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밤바다는 바람만 불어댔다.
버스커 버스커에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를 흥얼 거린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노래는 알지만 가사는 잘 모르기에 이 부분만을 구간 반복으로 계속적으로 흥얼 거리자 아내는 모르면 그만 부르라고 타박한다. 지난번에 남해를 다녀오고 아쉬움이 남았다. 바다만 보고 온 것 같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에 다시 한번 먼 길을 달려 여수로 가고 있었다. 계획성 없는 여행에 아내는 어느정도 익숙해진 듯 하다. 차는 계속달리고 달렸다. 광양을 지나 순천만 정원이 있는 순천을 지나 여수 입구가 보였다. 그리고 여수 바닷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장시간 운전이 익숙해 지지 않아서인지 몸은 많이 붓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여수를 오면 하고 싶은 것이 난 참 많았다. 바다를 지나는 케이블카부터 오동도 관광 등등 보고 싶고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다.
여수에서의 하루가 낭만적이길 바랬다.
남쪽이라 따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예상은 전혀 맞지 않았다. 바람 불고, 기온이 한층 내려가 있었다.
옷도 얇은 것만 가지고 왔는데, 괜히 준비하지 못한 내 자신을 자책한다. 케이블카로 향하는 동안 남쪽에 바다는 왜이리 아름다운지 감탄사를 절로 내뱉게 되었다. 언덕을 올라 케이블카 정류장에 도착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와있는 듯 했다. 늦게가면 못탈 것 같아 발걸음을 재촉해 본다. 이럴 때는 빛의 속도보다 더빠르게 더 반응을 한다. 오는 내내 바다 전망 케이블카를 상상하며 왔는데, 강풍이 불어 운행을 할 수 없단다.
케이블카 하나만을 생각하며, 먼 곳을 달려왔는데 운행을 안한다고 했다. 실망스러운 내 표정을 바라보던 아내는 옥상 전망대에서 사진이나 찍고 가자고 했다. 이렇게라도 하면 마음이 달래질 듯 싶었다. 날이 맑아 바다나 풍경은 아름다웠다. 다만, 케이블카에서 아래로 바라보는 풍경을 볼 수 없음에 한스러울 뿐이었다.
갈 곳을 잃어버린 듯 차에 가만히 앉아 다음 계획을 생각해 보았다. 아내는 수족관을 가자고 했다. 사실, 물고기를 무서워하는 나인데 수족관이라니...그래도 바다에 왔으니 물고기라도 보고 싶었다. 여수 엑스포 근처에 자리 잡은 수족관에서 정말 희귀한 돌고래 두마리를 보았다. 벨루가라는 하얀색 돌고래였다. 전에 바닷가로 스노클링을 하고 투어를 간 적이 있었다.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하얀색 돌고래를 보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했다. 미신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그 말이 지금은 큰 위안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벨루가는 수영을 하면서 웃는 상을 하고 있었다. 다른 물고기들보다도 더 정감이 갔고 계속 쳐다보게 되었다. 우리에게 행운이 오길 빌면서 말이다. 수족관 내부는 많은 물고기들이 있었고, 전세계에 희귀 물고기들도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바다표범을 유리구 안에서 볼 수 있는 경험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날은 어느새 저물었다. 아직은 초봄이라 그런지 해도 일찍 지는 것 같다. 예약 되어 있는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가만히 누웠다. 남해에서의 하루는 빠르게도 지나가는 것 같다. 도착하고 잠깐 둘러보면 어느새 하루는 이미 지니가고, 저녁이 오니 말이다. 아내와 저녁 식사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차는 두고 가기로 했다. 장시간 운전에 조금 지쳐있었기에 느긋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기로 했다. 아내가 체크해 둔 식당으로 향했다. 인테리어도 허름한 동네 식당이어서 믿음이 갔다. 나는 오히려 깔끔한 내부보다는 허름한 듯 한 곳이 정감도 가고 믿음이 갔다. 전골을 주문하니 낙지 한마리를 통으로 넣어 주어서 깜짝 놀랬다. 그리고 밑반찬이 많아서 남도 음식의 정수를 느끼고 있었다. 입이 짧은 나에게도 간이 센 남도 음식은 밥한공기로는 모자를 정도 였다. 거기에 술을 한잔 걸치니 기분이 좋았다. 아내와의 식사를 맛있게 마친 후 여수 길거리를 잠시 거닐었다. 밤바다라도 볼 까 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고, 추울 것 같아 과감히 포기하고 내일을 기약했다.
여행지에서의 아침은 누가 깨우지 않아도 자동으로 몸이 반응했다. 오랜만에 구들장에서 잠이 드니 서울에서보다 편안한 밤을 보낸 것 같았다. 호텔에서의 간단한 조식을 먹고, 여수 오동도로 향했다. 오전 이른 시간에 방문이라 사람이 많지 않아 편안하게 오동도에서의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아직 동백꽃의 멍울이 필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봄이 오는 걸 시기하는 꽃샘 추위라 그런지 날은 여전히 추웠다. 그래도 바다와 남쪽에 풍경은 서울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주기에는 충분했다.
이제 서울로 가면 다시 이 미세먼지와 씨름 할 생각에 맑은 공기라도 더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