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고 성장하기 위하여
무언가를 처음 하는 것은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 중 한 가지이다. 다시 말해, 내가 가장 신나고 설레는 순간 중 하나는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할 때다. 이것엔 약간의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가미되어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도파민 때문인지 뭔가 신나기 시작한다. 여행은 이를 가장 높은 효율로 나에게 그런 행복감을 선사해 주는 방법이다. 이것이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그리고 어떤 새로움이란 가본 곳보다는 안 가본 곳이, 국내보다는 해외가 당연히 그에 대한 체감이 더 높다. 국내 여행은 그 지역의 특색에서 오는 새로움이나 특산품 등이 있을 수 있으나, 결국 익숙한 우리나라다. 그리고 유명한 곳들은 이미 살면서 한 번씩은 가본 곳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움에서 오는 설렘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반면, 해외여행은, 특히 처음 가보는 나라는 아무리 문화가 비슷해도 모든 것이 도전이고 새로움이다. 그것이 해외여행의 매력인 것 같다.
새로움투성이인 여행에선 항상 돌발변수가 발생한다. 그런 돌발변수가 어떤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며 물론 그중에는 고난도 있다. 그런 고난들을 마주하면 어렸을 땐 짜증을 낼 때가 많았고 지금도 종종 그렇긴 하지만, 이제는 그냥 허허 웃으며 ‘이런 일도 있네.’ 할 때가 더 많아진다. 그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면, 비슷한 일을 겪었을 때 어떤 심적 불안감이 다소 줄어들며, 충격이 큰 것들은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게 된다. 무엇보다, 그런 일들은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되며, 그런 에피소드들은 종종 사고의 폭을 넓혀주기도 한다. 굉장히 좁고 얕으며 딱딱했던 나의 사고가 어릴 때와 비교해서 좀 더 넓어지고 깊어진 것도, 그리고 좀 더 유연해지고 여유로워진 것도 여행에서, 특히 해외 생활을 몇 차례 하면서 성장한 점이 꽤 많다.
특히, 유명한 관광지만 따라다니기보다 이색적인 곳을 가거나, 혼자서 길거리를 배회하며 모험을 하다 보면 처음 보는 광경을 볼 때가 많다. 이럴 때 크고 작은 놀라움을 마주하기도 한다. 하나하나가 긴 에피소드라 몇 가지 생각나는 간단한 상황만 설명하자면, 아마존에 가서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어울렸을 때, 호주의 시골 마을에서 히피들과 잠깐 어울렸을 때, 베를린에서 말로만 듣던 집시들을 보았을 때, 이탈리아 길거리에서 스프레이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보았을 때, 콜롬비아 북부의 한 사막에서 정말 충격적인 생활상을 보았을 때, 파타야를 보고 병든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코펜하겐에서 새해를 맞으며 무분별한 불꽃놀이로 길거리가 불타는 걸 봤을 때, 이집트에서 남을 속이는 것이 몸에 밴 사람들을 봤을 때, 상파울루의 위험이 도사리는 거리를 거닐 때, 쿠스코에서 전통을 지키며 현대와 공존하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등등 이외에도 매우 많다. 이런 이유로 혼자서 여행을 하다 보면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리고 여행에서 느끼는 점들에 대한 생각을 비롯해 이런저런 생각도 많이 하게 되는데, 내가 사색을 가장 많이 할 때는 아마 글 쓸 때를 제외하면 여행할 때이지 않을까 싶다. 평소에는 아무래도 뭐라도 하고 있는 때가 많다. 책을 읽는다든지, 영화 같은 것들을 본다든지 집안일을 하더라도, 유튜브 같은 것을 틀어놓고 한다든지, 항상 머릿속에서 집중력을 요구하는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반면, 여행할 때의 나는 여행을 즐기는 것 이외의 외부자극을 일부러 차단한다. 스마트폰도 지도를 보거나 사진을 찍거나 통역하는 용도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그럼 나 혼자만의 생각이 많아진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하며 얻는 자극에 두뇌 회전이 활발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마냥 걷다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인생에 중요한 물음에 대한 답도 대부분 여행하다가 나왔던 것 같다. 정말 신기하게도 마냥 수행하듯이 여행지를 걷고 걸으면 문득 답이 떠오를 때가 많으며, 이 생각을 가지고 나중에 글로 정리하면 더욱 선명해진다.
글에 나타나듯이 나는 혼자 여행하면서 많이 걷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는 별도의 주제로 떼어서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간단히 언급하자면 같이 갈 사람을 구하기 힘들거나 조율하기 힘들어서도 있고, 많이 걷는 여행 스타일 때문에, 여행을 유연하게 할 수 있어서, 사색을 많이 할 수 있어서, 나의 배려 성향 때문에, 그리고 그냥 혼자 할 수 있어서 등이다. 국내냐 해외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해외여행은 대부분 혼자 여행이지만 국내는 나이가 차니 제주도에 올레길 걸으러 가는 거 말고는 혼자서는 잘 안 가게 된다.
말은 이렇게 해도 나도 누군가랑 함께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각자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순위를 매겨보자면 애인과 함께하는 여행이 가장 좋고, 그다음이 혼자 여행, 세 번째는 친한 친구와 여행, 네 번째는 가족과의 여행. 이 순서대로 좋은 거 같다. 그리고 누구랑 함께냐에 따라서 나의 여행방식도 완전히 바뀐다. 그리고 누군가와 좋은 순간을 공유하는 것만큼 또 좋은 것은 없다.
그런 면에서 혼자 가고 싶지 않은 나라나 도시들도 몇 개 있어서 나중을 위해 아껴두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혼자서 고생하는 여행지를 위주로 여행하는 중이다. 특히 지금처럼 애인이 없을 때, 고난과 역경이 도사리고 있는 모험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본 국가 수를 올리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지금까지 출장을 제외한 개인적인 여행으로 31개국을 다녀왔고, 12월엔 타지마할을 보러 인도를 간다. 물론 아직 가고 싶은 곳들도 많다. 시간과 자원의 문제로 인해 다 가보려면 몇 년은 걸리겠지만 곧 물에 잠긴다는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도 가보고 싶고, 어렸을 때부터 가보고 싶었던 터키도 가고 싶고 탄자니아, 모로코 등 아프리카의 나라도 가고 싶다. 일단, 내년 봄이나 가을엔 페트라를 보러 요르단에 갈 생각이며, 여름휴가 때는 비행기 표에 따라 키르기스스탄이나 카자흐스탄 같은 중앙아시아 국가 중 한 곳을 가볼 계획이다.
솔직히 동남아도 많이 가보고 싶어서 몇 군데 다녀왔고, 더 여행해 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나는 남미를 배회하고, 강도당할 세컨폰을 가져갈 정도의 깡은 있지만, 그렇다고 납치 감금의 범죄를 감수할 정도로 무모하지는 않다. 관련해서, 나는 원래 '23년도부터 올해까지 매년 캄보디아 여행을 계획했었다. 그런데 다른 업무 때문에 여행 가능 시기나 계획 이슈로 인해서, 다른 여행지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계속 미루고 있었다. 물론 주목적은 앙코르와트를 보고 싶어서였다. 추가로 좋아하던 인디밴드인 델리스파이스의 노래 중에 '시아누크빌'이란 노래 때문에 시아누크빌에 가려고 했었다. 그리고 수도나 가장 중심이 되는 도시는 그래도 들러보는 걸 좋아해서 프놈펜도 가려고 계획 중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알고 보니 시아누크빌과 프놈펜이 범죄의 소굴이었다는데, 만약에 갔으면 큰일 났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그리고 지금은 동남아에 전체적으로 퍼져있다고 하는 데다가, 혼자 걷기 좋아하는 내 여행 스타일 때문에 당분간 동남아는 못 갈 것 같아서 아쉽다
어쨌건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를 다시 정리해 보자면, 새로움에서 얻는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서, 사고의 폭을 넓혀주고 무언가를 배우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되어서, 진정한 사색을 쉽게 할 수 있는 순간이어서. 이 정도인 것 같다. 더 짧게 요약하자면 행복과 성장이겠다.
아무튼, 나중엔 나의 역마살이랑 나의 여행법이라든지, 내가 혼자서 여행을 떠나는 이유와 그 장점이라든지 등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작성하면서 나의 여행 후기들을 하나씩 작성해 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