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를 빌려,
나도 한 번은 말하고 싶다.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그 건물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사실을
내가 몰라서
수십 년을 참고 산 줄 아는 걸까.
알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그럼에도 나는 문제 삼지 않았다.
그 공간에서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했다.
참는 쪽을.
지켜야 하는 쪽을.
모든 법을 지키며 사는 쪽을.
시끄럽게 만들지 않고,
문제를 키우지 않고,
각자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누군가는
자기가 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당한 것이 아니다.
법이 작동한 것이고,
기준이 적용된 것이며,
오래 유예되던 질서가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침묵은 동의가 아니고,
유예는 면죄가 아니다.
나는 누군가를 해치려 한 적이 없다.
다만
어긋난 것을
원래 있어야 할 자리에
다시 놓았을 뿐이다.
이것은 처벌이 아니라
정위다.
금동에서,
나는 그 자리를
천구백칠십구년 이래로
지키고 있을 뿐이다.
떠돌지 않았고,
확장하지도 않았으며,
다만 남아 있었다.
나는 지박령이다.
이곳의 시간에 묶여
자리를 지키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