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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이 아빠 Apr 14. 2017

이상과 현실 사이에 홍콩

홍콩의 새벽 공기는 맑지 않다.

'별들이 소곤 되는 홍콩의 밤거리' 예전에 이런 가요가 있었다. 어른들 세대에서 우리 세대로 전해져 내려왔던 이 노래...가사 표현대로라면 홍콩은 정말 아름다운 밤거리에 우리 마음을 홀릴 듯했다. 난 홍콩을 주로 관광 목적보다는 쇼핑 목적으로 방문을 하곤 했다. 관광이라고 할 만한 것은 즐긴 적은 없었고, 내가 사고자 하는 것만 보고 왔기에 이번 여행은 더욱 특별하게 준비를 했다. 같이 가는 아내는 홍콩에 간다는 생각에 나보다 더 들뜬 것 같았다. 비행기는 오전 시간에 가는 것조차 아깝다는 생각에 무리를 해서 새벽 비행기로 예약을 했다. 오후 11: 40 출발하는 케세이 퍼시픽 항공 비행기는 기다리는 우리에게 지루함을 선물했다. 피곤함은 덤이었다. 아내는 이런 나를 탓했다. 왜 이런 시간대 비행기를 예약을 했냐고, 짜증을 부렸다. 시간을 절약해 보고자 한 여행은 부부간의 불화로 발전할 뻔했다. 그리고 아내는 의자에 누워 노숙을 하기 시작했다.

여행자의 아내가 다 되었다. 예전에는 불편하다고 아무데서도 자지도 않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알아서 자기 자리를 찾아 눕기 시작한다. 그 모습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인천공항은 잠자기 좋은 공항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어디서나 누울 수 있고, 화장실도 근처에서 이용을 할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비행시간이 다가오자 보딩이 시작되었다.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워서 비행기에 타기 시작했다. 역시, 이 시간에 홍콩에 가는 한국인은 많지 않았다. 대부분이 홍콩 현지인이 많아 보였다. 아무 일 없이 편안하게 가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비행기가 이륙을 하자마자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바로 의자를 뒤로 젖히고 잠을 청했다. 기내식이고 뭐고 그냥 편안히 잠을 자고 싶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땀을 흘리고 잠에 깨었을 때, 스크린을 바라보니 어느새 다 온 듯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착륙한다는 방송이 나왔고, 시계를 보니 현지 시간 새벽 4시였다. 부랴부랴 아내를 깨워 짐을 챙겨 나갔다.


잠이 덜 깬 아내는 투정을 부렸다. 이 시간에 예약을 한 나를 원망했다. 달래 보지만, 쉽게 사그러 들지 않았다. 나름, 홍콩에 장점만을 계속적으로 이야기하며, 화제를 돌려 보지만 기분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다시 한자리를 찾아 서로 마주 보며, 벤치에 누웠다. 첫차 시간은 오전 5:30 애매한 시간이다. 무엇을 할지 어떻게 지낼지 생각을 해보았다. 피곤해서인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잤다가 깨었다가를 반복했다.

시간을 확인하니 매표소 열 시간다. 교통카드를 충전하고 버스를 타고 홍콩 공항을 빠져나갔다.

해뜨기 전이라 아직도 어둠이 채 거치지 않았다. 아내는 창 밖 풍경을 보면서도 시큰둥했다.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있다 보니 어느새 침사추이 시내다. 마지막에 방문했을 때보다 더 매연이 심각한 듯하다. 하늘도 심상치 않다. 예상했던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고, 지친 여행자는 이 날씨와 희뿌연 담배연기, 매캐한 공기로 인해 더 지쳐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비행기를 타고, 눕고, 버스를 탔을 뿐인데 배가 고팠다. 여행자의 배꼽시계는 늘 정확하다. 평소에는 챙겨 먹지 않는 아침 식사도 챙겨 먹고, 때가 되면 배도 고프다. 주기적으로 무언가를 뱃속에 넣어줘야 안심도 된다. 호텔에 큰 캐리어를 맡겨두고, 아침을 먹는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먹을 수 있는 없는 곳도 있을 수 있다. 그곳 맥도널드에서 아침식사를 시작했다. 한국과는 다르게 모닝 세트만 판매를 하고 문을 닫는 특이한 맥도널드였다. 그래도 허기를 채우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무거운 짐을 던져 놓으니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 비록 몸은 지쳤지만 여기는 홍콩이 아니던가?


갈 곳도 정하지 않았다. 기억만을 더듬을 뿐이었다. 어디가 좋았는지,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그 기억만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었다. 아내는  지쳤고,  나도 기억은 가물가물했다. '우리는 쉬어야 돼, 우리는 쉬어야 돼' 하는 유혹만이 있었다. 그 마음의 소리만이 귓가에 맴돌았다.

생각에 깨었을 때 이미 나는 센트럴에 가는 배에 올라타 일렁이는 파도를 느끼며 짧은 배 여행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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