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미터와 세 번의 계고

기록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

by Peppone



8미터.

80만원.

1차. 다시 1차. 그리고 3차.


나는 숫자들로 이 일을 기억한다.



2025년 2월 3일.

1차 계고장을 받았다.

위반 위치는 ‘금동 225’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내 건물과 맞닿은 도로 지번은 ‘금동 224-17’이다.

금동 225는 천변우로 대로 구간에 해당한다.


행정처분은 위반 장소가 특정되어야 성립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배웠다.

그런데 이 특정은 정정되지 않았다.


집행은 계속 진행되었다.



2025년 3월 20일.

다시 ‘1차’로 표기된 문서를 수령했다.


차수는 이어지지 않았다.

2차는 없었고,

그 다음 문서는 3차였다.


계고는 단계적 절차를 전제로 한다.

단계는 집행의 전제가 된다.


나는 문서들을 나란히 놓고

차수를 읽었다.


1차.

1차.

3차.



2025년 4월 28일.

강제수거가 진행되었다.


그날 나는 자진정비를 하고 있었다.

정리 중이었다.


그러나 집행은 멈추지 않았다.


다음 날, 수거물 반환을 위해 비용 안내를 받았다.

길이 8미터.

80만원.


정식 고지서는 그로부터 한 달이 넘은 뒤 도착했다.


나는 그 순서를 기억한다.

측정.

금액 안내.

집행.

그리고 고지.



나는 이 일이 위법이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나는 단지 묻는다.


위반 위치는 정확했는가.

계고의 차수는 일관되었는가.

자진정비 중 집행은 비례했는가.

금액 산정은 충분히 설명되었는가.


이 질문들은 감정이 아니라 절차의 문제다.


행정은 강제할 수 있다.

그러나 강제는 절차 위에 세워져야 한다.



나는 이 문서들을 버리지 않는다.

지번을 비교하고, 날짜를 배열하고,

계고의 번호를 나열한다.


기록은 반박이 아니라

정렬이다.


이 글은 항의가 아니다.

단지 순서를 남겨두는 일이다.


8미터.

80만원.

1차. 다시 1차. 그리고 3차.


나는 이 숫자들을 잊지 않기로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정지선 하나로 봉쇄되는 출입구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