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를 만들기 전의 새벽

뜨개질과 도예

by Peppone

새벽에 눈을 떴다.

알람보다 먼저 깨어나는 날은 대개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움직인 날이다.


오늘은 도예 수업이 있는 날이다.

한 학기를 쉬고, 다시 시작하는 학기.

요일도 바뀌고, 시간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오전이었는데

이번 학기부터는 오후다.

시간은 뒤로 밀렸는데

나는 오히려 더 일찍 깨어 있다.


어제 자기 전까지 붙잡고 있던 뜨개질을

다시 꺼냈다.

밤에 멈춘 자리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실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손은 기억을 오래 품는다.

잠보다도 오래.


내 옆에는 작은 강아지가 앉아 있다.

내가 뜨개질을 하는 모습을

유난히 좋아하는 것 같다.

실이 움직일 때마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나를 바라본다.

그 눈에는 질문도 없고

재촉도 없다.

지금 이 시간이 괜찮다는 얼굴이다.


도예를 하러 가는 날이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떠나 있다.

흙의 감촉,

가마의 열,

형태가 무너지기 직전의 순간들.

아직 집에 있으면서도

생각은 이미 다른 공간의 공기를 만지고 있다.


그래서 이런 새벽이 더 또렷하다.

아직 흙을 만지기 전,

아직 무엇도 만들기 전,

아무 역할도 시작되지 않은 시간.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나의 속도.


실 한 코를 넘기며

나는 오늘을 천천히 시작한다.

도예 수업에 가기 전의 나로,

형태를 결정하기 전의 나로.


강아지는 여전히 옆에 앉아 있다.

완성보다 과정을 지켜보는 존재처럼.

나는 그 시선을 느끼며

또 한 코를 뜬다.



아직 아무것도 만들지 않았는데, 이미 곁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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