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 불통?!

by 토비

“소통의 기본 값이 뭔지 알아? 소통의 기본 값은 불통이야.”




지금도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전 직장 리더이자 선배가 언제인가 저에게 했던 말입니다.



소통의 기본 값이 '불통'이라니…?
완전히 상반된 뜻을 가진 ‘불통’이라는 단어가 소통의 기본 값이라는 모순적인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자 들어 봐, 소통이라는 행위는 화자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 감정을 자기만의 언어로 청자에게 표현하는 거잖아. 그리고 청자는 본인의 경험과 지식, 감정을 기반으로 화자의 말을 해석하고 피드백을 하지.
이게 소통인데, 소통의 오류가 발생하는 지점은 청자가 해석하는 부분에서 일어나.
화자와 청자의 배경이 같을 수 없거든. 그래서 소통의 기본 값은 불통이야.”



선배 주장의 요지는, ‘우리는 저마다 축적해 온 맥락(Context)이 다양하고 상이하기 때문에 상호 의도를 재확인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선배의 이야기를 이어 나가자면, 소통할 때 화자와 청자 사이에서 오고 가는 메시지의 유형은
맥락의 정도에 따라, 고맥락 메시지와 저맥락 메시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문화인류학자인 에드워드 홀(Edward Hall)은 고맥락-저맥락 소통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고맥락 문화의 소통(HCC Culture: high context communication culture)에서는 메시지를 전달할 때 메시지를 둘러싼 ‘맥락’에 집중


저맥락 문화의 소통(LCC Culture: low context communication culture)에서는 메시지의 직접적인 ‘내용’에 집중


전자는 동양권, 후자는 서양권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사회 문화적 특징이라고 하는데요.


박건영과 안수경(2024)은 동일한 특정 사건에 대한 한국어 기사와 영어 기사를 분석한 결과,
전자의 서술은 감정 표현, 관계 중심적인 반면, 후자는 정보 전달 위주라는 차이가 있다는 점을 구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차이는 비단 문화권을 떠나, 세대 간 소통에도 해당되는 사항이지 않을까 합니다.


틱톡, 쇼츠, 릴스와 같은 숏폼에 익숙하고 SNS의 DM과 같은 단문을 통한 소통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젊은 세대는 짧고 빠르며 직접적인 정보 전달과 같은 저맥락 소통에 익숙한 반면,
기성세대는 상대적으로 고맥락 소통에 익숙합니다.


이런 모습은 다양한 세대가 어우러진 조직에서 그 차이를 더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 때 유행하던 3요(이걸요? 제가요? 왜요?)는 저맥락 소통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배경과 목적, 방법에 대한 명확하고 직접적인 납득이 필요한 젊은 세대에게는 당연한 질문일지 모르지만,
고맥락 소통이 익숙한 기성세대에게 3요는 당황스러운 반응이죠.

l 출처: 캐릭콘 에티켓 뉴스레터 59호




조직에서 우리는 부서, 직무, 직급, 나이와 관계없이 ‘소통’이라는 단어를 유독 많이 사용합니다.
그만큼 ‘소통’은 구성원 누구나 조직 생활을 함에 있어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다만, 상술한 것처럼, 소통은 화자와 청자 간 맥락의 정도에 따라 불통이 발생할 여지가 차고 넘칩니다.
결론은 서두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화자와 청자 간 상호 의도를 재확인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화자는 내가 전달한 말의 의도를 상대가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확인이 필요하고,
청자는 내가 해석한 내용이 화자의 의도와 정확하게 일치하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말'을 통한 직접 소통이 어렵다면, '텍스트'를 사용한 소통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 비난을 하기보다,
각자의 맥락의 정도가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이 진짜 소통의 시작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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