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신선함이 익숙함에 완전히 지배당한

by 감상자

도서 소개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가 간과한 단 하나의 사실, 이 모든 비극은 그로부터 시작되었다'


전 세계 80개국 45개 언어로 출간되어 1억 1천만 부라는 어마어마한 판매고를 올린 작가, 출간 수익을 기준으로 명실공히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범죄소설 작가 데이비드 발다치의 장편소설. 과잉기억증후군을 앓고 있는 경찰이 가족의 죽음을 목도하고 살인자를 추적해나가는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로, "미국 스릴러의 걸작 탄생!"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미국과 영국, 호주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독특한 소재, 그런 소재에도 잠식되지 않는 강렬하고 입체적인 주인공, 냉혹하고 교묘하기 짝이 없는 살인마와의 아슬아슬한 두뇌 싸움 덕분에 이 책은 미국 최대 서평사이트 굿리즈에 4만 건의 리뷰가 올라올 정도로 신드롬적인 인기를 누렸고, 2015년 아마존의 모든 베스트셀러 중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다.


2미터에 달하는 키에 100킬로그램이 한참 넘는 몸무게, 지저분한 행색에 무성한 수염을 하고 좁은 여관방에서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사는 남자 에이머스 데커. 한때는 그에게도 집이 있었고 직업이 있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다. 오랜 잠복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날, 처참히 살해된 가족의 모습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로부터 2년 후, 세바스찬 레오폴드라는 남자가 경찰서에 걸어 들어와 데커가 세븐일레븐에서 자신을 무시했기 때문에 그의 가족을 죽여버렸다고 자백한다. 그러나 데커는 그가 진범일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의 기억에 세바스찬 레오폴드라는 사람은 없고, 데커는 과잉기억증후군, 즉 모든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기 때문인데….


출처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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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익숙한, 충분히 상상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지만 우직하고 정직하게 풀어낸 이야기들이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도서입니다. 당연하지만 그 당연함을 다른 시선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감상

두 눈을 가리고 있는듯한 남성이 무언가를 보지 못한, 혹은 보지 못할 사람처럼 느껴지는 표지는 어딘지 어둡고 음침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분명 모든 것을 기억하지만 두 눈을 가린 상태로, 너무 많은 것을 놓치지는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분위기가 그가 놓쳤을 무엇인가를 찾는 과정에 호기심이 생기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배경이나 능력을 갖고 있는 모습 등은 배제한 채, 특정한 사건을 시작부터 보여줬고, 제대로 숨 쉴 틈도 없이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서서히 보이는 그의 모습은 외형적인 표현보다는 감정에 집중하는 듯했습니다. 어딘지 차갑게 변해버린, 감정들이 조금씩 메말라있는 사람 같았습니다.


다분히 냉소적인 인물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설명은 온전치 않게 보여준 것과 반대로 공간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많은 공을 들인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세부적인 사실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그것들을 책 속에 녹여냅니다.


조금은 과하다, 혹은 너무 상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확실하고 세세한 표현들이 이어졌고, 빈 공간은 색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채워 나갔습니다. 어쩌면 그의 감정을 반영하는 듯한 파란색은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모든 것들이 파란색을 띠고 있고, 조금씩 차이가 있는 다른 파랑들이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아무런 색도 없지만, 그랬기에 표현되는 새하얀 피가, 아무런 색도 갖추지 못한 그 피를 더욱 잔혹하게 느껴지게 했던 어떤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그 때문인지 그의 색상은 어딘지 잔혹함을 갖춘듯했으며, 그의 태도와 어우러졌습니다. 그는 어딘가 퉁명스럽게, 단순하게 그랬다고 표현하며 불친절하고,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그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들은 다소 불편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배경과 인물의 극명한 대조가 만들어낸 이질감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적절하게 완급 조절을 하며,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름 나쁘지 않게 잘 섞인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 묘한 느낌이 독특함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표현들이 지속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은 주인공의 추리나 이야기들을 통해 진행되었고, 다양한 인물들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사건들을 조금씩 추적해 나가게 합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들은 다분히 뻔하기도 했고, 전혀 새롭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습니다. 어딘지 익숙한 내용들의 연속이었고, 충분히 상상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범주의 요소들만 나타날 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우직하고 정직하게 이 요소들을 적극 활용했으며,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어쩌면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문학작품은 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어떤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익숙하다는 느낌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접하는 작품들이 모두 비슷한 이야기, 아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갖는 독창성이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 차이를 저자는 '배경'을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배경 설명이 그림이나 만화, 영화를 보는, 상상하기에 수월한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따금 나오는 놀랍도록 세세한 묘사들은 충분히 그 장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다만, 그런 표현들이 내내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으며, 다분히 1인 위주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한정적인 시선으로만 내용이 전개되습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너무나 익숙한 내용들은 그것들이 등장할 기회를 계속 빼앗았고, 그 매력을 계속해서 감소시켰습니다.


정리하자면, 분명 뻔한 이야기들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배경 설명과 색상, 모양들을 이용함으로써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은 다른 면모를 보이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저자의 시선이 반영된 듯한, 대조적인 표현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인물과 배경의 대조처럼 누군가의 죽음은 한없이 자세하게 묘사되었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저 한 줄로 담아냈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웠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내용 전개가 처음부터 지속되었다면, 어쩌면 더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많이 받았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도서는 시작일 지도 모르고, 이후에는 도서 전체에 산재되어 있는 식상함을 모두 아우르는 신선함이 발휘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신선한 책은 그렇게 탄생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 도서는 아직 그 단계로 가지 못한 것 같지만 말입니다.


아쉬운 점


어디선가 보았을 법한 설정과 내용 전개, 캐릭터 설정들이 등장해서 신선함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다른 표현이 있지만, 빈도가 낮은 편이라 많이 묻히는 느낌이 있습니다.


방대한 분량에 비해, 누락되어 있는 설정들이 많이 등장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 부족한 부분들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과정 속에 있지만, 너무 쉽게 그것들을 채우는 등 부족한 부분이 많이 느껴집니다.


흥미 위주의 내용 전개 때문에 표현이 자극적이며, 깊이감이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이 독서를 하는데 장애가 없고, 쉽게 읽히지만 굳이 넣었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구절이 많았습니다. 과도한 내용 부풀리기 같다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총 평

뻔한듯한 사건과 캐릭터들, 설정들이 계속해서 펼쳐지지만, 드문드문 보이는 독특한 표현과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그 빈도가 너무 낮아 전체 분량 대비 미미합니다. 또한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상상할 수 있는 범주 내의 전개는 쉽사리 미스터리를 해소하며, 특징들의 장점들을 감소시켰습니다.

어쩌면 첫 발을 내디딘 작품일 수 있기 때문에, 이후에는 그 독특한 표현들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더 뻔하고 익숙함으로 무장되어 있어도, 신선한 작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해당 작품은 그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채 그저 그런 양산형 소설로만 머문 것 같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5 구성 6 재미 5 재독성 5 표현력 7 가독성 6 평균 5.6)


입체적이지 못한 캐릭터, 뻔한 내용들이 배경을 독특하게 담아내는 색과 모양 표현과 엉성하게 섞였다.


인상적인 구절


그의 잘못이다. 그의 죄다. 어쩌면 그가 놈들을 가족에게로 인도한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족을 잃고 홀로 남겨진 것이다.
P43



시작부터 무엇인가 쉴 새 없이 몰아치다 천천히 그의 현재 모습을 설명합니다. 어딘지 느렸다가 빨랐다가를 반복하는 이야기 속에서 그의 고통이 온전하게 전해졌습니다. 구체적으로 그가 무엇과 싸우는지도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의 감정은 충실하게 전달됐습니다.


데커는 편두통이 뒷목을 타고 치미는 것을 느꼈다. 어둑한 서커스장에 온 듯 환영이 마구잡이로 아른거렸다. 세 가지 공연이 동시에 펼쳐지는 서커스장. 소름끼치는 형광 파란색이 세포 구석구석에서 스며 나왔다.
P176


그의 정신 상태, 색깔과 숫자로 연관 지어 구분하는 시선이 모두 어우러지면서 절묘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묘한 분위기를 갖는듯한 표현이 어우러지면서 긴장감이 적극적으로 전달됐고, 이후에 전개될 내용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습니다.


그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을 때 그는 무얼 하고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P198


모든 것을 기억하기에 필연적으로 과거의 경험들이 현재의 상황에 불쑥불쑥 난입합니다. 뒤죽박죽 뒤엉키는 시간의 경험이 그를 짓누르는 것처럼 느껴졌으며, 그렇게 고통, 기억, 현재가 어지럽게 뒤엉켜있는 상태로 현재를 살고 있는 그를 보며, 그 뒤엉킴이 조금씩 풀릴 것이라는 사실만 남았습니다.


"되살아날 수가 없죠. 이제껏 한시도 잊은 적이 없거든요. 그럼, 가볼 데가 있어서 이만."
P325


모든 것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 과연 축복일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근시안적으로 판단하면 매력적인 능력으로 이것저것 가능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기억이 온전하게 남아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힐 것입니다. 그래서 축복이자 저주일 것입니다.


보도를 걸어가는데 파란색이 머릿속을 점령하다 못해 온세상을 파랗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태양조차 부풀대로 부풀어 오른 거대한 블루베리로 변해버리더니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P327


색상과 감정은 때론 아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파랑이라는 색상은 우울감을 상징하기도 하며, 메리지 블루라는 표현과 같이 독특함을 말하기도 합니다. 바다나 하늘같이 밝은 느낌도 갖고 있기에 이중적인 색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그가 느꼈을 감정은 긍정적인 방향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3은 진화한 것들이었다. 끄트머리마다 칼이 세 개씩 돋아 있었다. 정말이지 웃음은 조금도 나지 않았다.
P406


숫자의 형태까지 디테일하게 묘사함으로써 더 선명하게 장면들을 떠올릴 수 있게 하였습니다.

어쩌면 저자가 배경과 색상 등 주변을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인 것은 영화처럼 생생한 그림을 선사하고 싶어서 인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영화화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시신은 그의 눈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눈을 돌리는 데 성공한 데커는 방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한 지점에서 시선을 멈췄다.
P783


어떤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가장 인상적인 무엇인가를 먼저 보고, 계속해서 주시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되고, 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분명 남들보다 뛰어난 기억력을 갖고 있었지만, 그도 역시 사람이었기 때문에 남들과 다르지 않게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난 세상이 싫진 않아." 데커가 말했다. "여기서 살아가는 일부 없느니만 못한 인간들이 싫을 뿐이지."
P960


일관되게 세상에 냉소적인 그의 시선이 직접적으로 표현된 것 같습니다. 사실 그와 같은 일을 겪는다면, 그의 이런 태도가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내가, 우리가 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면 그보다 더욱 냉소적일지도 모릅니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도 냉철하고 정확히 현재를 보는 그가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정말 이루어질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소원이 이루어졌다. 마지막 퍼즐 조각이 방금 제자리를 찾아 들어간 것이다.
P1021


어딘지 듬성듬성 빈 구석이 많이 보이던, 허점 많던 이야기는 거의 제자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이야기들은 식상하기도 했지만, 빠른 호흡과 긴박감을 유지하고, 상황이 아닌 현상의, 그것도 주변의 것들을 세심하게 묘사함으로써 현실감을 끌어올렸습니다.


눈은 멍했고 호흡은 잔잔했다. 죽음으로 이행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 두뇌가 나머지 몸에게 이제 다 끝났다고, 곧 모든 것들이 폐쇄될 거라고 통보하는 중이었다.
P1102


그녀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상세하게 담아냄으로써 그가 느끼는 감정을 온전히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사실은 피해를 입은 존재이며, 이용당한 존재인 불쌍한 그녀는 그렇게 천천히 끝나갔고, 그가 느꼈을 안타까움이 이러한 표현을 이끌어 낸 것 같습니다.


클라이드 에버스는 그것을 열자마자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었다고 한다. 잘린 머리가 제 역할을 한 것이다.
P1107


세세하게 죽음이 묘사되었던 그녀와 대조적으로 단순하게 표현된 그의 죽음은 감정이 많이 묻어나는 것 같았습니다. 죽어 마땅하다는 표현을 함부로 할 수는 없지만, 그가 단순하게 말하는 이런 죽음이, 모든 일의 원흉이자 뒤틀린 사상과 시선을 갖고 있던 이 인물의 죽음에 걸맞은 마무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제대로 표현하는 것조차 가치가 없다는 듯한 시선이 담겨있는 듯했습니다.



감상자(鑑賞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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