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적 가치에 담긴 보편성과 조직문화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봤을 법한 사진이 있다.
사진 속에는 파란 자켓과 치노팬츠를 멋들어지게 입고 카메라에 집중하고 있는 어느 노신사의 모습이 보인다.
빌 커닝햄이라는 미국의 패션 포토그래퍼인데
그가 입은 파란 자켓은 '프렌치 워크자켓'이라 불리는 헤리티지가 그득한 아우터다.
프렌치 워크자켓은 단어 그대로 과거 프랑스의 노동자들이 입는 옷이었다.
기원에 대한 설은 다양하지만 유력한 설을 풀어보자면 1745년 영국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산업혁명이 도래함에 따라 면직물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대량의 노동자 역시 함께 발생했다.
그리고 이들이 입을 대량의 작업복이라는 개념도 생겨났고 체계화되었다.
이때 등장한 작업복은 질기고 밀도 높은 두꺼운 원단에
연장을 담기 위해 가슴과 허리에 큼지막한 주머니를 단 형태를 띠었다.
아울러 이전까지 귀족의 상징이었던 파란색 염료가 저렴한 합성염료로 개발됨에 따라 유럽 각국으로 퍼졌고
프랑스에서는 이 염료를 사용하여 작업복을 만들었다.
더러운 것들이 묻어도 파란색 작업복은 쉽게 티 나지 않으니 금세 프랑스 현장 노동을 대표하는 옷이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오늘날 패션 아이템으로 사랑받는 프렌치 워크자켓이다.
당시에는 철저히 특정 직종의 필요에서 출발했지만, 단순함과 실용성이라는 본질적 가치는 세월을 거치며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옷으로 확산되었다.
여담으로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파란색 작업복을 입고 일하는 것에서
블루 칼라(Blue Collar)가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1920년대 미국의 노동자들이 데님을 입고 일했다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조직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난다.
작은 집단의 필요에서 태어난 방식이나 제도가 그 안의 보편적 가치를 통해 전사적 문화로 자리 잡는 경우다.
대표적인 사례가 3M의 ‘15% 룰’이다.
20세기 중반, 3M의 일부 연구원들은 주어진 과제만 수행하는 방식으로는 혁신이 나오기 어렵다고 느꼈고
근무 시간 일부를 자율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프로젝트에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 작은 제도는 연구원들에게 자율과 동기를 부여했고
그 결과 포스트잇(Post-it) 같은 혁신 제품이 탄생했다.
처음엔 특정 직군의 필요에서 출발했지만 곧 회사 전체의 제도로 확산되며,
3M을 대표하는 혁신 문화가 되었다.
이 아이디어는 이후 실리콘밸리 전체로 퍼져나갔고,
구글은 이를 차용하여 ‘20% 룰’이라는 이름으로 제도화했다.
3M의 15% 룰과 유사한 방식으로 구성된 이 제도는
엔지니어들이 업무 시간의 5분의 1을 자율 프로젝트에 쓰도록 장려했는데
여기서 탄생한 것이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지메일(Gmail), 구글 뉴스(Google News) 같은 서비스였다.
작은 집단의 필요가 전사적 제도와 글로벌 문화로까지 번져간 것이다.
노동자 집단의 옷에서 우리 모두가 즐겨 입는 옷으로 보편화된 프렌치 워크자켓처럼,
3M과 구글의 해당 제도 역시 특정 집단의 필요에서 출발했지만
그 본질적 가치가 인정되면서 보편적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 사례들이 말해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어떤 필요에 의해 시작된 작은 시도라도 그 안에 담긴 가치가 보편적이라면 조직 전체 문화로 확산된다는 것,
즉, 조직문화는 선언이 아니라 작은 필요에서 출발해 보편성으로 확산되는 경우 비로소 그 진가가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