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뉴욕에 가본 사람이있거나 혹은 본인이 뉴욕에 가본적이 있다면 한번쯤은 꼭 빨간 사각형의 LOVE 조형물앞에서 사진을 찍어봤을것이다. 이 조형물은 미국의 팝아트 작가로 유명한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인데, 문자를 이용한 상업적인 그래픽 디자인으로 논리적이고 강력한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전달한다.
로버트 인디애나의 작품들은 뉴욕 외에도 필라델피아, 싱가폴, 신주쿠, 타이페이 등에서도 랜드마크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있으며, 심지어 예루살렘에서는 히브리어로 특수 제작된 LOVE조형물이 굳건히 자리를 잡고있다.
이처럼 몇몇 작품들은 미술관을 벗어나 의도되었건 의도되지 않았던간에 특정 장소, 특정 건물을 상징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수행하고있는 경우가 종종있다. 어찌됬든 성공적인 입지를 다진 몇몇의 작품들은 많은 사람들의 통념속에서 그작품을 생각하면 그 장소가 자연스레 떠올릴수있을정도로 훌륭한 입지를 구축했는데, 그렇기에 사람들에게 때로는 포토스팟이 되어주고, 때로는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주면서 도시와 미술작품이 훌륭한 콜라보레이션을 이루어낸다. 도시에는 조경으로써 훌륭한 심미적 장치가 되어주고 도시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며, 도시와 더불어 해당 미술 작가에게도 유명세와 명예를 가져다준다.
시카고의 밀레니엄 파크에는 아니쉬 카푸어의 ‘Cloud gate’가 있다. 생긴것이 꼭 콩모양 같이 생겨서 Bean이라고도 많이 불리는데, 이 작품 또한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의 훌륭한 랜드마크라고 볼수있다. 수직으로 솟아있는 고층 빌딩들 사이에서 유려한 라인을 가진 이 작품이 고고히 자리를 지키고있다. 반짝거리는 실버 메탈 소재의 표면은 푸른하늘과 고층 빌딩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을 담아낸다. 이 작품은 무언가 단순 유명한 미술작품 그 이상의 느낌을 준다. 그냥 원래 이자리의 주인인것만 같은 느낌을 주면서 주변 경관과 훌륭하게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카푸어의 작품을 놓기로한건 누구의 생각인건지 정말 잘한 아이디어라고 말씀드리고싶을 정도.
우리나라도 위에서 말한 미술작품들을 미술관 밖에서도 볼수가있다. 미술관 밖이라고도 말하기 참 뭐하지만, 이태원에 위치한 삼성미술관 리움을 가보면, 입구에 들어가기전 옆 산책로 같은곳에 메탈로 된 ‘구’들을 합쳐놓아 높게 솟아있는 카푸어의 ‘Tall tree’를 볼수가있다. 그리고 그옆에는 마치 하늘을 담는 접시를 연상케하는 오목거울 형태의 ‘The eye’ 또한 함께 볼수가있다. 위에서 언급한 작가들의 작품을 볼수있다는것을 말씀드리고싶었기에 약간의 억지를 부린점 양해를 구하며, 또 하나 말씀드렸던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조형물 또한 한국에서 볼수있게되었다. 바로 대신 파이낸스 금융그룹의 신사옥이 여의도에서 명동으로 이전하면서 소유중이던 LOVE조형물을 사옥의 앞에 배치하기로 결정한것이다. 아직 배치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때문에, 과연 이 작품이 위에 언급 했던 많은 인디애나의 작품들 처럼 랜드마크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수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명동을 지나며 앞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몇번 본적이있는데, 과연 우리나라에서 이 역할을 앞으로 얼마나 훌륭히 수행할지 눈여겨 볼만한것 같다.
늘 하는말이지만, 미술관이 아닌 곳에서 미술을 만나는것은 반갑고 즐겁다. 설치 조형물에 대한것들을 위주로 다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지역과 건물 등에서 미술을 찾아볼수있다. 앞으로도 다양한 작품들을 한국에서 만나봤으면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