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뉴델리, 그리고 사기꾼들과의 조우
서론
`25년 12월. 인도를 다녀왔다. 목적은 타지마할을 보는 것. 결과만 말하자면, 추천하며, 가볼 만하다. 나의 수사적 표현 역량의 한계 때문에 더 자세한 표현은 못 하겠지만, 타지마할이 주는 웅장함은 굉장하다. 정말 거대하고 아름답다. 가이드 때문에 더 자세히 보고 오지 못한 게 아쉽다. 인도 여행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집트보다는 여기가 훨씬 나았다. 이집트의 훨씬 순한 맛이라고 할까.
아무튼, 글로 하나씩 정리해 보니 나에겐 나름대로 인상 깊었던 일들이 좀 있던 것 같다. 특히, 우리가, 아니 내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나 차별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하게 된 경험이었는데, 그 점은 마지막 편에서 느낀 점으로 다뤄보겠다.
글은 총 다섯 편이며, 작성은 완료되어 있어 오늘을 시작으로 5일간 매일 한 편씩 올릴 예정이다. 1편은 1~2일 차 뉴델리 여행 / 2편은 3일 차 타지마할 투어와 4일 차 뉴델리 남부 여행 / 3편은 타지마할 투어가이드에게 호구당한 썰 / 4편은 그 밖의 신기한 점과 음식들 / 마지막 에필로그는 인도 여행에서 느낀 점. 이렇게 5편의 글로 나눌 생각이다. 각설하고, 자, 1편부터 인도 썰을 하나씩 풀어보겠다.
1. 1일 차 / 뉴델리 역에 도착하자마자 만난 사기꾼.
출국하기 전, 숙소 주인이 나에게 왓츠앱으로 미리 얘기해 줬다. 가는 길에 사기꾼들이 길이 막혔다고 거짓말한다고. 그리고 나를 다른 호텔이나 다른 장소로 데려가려 한다고. 그런데 그런 일이 나에게 실제로 일어났다. 내가 뉴델리 역에 도착한 것은 밤 11시 50분경으로 기억한다. 공항에서 우버를 탈까도 했지만, 그 우버 기사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사기 친다고 해서 우선 갈 때는 그냥 공항 급행 전철 막차를 타고 왔다. 전철에서 나오고서부터 길을 찾아가야 하는데, 바로 옆에 기차역이 있었다. 그리고 숙소는 그 기차역 철길 위의 가교를 지나가야 했다. 그래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어떤 사람이 작동하지 않는 하행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가다가 갑자기 길을 돌아 뛰어 올라가는 것이다. 여기서 뭔가 수상함을 눈치챘다.
그 가교의 진입로에는 사진과 같이 Delhi Police라고 쓰여있는 바리케이드가 있었는데, 그 뛰어 올라갔던 사람이 경찰 행세를 하면서 여기는 기차역이라서 표 없으면 못 지나간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주저리주저리 하는데, 나도 Police가 적힌 바리케이드 때문에 잠깐 멈칫했다. 근데, 숙소에서 얘기한 것도 떠오르고, 사람 한두 명이 그냥 나오더라. 여행하던 경험치가 있으니 그냥 길이라는 걸 눈치채고, 뭔가 사기 같아서 뭐라는 거야 하면서 그냥 지나갔다. 그러더니 뒤에서 몇 번 뭐라고 소리쳤는데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갔다. 달려와서 잡으려나 했는데, 그런 것도 없었다. ‘이 사기꾼 같으니라고!’ 생각이 들었고, 혼자 가면서 푸하하하 웃어버렸다.
2. 2일 차 / 다소 위험해 보였던 길거리들.
뉴델리에 있는 파하르간즈라는 지역은 뉴델리 여행자들의 성지라고 한다. 숙소 위치로 좋다고 해서 나도 숙소를 그곳에 잡았다. 다소 번잡하고 지저분하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나는 여행 유튜브를 안 보기 때문에 실물을 볼 일이 없었다. 근데 내가 가교를 건너 그 길목에 도착한 건 거의 자정이 다 되어서였다.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고, 가는 길에 릭샤 호객꾼들이 자꾸 나를 불렀다. 거리는 캄캄하고 길바닥에는 쓰레기 천지였다. 다소 위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약 15분 정도 숙소를 찾아서 전투적으로 걸어갔다.
다음 날 아침에도 걸어서 15분 거리의 코노트플레이스라는 곳으로 걸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거기도 식당과 쇼핑할 곳들이 몰려있는 관광 장소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구글 지도가 알려준 대로 길을 갔는데, 거리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정말 길거리에서 생활하며 주무시고 계신 분들도 많으시고 해서 경계를 다소 하면서 갔다. 거기다가 릭샤 기사가 싫다고 하는데 끈질기게 따라오며 자꾸 호객행위를 했다. 잔뜩 경계하며 코노트플레이스에 도착했는데 뭐가 없어 보였다. 근데 갑자기 누가 말을 걸어서 대충 무시하고 도망가려는데 자꾸 말을 걸기 시작했다.
3. 네팔인 행세하는 사기 호객꾼.
갑작스러운 호의는 높은 확률로 사기꾼이다. 내가 여행하면서 배운 진리이다. 그래서 무시하고 가려는데 자꾸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더니 자기는 네팔 사람이고 내일 돌아간다고. 저쪽으로 가면 위험하다면서 스몰 토크를 계속 걸었다. 자기는 돈을 원하지 않고 인도인에게 당할 뻔했다고 했다. 네팔의 가족 얘기까지 꺼내더니, 요즘 크리스마스 시즌이니까 가방 조심하라고 한다. 소매치기들이 많다고. 그러다 나도 경계를 살짝 내렸다. 근데 이 사기꾼 놈들이 흔히 하는 가스라이팅이, 말을 좀 받아주면 You’re so friendly라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쎄 했는데 아무튼, 그렇게 잠깐 같이 걷다가 관광지인 정부 사무소는 저기 있고 관광객 센터 알려줄 테니 거기서 공짜 지도 하나 받아 가라고.
근데 나는 그런 관광지 들어본 적도 없으며, 애초에 그런 관광객 센터는 잘 안 들어간다. 그래서 안 들어간다고 하니까 그 뒤에 있는 무슨 쇼핑센터를 갑자기 홍보하기 시작한다. 가격도 정말 싸고 유명한 곳이며 모든 수익금은 지역사회로 돌아간다고. 근데 내가 가려고 했던 장소가 원래 번화가라고 하니 나는 좀 다른 쇼핑센터를 생각했는데, 무슨 이상한 구석에 있는 지하 쇼핑몰로 이끌었다. 자기는 안 들어갈 거고, 돈을 원하는 게 아니다. 불교 신자라고 하면서 문까지 열어주려고 했는데 내가 쇼핑 관심 없다고 하고 그만 잘랐다.
그러면서 끝까지 착한 척을 하고 싶었는지, 자기는 불교 신자니까 선행하는 거고 너도 언젠가 자기가 한국 가서 마주치면 도와줘 이런 말을 지껄였다. 다시 한번 쇼핑몰에 들어가도록 권하다가 열심히 폰을 하기 시작했고 내가 진짜 쇼핑몰에 안 들어가니 골목으로 쑥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난 길을 돌아 나왔다. 그러다 마지막 날에 파이어 빤을 시도하려 그 장소에 돌아갔는데, 그 인간이 위험하다고 했던 곳이 가장 번화한 곳이었다. 역시 이 자칭 네팔인 사칭자도 사기 호객꾼이었던 것이다.
4. 그래도 인상 깊은 델리 구경.
그래도 이 사람과 헤어지고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체인 음식점이 있어서 인도 음식으로 아점을 때웠다. 식당에 들어갔는데 인터넷이 안 터지는 데다가 와이파이는 없다고 하고, 뭐가 뭔지 몰라서 그냥 점원에게 추천해 달라고 해서 먹었다. 이후 우버로 릭샤를 불러 후마윤 묘지라는 곳을 갔다. 바로 옆에 박물관과 Sunder Nursery라는 공원이 붙어있었는데, 내가 간 곳은 박물관 입구였다. 세 장소의 입장권을 각각 따로 살 수 있다는데, 그냥 다 돌아보려고 패키지로 구매했다. 박물관은 나름 흥미로워 보였으나, 나의 주의는 끌지 못했다.
그리고 나와서 후마윤의 묘지를 구경했는데, 타지마할은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묘지가 아니더라. 그냥 아름다운 건축물 같은데 내부에는 특별한 꾸밈이 없고 보통 관만 덩그러니 있다.
Sunder Nursery 공원은 꽤 넓었는데, 굉장히 평화로워 보였다. 그리고 한 곳에 공작새들이 살고 있었다. 공원 안에도 유적으로 남은 건물들과 건물들의 잔해들이 몇 개 있었는데 대부분 묘지인 것 같았다. 관이 꼭 하나씩 있더라. 나름 흥미로운 장소였다. 여기를 둘러보고 입구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고 다음 목적지를 정했다.
이후, 악셔드햄이라는 힌두교 사원을 방문했다. 이곳에서는 모든 전자기기의 반입이 불가했다. 입구에서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보조배터리, 무선이어폰까지 모든 전자기기를 맡기고 들어갔다. 입장료는 무료. 석조건물인데 모든 곳에 조각이 있다. 태국 파타야에 있는 진리의 성전이라는 목조 건물에 갔을 때 참 감명받았는데, 그것보다 훨씬 더 큰 힌두교식 석조건물 버전인 것 같았다. 사진을 못 남겨서 아쉽긴 하지만 인상 깊은 장소였다. 전자기기 없이 조각들과 건물들을 하나씩 감상할 수 있던 훌륭한 기회였다.
그러고 나서 탈 나지 않고 안전하게 저녁을 먹기 위해 Gemini에게 인도에서 가장 럭셔리한 곳을 알려달라고 했고 그중 하나에 칸 마켓이 있었다. 델리에서 땅값이 제일 높은 곳이란다. 그래서 바로 칸 마켓으로 향했는데……. 이게 럭셔리한 거 맞아?라는 생각이 솔직히 들었다. 당황해서 사진도 못 남겼다. 음 뭐랄까……. 음……. 글쎄……. 명동이나 종로의 뒷골목? 같다고 해야 하나? 형언할 표현이 딱히 없다. 그래도 인도 음식점에서 안전한 식사를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렇게 2일 차가 별 탈 없이 무사히 끝났다. 그때까지는 몰랐지, 다음 날 내 타지마할 가이드가 나를 호구 취급할 줄은.
2편에서는, 3일차 안갯속의 타지마할 여행기와 4일차 뜻밖의 뉴델리 남부 여행기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