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때문인지 이상하게 사과를 먹으면 목구멍이 간질간질하다. 그래서일까 오래전부터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과일로 사과가 자리 잡았다.
우연히 어느 디저트 샵에서 타르트 타탕을 발견하고 오븐으로 구워낸 사과는 과연 무슨 맛을 내뿜을까 궁금해졌다.
Tarte tatin은 프랜치 스타일의 사과파이이다. 특이한 점은 일반적인 타르트 순서와 반대로 만든다는 것이다. 사과를 먼저 팬닝하고 위에 버터반죽을 덮어 조리한다. 오랫동안 고온으로 익히기 때문에 단단하고 아삭한 식감의 사과는 아주 뭉근하게 깊숙이 익고 맛 또한 더욱 달큰하게 변한다.
불에서 1차로 사과를 설탕으로 캐러멜라이즈하고 나서 오븐 베이크 하거나 생과일을 켜켜이 잘라 팬닝 후에 따로 만든 캐러멜을 부어 더 오랫동안 굽기도 한다. 사과 먼저 익히고 나서 반죽을 덮어 다시 굽기에 총 오븐 조리 시간은 1시간을 훌쩍 넘긴다. 반죽은 마치 갈레트 브루통처럼 버터 함량이 높아 고소하고 바삭하다. 극강의 버터향을 풍기는 타르트지와 기분 좋게 뭉개지는 사과조림의 조합은 거부할 도리가 없다. 계피 향까지 살짝 넣으면 가을을 위한 디저트라는 말에 절로 동의하게 된다.
사과를 오븐에서 어느 정도 익히고 나서 한 김 식힌다. 일반 타르트 반죽보다 훨씬 도톰하게 밀어 편 반죽을 팬 모양으로 잘라 사과 조림 위를 덮어 다시 굽는다. 반죽은 사용하기 전까지 냉장보관하여 반죽 속 버터가 녹지 않게 준비한다.
반죽이 완전히 바삭하게 구워지면 오븐에서 꺼내 충분히 식힌다. 팬 째로 조심히 뒤집어 원하는 만큼 조각내어 먹는다. 생크림이나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먹기도 한다.
맛이 없으면 어쩌지와 같은 걱정은 순식간에 하찮아질 정도로 호기심에 맛보았던 타탕은 향신료를 등에 업고 보기 좋게 나를 쓰러뜨렸다. 어쩜 넛맥과 계피 같은 재료는 극소량으로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킬까?
혀와 입천장 사이에 두고 진득하게 음미하면 녹진하게 뭉그러지는 조린 사과는 아주 긴 시간을 품어냈구나 하는 느낌으로 마지막 조용한 발광을 하며 흔적 없이 사라진다. 애매하게 구워 아삭하면서 말캉한 식감을 동시에 느끼는 단계를 넘어 맥없이 허물어지는 과육을 맛볼 수 있다.
타르트 타탕에 감동받는 가장 큰 이유는 조리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작디작은 한 조각을 위해 오븐을 한두 시간 작동시키는 것은 특히 가정집에서 아주 굳게 마음을 먹어야 한다. 그래서 더 귀하다.
완연한 가을인 10월 지금, 곳곳의 파티세리에서 사과 디저트를 선보이고 있다. 문득 올해의 타탕을 찾아야겠다는 결심이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