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달은 변하지 않았다.
같은 달이고, 같은 위치에 있다.
어릴 때 한국에서 본 달은 늘 작았다.
집과 전봇대와 산에 가려
하늘의 일부로만 존재했다.
스무 살 무렵, 외국에서 본 달이 유난히 크다고 생각했다.
공간이 넓었고, 하늘이 낮았고,
달은 풍경이 아니라 물체처럼 보였다.
그때 나는 달이 달라졌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한국의 도시 한가운데서
그때와 같은 크기의 달을 본다.
지붕 위에 걸리고
구조물 사이에 끼이고
도시의 선들에 의해 잘린 달은
천체라기보다
그 자리에 놓인 둥근 덩어리 같다.
지구가 움직인 것도 아니고
달이 가까워진 것도 아니다.
다만 시야가 열렸고,
가리는 것이 줄었을 뿐이다.
달은 늘 저 자리에 있었고
오늘은 그것이 또렷하게 보였다.
의미는 없다.
징조도 없다.
그냥
똑같은 달을
제대로 본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