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이상의 타지마할과 뜻밖의 꾸뜹 미나르
5. 3일 차 / 아그라까지의 여정
타지마할은 델리에서 차 타고 3시간 반 정도 가야 하는 ‘아그라’라는 도시에 있다. 나는 그곳에 가는 다양한 방법을 찾다가, 개인 기사가 나를 픽업해서 아그라로 데려다주면 거기서 가이드와 합류하는 개인 투어를 예약했다. 타지마할, 베이비 타지마할, 아그라포트 세 곳을 도는 코스였다. 마침 반값 이벤트 같은 것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기차를 타고 간 다음, 아그라에서 우버를 타고 돌아보는 것과 비용이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거기다 5성급 호텔 점심까지 선택할 수 있어서 추가 금액을 내고 예약했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라고, 뭔가 하자가 있을 수 있다고는 짐작했다. 그래도 뭐 그것도 경험이지 하면서 일단 나는 가서 보는 게 중요하니 9월에 일찌감치 비용을 지불하고 신청해 봤다.
투어 전날 오전까지 연락이 없어서 걱정했지만, 확인 메시지를 보내고 난 뒤 오후에 기사의 연락처 등을 전달받았다. 다음날, 아무 탈 없이 새벽 4시에 운전기사가 나를 픽업하러 왔고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도자기 잔에 차이 티도 마셔보는 경험을 해서 좋았다. 근데 가는 길에 진짜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가 짙게 끼기 시작했다. 근데 이 기사님을 비롯한 인도 운전자들이 대단한 게, 이런 안갯속에서도 60km를 밟으면서 질주를 하는 것이다. 심장이 쫄깃하기 시작했다. 근데 짙은 안개 때문인지 옆에 떠오른 태양은 밝게 빛나야 할 즈음인데도 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하늘에 떠 있는 빨간 점. 그런 태양은 신기하면서도 아름다웠다.
6. 타지마할에 대한 감상
정말 웅장하고 아름답다. 사람들이 인도에 대해 선입견이 많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그런 선입견을 감수하면서까지 한 번쯤은 가볼 만하다. (그리고 그 선입견은 다소 과장된 면도 있는 것 같다.) 아무튼, 인도의 남대문 같은 타지마할의 정문을 지나, 사진으로 한 번쯤을 보았을 푸른색 수로가 있는 정원에 진입하게 되면 저 멀리 타지마할이 보인다. 찾아보니 진입하고부터 타지마할까지의 거리가 정확하게 300m라는데, 이미 진입로에서 거대한 흰색 대리석 건물이 주는 인상에 압도되기 시작한다. 물론 나는 진입하자마자 신이 났다. 사진으로만 보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타지마할을 내 눈으로 직접 보다니! 들뜬 마음으로 타지마할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 크기에 한 번 놀라게 되며, 완벽하게 대칭된다는 구조에서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타지마할 주위에 강이 있다는데 오는 길에 안개가 자욱했듯이 타지마할 주변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신기하게도 타지마할과 양옆에 있는 건물은 뚜렷하게 보였다. 양옆에 있는 건물 중 좌측에 있는 것은 금요일마다 현지 이슬람교도 신자들에게만 개방되는 모스크라고 하며, 정확히 대칭을 이루고 있는 우측 건물은 당시 시대에는 게스트하우스였다고 한다. 타지마할은 좌우 앞뒤 어디서 봐도 비슷하게 생겼는데, 이 또한 참 신기했다. 이런 인상 깊고 하얗게 빛나는 아름다운 건물을 서둘러 끝내서 움직여야 한다니 너무 아쉬웠고, 가이드에게 호구를 당해서 내부도 제대로 못 보고 온 것이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나중에 소중한 사람들 중 누가 가고 싶다고 하면 같이 또 와서 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7. 베이비 타지, Yamuna View Point, 그리고 아그라포트
베이비 타지는 타지마할보다 먼저 지어진 작은 버전의 타지마할이라고 한다. 하지만 생긴 것이나 규모나 완전히 다르다. 아마 여기를 먼저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거대한 타지마할에 비해서는 다소 초라하다. 그래서 그런 건지 아니면 가이드의 뻔뻔함 때문에 분노에 차서 그런지, 가이드가 나를 찍어준 사진만 있고 나는 그곳의 사진을 안 찍었다…. 다만, 아그라 곳곳에 원숭이들이 보였는데 그런 원숭이가 이 베이비 타지에서 자고 있었다. 그리고 정원에 구멍이 몇 개 뚫려 있었는데, 거기에서 족제비? 담비? 류의 동물들도 살고 있어서 신기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인도회색몽구스라나.
Yamuna View Point는 타지마할을 강 건너에서 뒷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사진 찍기 좋은 곳이며, 타지마할이 만월에 비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는데 그 모습을 보기 위한 곳이기도 하다고 한다. 그 뒤에 무슨 정원이 있는데 거기는 300루피를 내야 하는 곳이라고 했으며 볼 것도 없다고 해서 안 갔다.
아그라포트는 거대한 성인데, 들어가는 입구를 곡선형으로 해놨다. 그 중세 영화 같은 데서나 보는 그런 성의 구조인 것이다. 내부에 적이 침입하기 쉽지 않게 하기 위한 구조. 성의 75%가 비공개되어 닫혀있다고는 했지만, 내부도 꽤 컸다. 성 내부에 또 모스크 같은 건물도 있고, 정원도 있었다. 그리고 안개가 살짝 걷혀서 저 멀리 타지마할도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이 장소를 끝으로 점심을 먹고 델리로 복귀했다.
8. 4일 차 / 델리 남부
인상 깊었던 델리 남부. 델리 남부에 꾸뜹 미나르(Qutub Minar) 혹은 쿠투브 미나르라는 곳이 있다. 내가 머무는 곳에서 지하철을 타고 약 40분 정도가 걸려서 고민했는데, 가길 매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타지마할 다음으로 이번 인도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다. 약 73m의 높이의 석탑이 있는 장소이고, 그 주변으로 다양한 석조건물 유적들이 남아있다.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양식이 혼합된 석탑이라는데, 거대하면 웅장하고 그러면 압도되는 무언가가 있다.
9. 제복을 입어도 호의는 순수하지 않아요.
여기서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첫 번째는 공원 관리자 중 한 명이다. 관리자 제복을 입고 있는 노인분이었는데, 같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 혼자 탑의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갑자기 사진을 찍어준다며 서보라는 것이다. 거기다가 뷰가 더 좋은 장소가 있으니 여기 와서 사진을 찍으라고. 나는 이걸 이집트에서 본 적이 있다. 이렇게 하고 나서 팁 달라고 하는 거다. 안 주면 성질내고. 그래서 경계를 했으나, 그래도 제복 입은 사람이 그러니까 인류의 호의를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그냥 첫 번째에는 호의인 줄 알았으나, 본인의 구역을 벗어난 것 같다는 판단이 드는 두 번째 장소로 데려가는 것부터 순수한 호의가 아닌 것을 깨달았다. 뭐 그래 혼자 여행하는데 좋은 장소 알려주면서 내 사진도 찍어준다는데 팁 그거 주지 뭐. 생각했다. 나를 네다섯 군데의 장소로 데려가서 나의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기 시작했다. 역시 마지막 장소에서 사진을 다 찍어준 다음에 내 앞에서 계속 손을 비비셨다. 돈을 달라는 것이었다. 주섬주섬, 남아있는 잔돈을 드렸는데, 그게 얼마 안 되어서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셨다. 나는 서둘러 도망쳤다.
10. 이렇게 귀엽게 말하면 기분이 안 나쁘지.
여행을 다니다 보면, 아시아인이라는 것만으로, 혹은 한국인이라는 것만으로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사람마다 수용 가능한 선이 다르겠지만, 음. 나는 상당히 불쾌해하는 편이다. 반대로 보면, 우리나라에서 타 인종의 사람이 보인다고 가서 다짜고짜 사진 찍어달라고 하는 거다. 신기해서 그럴 수는 있다고 이해는 할 수는 있겠지만, 나에겐 꽤 무례하게 들린다. 그리고 나는 같은 사람을 원숭이처럼 쳐다보는 것을 경멸한다. 그게 아마존 등지의 오지의 사람이건 뭐건 어쨌거나 우리는 모두 동등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인종’이나 ‘부족’이기 때문에 사람을 신기한 동물 보듯이 사진 찍기 위해 소비하는 것도, 소비되는 것도 싫어한다. 특히, 이집트를 여행할 때 다짜고짜 다가와서 Selfie, Selfie 이러는 게, 음. 누구는 연예인 같은 기분이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좀 불쾌해서 무시하고 도망가는 편이다.
근데 어떤 꼬맹이 둘이 갑자기 와서, Hello Sir, could you give me five minutes?이라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걸고 있는 목걸이를 보니 학교에서 단체로 소풍 같은 걸 온 것 같았다. 현장체험 같은 거 하면서 인터뷰 요청을 하라고 요청을 받았나? 싶어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리고서는 Where are you from? What do you like about India?, What is your favorite place in India? Do you have a role model? 같은 스몰토크를 시전 했다. 나이를 물어보니 12살 13살이란다. 그렇게 2~3분 정도 얘기하며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자기 친구들 무리를 발견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나한테 사진 찍어달라고 하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 이 모든 것이 빌드 업이었던 것이다. 근데 솔직히 이때는 불쾌하기보다는 귀여웠다. 이 사진 찍어달라는 한마디를 하기 위해 귀여운 꼬맹이들이 공손하게 물어봤다는 것 자체가. 친구들과 우르르르 몰려와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흔쾌히 들어주었다. 근데 이 꼬맹이가 나랑 찍고 난 다음에도 다른 사람들한테 계속 그러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반대로 셀카 같이 찍자고 요청해서 찍고 왔다.
11. 인도문 - India Gate
꾸뜹 미나르에서 나와 칸 마켓과 비교되는 현대식 쇼핑몰에 들렀다. 거기서 배를 든든히 채우고, 기념품 쇼핑을 통해 가방까지 든든히 채운 다음 인디아 게이트로 향했다. 파리의 개선문 같은 인도의 문이다. 인파가 정말 어마어마했으며, 그 인파가 겉보기엔 전부 인도 사람이었다. 기념사진을 찍고 싶어서 적당한 지점에서 기웃거렸는데, 갑자기 또 어떤 인도인이 나한테 자기랑 같이 사진 찍자고 했다. 아까 꼬맹이들 이후로 가드가 내려간 나는, 다른 사람한테 사진 찍어달라고 하기도 뻘쭘한데 그냥 찍어주고 내 독사진을 부탁하고자 하고 찍어달라 했다. 자기는 나랑 사진 여러 장 찍어놓고선, 내 독사진은 딱 한 장 찍고, 포토밤까지 당해서 마음에 썩 들지는 않았지만, 그냥 적당히 편집해서 간직하기로 했다. 인디아 게이트 양쪽에 나 있는 길들에 부스들이 있어서 구경했다. 인도문을 기준으로 오른편에는 다양한 음식 부스들이 있었고, 왼편에는 다양한 상품들이 있었다. 그곳을 구경하다가 조카들에게 선물할만한 인형을 발견해서 샀다. 그리고 우버를 기다리는데, 인도 전통악기 연주가 시작되었다! 오 처음 보는 신기한 악기가 있어서 흥미로웠다.
12. 여행의 마무리.
인도문에서 파이어 빤을 시도하려 코노트플레이스에 갔고, 코노트플레이스에서 숙소로 걸어갔다. 둘째 날에는 낮에 걸었던 길인데, 저녁에 걸으니 더욱 스산했다. 숙소에 무사히 도착해 짐을 내려놓고, 치킨 비리야니를 먹으러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맥주 두 병과 비리야니, 서비스로 나온 마살라 파파덤을 먹고 숙소로 복귀, 그날 저녁 11시 5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샤워를 하고 짐을 싸서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버터치킨과 로컬 생맥주 500ml를 마시고 여행을 마무리했다.
여기까지가 전반적인 나의 여행기이다. 다음 3편에서는 타지마할 투어가이드에게 호구당하고 나서 소심하지만, 확실히 복수한 썰을 작성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