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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이 아빠 Apr 01. 2017

남해 마을 다이어리

남해 그리고 조용한 이 곳

예기치 않은 일들은 종종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다. 비단, 나조차도 그 일을 피할 수는 없었다. 

잘 다니던 회사에서의 해고 통보...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내 눈 앞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회사에 대한 미련을 뒤로 한채 그냥 그 길로 나는 백수 또는 취준생이 되었다. 아내도 비슷한 시기에 회사에서의 무리한 업무로 인하여 퇴직을 한 상태였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미안함 또는 죄스러움이 밀려왔다. 

그 밤, 소주 한병을 사들고 집에 들어가 반주를 하며, 조심스레 아내에게 말을 건넸다. 많이 놀란 듯 잔을 한잔 비운다. 속상한 듯 또 한잔을 비운다. 잘 마시지도 않는 소주를 연거푸 비워내는 아내를 바라보니 무능력함에 바라만 볼 뿐이다.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소주 한병이 금새 비워졌다. 한병을 더 사러 나갈려고 할 때 그녀는 내게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 얼른 취업해서 살 수 밖에...' 짦은 말 한마디에 무거운 분위가 사뭇 가벼워진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 누워서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잘하지도 못하는 술을 마셔서인지 얼굴이 발그레 해졌고, 몸도 많이 후끈해졌다. 이부자리를 차고 일어나 잠시 나갈려고 할 때 쯤 그녀는 기분 전환도 할 겸 바다나 보러가자고 했다. 예상치도 못한 이야기에 알겠다고 대답을 했다. 그리고 이 철없는 사람은 가고자 하는 목적지에 숙소와 거리를 알아본다. 속도 없는 사람...여행 이야기에 분위기가 바뀌는 나라는 존재...그 순간만큼 내 자신이 철없어 보인다. 


목적지는 전날 밤에 알아본 남해였다. 남해 바다가 보이는 경남에 남해. 그녀는 남해라고 하니 통영이나 여수를 생각했나 보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는 다기에 그냥 무턱대고 예약하고, 그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고속도로는 평일이라 그런지 막히지 않아 이동에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거리가 거리이니 만큼 장거리 운전이 걱정 될 뿐이다. 그녀는 운전 내내 무엇을 할 지 알아보고 있었다. 그 곳은 자연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일뿐 명소라고 할 만한 것들은 보이지 않는 듯 했다. 휴게소에 잠시 들러 쉬기도 하고, 주전부리도 즐기고 평소에 즐기지 않았던 여행을 만끽해 본다. 그리고 어느새 남해에 다다르고 있었다. 오전에 일찍 출발한다고 했는데 오후 늦게가 되어서야 도착을 하게 되었다. 여기까지 온 나에게 박수를 보내본다. 

도착을 하면서 바라본 남해 바다는 참 투명했다. 그리고 차도 많지 않아 어촌에 풍경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에 아름다움이었다. 피곤해서일까 잠시 쉬기도 할 겸 리조트라고 명명된 숙소에서 여장을 풀고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했다. 그녀는 다시 한번 명소를 찾아보느라 분주했다. 그리고는 독일 마을을 가보자고 했다. 시계를 바라보니 어느새 저녁해는 지고 있었다. 지금 가면 볼 일이 없어 내일 가보기로 하고 오늘은 조용히 가까운 밤바다를 보자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오면서 저녁거리나 사오자고 이야기를 했다. 아내도 내 상태가 안쓰러운지 그리 하자고 한다. 

밤바다는 고요했다. 파도소리마자 들리지 않을 정도에 잔잔함 그리고 바람 소리가 들렸다. 멍하니 방파제를 바라보니 이 곳은 캄캄한 어촌 마을의 풍경만이 보였다. 한편으로는 을씨년스러운 모습에 서늘하기까지 했다. 이제는 자리를 벗어나 편의점에서 간단히 먹을 것을 사들고 숙소에서 하루를 마무리를 한다. 


이른 아침, 평소보다는 일찍 눈이 떠졌다. 출근을 해야하는 것도 아닌데 눈이 먼저 떠져서 조용히 아내가 깨지 않게 밖으로 나가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며, 공기를 크게 마시었다. 상쾌한 아침 공기가 온 몸에 전해졌다. 아내도 일어난 듯 베란다에서 손짓을 한다. 오늘은 약속했던 독일 마을로 향했다. 

독일 마을. 독일에서 산업역군으로 일하셨던 분들이 돌아와 촌락을 이루었다는 이 곳은 한국이 아니라 독일이었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테마파크로 이루어져있는 느낌이었고, 또한 바다와 어울려 아름답게 마을이 이루어져있었다. 독일 마을이라고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면 정말 독일이라고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이른 시간에 방문이라 그런지 문 연 가게는 많지 않았고, 관광객이 몰리는 시기도 아닌 듯 조용하게 느껴졌다. 

내가 독일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풍경이 독일과 같다면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다.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조용히 서울을 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조용한 남해의 풍경을 바라보니, 우리나라도 참 아름답다. 해외에 어느 바닷가를 가면 늘 쓰는 말이 에머랄드 빛 바다색이라는 말을 많이 쓰곤 한다. 내가 본 남해 바다는 코랄트 블루에 바다였다. 날이 아직은 풀리기 전이라 바닷바람과 사람은 많이 없는 그런 곳이었지만 그 만큼의 고요함과 아름다운 모습은 다시 볼 수 있을까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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