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일기
2024년 7월 7알(일) 흐리고 비
주말이면 왠지 더 피곤한 거 같다. 한 주간 긴장했던 것이 풀어지며 피로가 올라와서일 수도, 아니면 지금 이게 실제 나의 상태일 수도 있겠지. 밥을 먹고 나면 정신이 아득해져 두세 시간은 쓰러져 자야 한다. 요즘 들어 그런 상태가 더 심해지는 거 같기도 하다.
오늘도 역시 점심을 먹고 쏟아지는 피로감에 두 시간을 잤다. 자고 나니 조금은 가벼워진 몸과 맑아진 정신이 느껴졌다. ‘그래, 이게 정상적인 내 컨디션이지.’
보드랍고 시원한 이불을 비비며 더 자고 싶었지만, 글을 정리하자는 목표로 정신을 추슬러 일어나 앉았다. 컴퓨터를 두 시간 반정도 사부작거렸을 뿐인데, 저녁시간이 되었다. 주말은 정말 왜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는지.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저녁이 되어버렸다.
방에서 나와 잠깐 부엌으로 갔는데, 엄마가 노각을 사서 손질하고 계셨다.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노각무침이 오늘 저녁 메뉴였다.
노각무침은 내가 좋아하는 여름 메뉴 중 하나이다. 고춧가루로 양념된 노각을 참기름과 함께 비벼먹으면, 입맛이 없을 때도 밥이 술술 넘어간다.
오늘 하루 한 게 없는 거 같아 허무하다 했는데, 노각을 보니 조금은 위로가 되는 거 같았다.
엄마는 손질하며 나온 노각 안쪽의 부분을 먹어보라 하셨다. 어렸을 때 엄마가 할머니 옆에 앉아, 그게 맛있어 계속 먹었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젓가락으로 집어 먹어봤는데, 역시나 노각 특유의 새큼한 맛이 쨍하게 느껴졌다. 먹을 거 없던 시절, 이런 맛을 느끼는 것도 재미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요즘은 과자 같은 것을 먹거나 먹을 게 많아, 이런 자연 식재료를 간식으로 먹지 않지만, 예전엔 이런 자연식품 속에서 다양한 풍미를 찾고 맛의 경험을 했을 테지. 사라져 가는 우리의 맛. 하지만 기억하면 좋을 소중한 우리의 맛이었다. 하지만 나도 요즘 이것저것 많이 먹었던 터라 두 개 정도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드디어 저녁식사 시간. 양념된 노각무침을 밥과 함께 참기름에 비벼 먹었다. 노각 특유의 향과 시원함, 참기름의 고소함이 나의 여름 한켠을 채워주었다. 정겹고 익숙한 맛, 다른 곳에서는 먹지 못하는 집밥이었다.
엄마는 어떻게 이런 음식을 다 할 줄 아시는지. 어릴 적 시골에서 살아 자연에 가까운 우리 음식을 하는 엄마가 참 신기하다. 그리고 점점 그런 능력이 대단해 보인다. 난 먹을 줄만 알지 할 줄은 모르는데 말이다.
엄마의 음식을 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다시 차올랐다. 나물레시피를 처음으로 하고 싶었는데, 여름레시피도 만들고 싶다.
할 것들이 많다. 시간은 없는 거 같고. 나의 시간을 더 확보하고 싶다는 마음이 또 들은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