 수준임에는 틀림없었다. 어쩌면 웬만한 쇼미더머니 참가자들은 이들에게 배워야 할 정도로 "한국에 정말 랩 잘하는 사람들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였다.
매우 참신하고 재미있는 일이다. 학생들은 대중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 것 이상으로 자신들만의 학교 문화를 대중적으로 성장시켰다. 따라서 이들의 실력을 평가하거나, 누가 더 잘했느냐를 따지는 것은 사실 무의미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힙합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민망함 또한 존재했다.
만약 비슷한 일이 본토인 미국에서 일어났다가고 가정해보자. 동부를 대표하는 하버드 학생들과 서부를 대표하는 스탠포드 학생들이 랩 배틀을 붙었다면 미국 래퍼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사실 이건 랩 스킬과 관련이 없는 것이다. 그들이 랩을 얼마나 잘했던 그와 무관하게 아마 래퍼들은 조금은 손 발이 오그라드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마침내 쇼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힙합이 정말 대중화됐다. 그래서 이런 재밌는 일도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힙합은 어쩔 수 없이'거리 문화'를 대표하는 음악적 장르이다. 물론 타블로처럼 실제 스탠포드 대학을 나온 래퍼도 존재하지만 타블로가 '거리 문화'에 어울리는 래퍼로 보이지는 않을 뿐더러, 그 역시도 본인을 그런 식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힙합은 기술적으로 뛰어나기 전에 어쩔 수 없이 '거리'라는 원초적이고 강한 모티브가 필요하다.
이번 디스전은 굉장히 재미있는 이벤트였다. 실제로 유튜브에서도 대중들은 폭발적인 관심과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엘리트 학교 학생들이 "너네 학교는 붙어도 안 갔어"와 같은 가사에서는 손과 발이 오그라들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지루한 대한민국의 일상을 즐겁게 해 준 학생들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역시, 힙합은 보다 '날 것'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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