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리뷰 '연을 쫓는 아이'

새로운 문화권을 바라보며 결국 같음을 인지하는 시간.

by 감상자

도서 소개

미국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의 대표작 『연을 쫓는 아이』가 12년 만에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연을 쫓는 아이』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 아미르와 비극적인 숙명을 지닌 그의 하인 하산의 이야기를 그린 성장소설로, 주인공 아미르가 어린 시절의 과오를 직시하고 속죄하며 치유와 구원에 이르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펼쳐 보인다.


할레드 호세이니는 이 작품에서 복잡다단한 역사를 관통해온 한 소년의 성장기 속에 전쟁, 민족 갈등과 인종청소, 종교 문제 등 미묘하고 다루기 거북한 주제들을 솜씨 좋게 버무려 누구라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한 편의 아름다운 인간 드라마를 창조해냈다.


아프가니스탄의 하늘에 색색의 연이 춤추던 날, 열두 살 소년 아미르의 마음에 죄의식이 자리한다. 자신을 위해 연을 쫓다가 성폭행을 당한 하인 하산을 외면했던 것. 이 일은 아미르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기고 돌이킬 수 없는 죄의식으로 각인되어 생의 전환점을 맞게 한다. 전쟁과 갈등이 날로 격화되는 아프가니스탄을 떠나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 기억에서 해방되지 못하던 아미르는 어느 날 한 통의 전화를 계기로 비로소 지우고 싶던 과거와 마주한다.


출처 : 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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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나의 과거였을, 누군가의 과거였을지도 모르는, 한 번쯤 진실에 눈을 돌린 경험이 있던 이들에게는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이들에게 크게 와닿을 성장소설이자 그들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잔혹성을 품은 일종의 역사 체험과도 같은 작품입니다.


감상

이슬람교 문화권의 나라는 각종 영화와 매체 등을 통해 익숙한 서구권 문화보다 생소합니다. 그 생소함은 해당 문화권뿐 아니라 국가에 대한 얕은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는, 기본적인 지식과 인식 자체가 부족해 해당 도서에 제대로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갖게 하였습니다.


분명 불안감 속에서 시작된 본문은 집을 시작으로 그곳에 포함된 공간, 주변 등을 세심하게 표현했습니다.

그 결과 묘사되는 모든 곳들이 갖고 있는 자체의 아름다움과 공간이 품고 있는 미학적 측면 등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들이 표현하는 모든 것들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공간을 표현함에 있어 문득 내레이션이 포함된 음악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어딘지 치기 어린, 혹은 철없고 못나고 비열했을지 모를 어린 날의 모습을, 그러면서도 순수하고 두려움에 떨었을 그 태도들이 연관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만큼 풍부한 표현들이 담겨있었습니다.


어쩐지 공간은, 장소는 이 소설의 이야기 중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최소한 저자가 그 공간을 그 문화를, 그 나라를 무척이나 그리워하고 애정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우려는 더 짙어졌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배경적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충분히 아름답고 매력적인 곳으로 느껴지던 장소와 문화였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문들을 뒤로 한 채 어느 순간 그들의 공간은 변화했습니다. 단지 시간이 경과하고 계절이 변했을 뿐이었지만 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그들의 체계가, 사상이, 사회적 분위기가 또 다른 환경으로써 변화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같지만 다른 세상에 살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그의 친구가 웃음을 잃게 되었다는 그 '겨울'이 더 차갑고 시리게 다가왔습니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무엇인가 일어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무엇인가가 벌어진다면, 이 아름다운 곳에서 벌어진다면, 더욱 잔혹하게 느껴질 것만 같았습니다.

어쩌면 그가 최대한 감정 없이, 객관적인 시야로 바라보고, 관망하며, 그저 상황을 전달하고자 하는 듯한 방식으로 묘사하는 이유는 아름답지만 잔혹함을 느끼게 하는 극명한 대비를 주기 위함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공간과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환경적 등 상황과 동일시함으로써 탁월하게 감정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자식을 잃은 아버지가 스스로 총구를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기는 행위가 그 갑갑함과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 택한 최선의 선택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느낀 갑갑함은 탱크 안에서 맛보았을 감정이 분명했고, 이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된 그들의 관계가,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애원했을 그 아이가, 모든 것을 짊어지기로 한 자신의 아이를 보며 눈물 흘리고 화냈을 한 아버지가, 형제라고 부르던 존재를 한순간에 잃게 되어 강인한 모습은 더 이상 떠오르지 않게 만들 눈물을 거리낌 없이 흘리는 또 다른 아버지가 느꼈을 감정일 것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이상 그들의 문화권이 특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분명 달랐지만 그들은 지금의 나와, 우리와 닮아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오고, 상황들을 마주해야 합니다. 때로는 그처럼 어렸고 비겁했고, 잔혹하게 행동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결국 고통, 선택에 대한 책임은 모두 본인이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그도 분명 그랬을 것입니다.


아직은 어린 나이였을 때는 그 짐에 억눌리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자신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 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화려하게 펼쳐지는 불꽃 아래에 묘사되는 비극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때 그것들을 잊고 살지, 해소할지의 또 다른 선택에 놓일 뿐입니다. 그는 결국 정신적 성장이,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극적이기도 하면서 덤덤하게 시작됐습니다. 그가 몰랐던 어떤 과거는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그가 용서를 빌고자 했던 이의 태도는 엄청나게 감정을 쏟아낼 것이라는 기대를 무시한 채 잔잔하게 펼쳐졌습니다. 그래서 더 먹먹했습니다.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 나갔고, 결국 도서는 끝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결말이 쉽사리 다가오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좋은 방향으로 흐르다가도 그것을 온몸으로 거부하듯 울부짖음이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결국 모든 것이 잘 풀릴 것 같았습니다. 연을 날리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처럼 말입니다.


그에게 있어 연은, 그리고 이 도서에서 보여주는 연은 여러 가지의 모습을 갖고 우리들을 비추는 거울 같았습니다. 때로는 아버지와의 관계이기도, 이제는 친구라고 부르기도 힘든 우정, 그것을 쫓는 맹목적인 사람들이기도 했으며, 또 어떤 때는 아무런 이유 없이 연을 날리며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 역시 때로는 엉키기도 하며, 내 손에 상처를 낼 것입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그리고 시간과 함께 상처는 아물 것입니다.


그들의 연날리기는 끝내 완전한 결말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연처럼, 떨어진 연을 쫓아 내달리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언젠간 엉킨 실타래를 모두 풀고 완벽하게 날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불안했지만 웃음 지을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


다소 잔혹한 표현과 묘사들이 나타나 독서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내용을 구성하기에 필수적인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충분히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장르적 특성상으로도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힘든 단계일 수 있습니다.


낯 선 문화가 주는 이질감이 과도한 폭력성을 보입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며, 그들과 다르더라도 언젠가는 우리가 겪었을 것이며, 다시 혹은 반드시 겪을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꽤나 많은 분량에서 오는 호흡 조절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구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변화나 성장이 이루어지는 단계가 늦게 나타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고구마 같은 전개'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무척 적절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총 평

생소하다면 생소할 수 있는 문화와 정치적 상황 등이 펼쳐짐에도 온전하게 집중하며, 어느 순간 어렸던 나의 이야기들과 겹쳐지며 몰입도가 올라갑니다. 더 이상 구분할 필요 없는 그의 이야기는 강렬했고, 아팠으며, 잔인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그를 응원하게 됐으며, 그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다가오길 기대하게 됐습니다. 연을 날리기 전, 엉켜있는 실타래를 바라보며, 그것을 잘라내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정성스레 풀어나가며, 손에 피가 흐르는지도 잊은 채 자유로운 하늘을 날 수 있게 하는 그 노력이, 그 연의 모습이 그들과 너무나 닮아, 부럽기도 했지만, 결국 그들은 모두 나이기 때문에 웃음 지을 수 있었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9 구성 7 재미 8 재독성 7 표현력 9 가독성 8 평균 8)


엉켜버린 실타래를 방치하기도 했지만, 결국 차근차근 풀어나가 하늘에 띄우려 하니 흡족스럽다.


인상적인 구절들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눈을 통해서만 마음을 드러낼 수 있었던 알리에게는 그보다 더 맞는 말이 없었다.

P16


눈이란 때론 깊으며, 진하며, 어떨 때는 냉소적이고, 옅은 조롱을 갖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아이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어딘가 잔혹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당연하게 차별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아직 어리다는 것으로 납득이 되지 않을 잔인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1분 중 하나였다. 1초 1초가 무겁게 다가왔다. 초와 초 사이가 영겁으로 느껴졌다. 공기는 무겁고 축축했다. 아니 거의 고체 같았다.

P50


어쩌면 그 길었던 1분이 그의 첫 소설에 흠이 있음을, 허점이 적나라하게 보인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만족스러운 재능이 아니라 외면하는 아버지였을지도 모르며, 그의 재능이 특별하지 않음을 알아서 눈을 돌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아니라면 평소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어둠이 눈에 보였기에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그에게 벗이라며, 브라보라며 칭찬을 하던 모습은 그저 동업자이자 친구의 아들에게 보기 좋은 말을 단순하게 건넨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드디어 나는 내 어머니를 죽인 죄를 용서받게 될지 몰랐다.

P88


그는 질투심에 눈이 멀어있었고, 어딘지 부정적이며 주눅이 들어 있었습니다. 또한 의욕과 자신감이 결여되어 전혀 힘을 내지 못하는, 패배감만이 감도는 듯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이런 태도의 근원은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죄의식인 것 같습니다.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리고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그 이후 그가 그처럼 태연하게 미소 짓는 모습을 본 건 26년 후, 빛바랜 폴라로이드 사진 속에서였다.

P104


헌신적이고 한결같던, 순수하고 열정적이던 그 모습이 오히려 슬픈 감정을 예고했습니다. 긴 시간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지만, 분명 가슴 아픈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그 연을 쫓던 아이가 너무 아프지 않길 바라게 됐고, 그의 힘든 시간들이 잔혹하게 표현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이제 만족하나요? 기분이 좋아졌나요?"
그는 몸을 돌려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나왔다. 나는 무릎을 꿇은 채 오열했다.
"하산, 내가 너를 어떻게 해야 하니? 어떻게 해야 하니?"
눈물이 바닥날 때쯤, 나는 언덕을 터벅터벅 내려왔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서.

P143~144


겁쟁이였던, 비겁했던, 불면증에 잠 못 이루는 그가 오열하자 감정이 요동치다가도, 그의 어떠한 행동도 용서나 동정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그가 느꼈을 고통, 선택에 대한 책임의 무게는 버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더 큰 고통을 겪는 이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고통은 그 자체가 비극이 되었고, 화려하게 펼쳐지는 불꽃 아래에서 더 잔인하고 보였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바바 앞에 섰다. 나는 내가 어떻게, 그리고 언제부터 이러한 고통을 남에게 줄 수 있게 됐는지 알 수 없었다.

P161


그것이 최선이라며 내린 판단은 누구보다 어리석었고, 벌거벗고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는 것 같았습니다. 스스로도 부끄러워했지만, 그런 그를 지켜보는 이들조차 함께 부끄럽다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는 그만큼 잔혹했고, 앞으로 또 다른 거짓말을 이어 나갈 못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내 입장을 고수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바바를 위해 더 이상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 과거에 나는 바바를 기쁘게 하려다가 나 스스로를 파멸시켰었다.

P208


아주 잠깐, 얼마 안 되는 페이지를 지나가며 그가 변한 줄 알았지만 착각이었습니다. 그는 여전히 비겁하고 못난 사람이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죄책감을 다른 이에게 책임 전가했습니다.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사람을 위해 희생한, 그 어렸던 아이가 더 불쌍하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입을 열어 내가 어떻게 하산을 배반하고 거짓말을 하고 그를 쫓아내고 바바와 알리 사이의 40년 우정을 파괴했는지 털어놓을 뻔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소라야가 여러 가지 면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용기는 그중 하나였다.

P255~256


죽음을 눈앞에 둔 아버지를 바라보며, 청혼을 요구하는 그의 태도는 이기적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선물 중 하나였기에 정당함을 갖춘 요구 같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어쩐지 아깝다고 느꼈습니다. 그녀는 그보다 뛰어난 용기를 갖고 있었습니다. 부디 그가 부러움이라는 감정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용기를 갖고 뛰어난 사람이 되기를 바라게 되었습니다.


라힘 한은 전화를 끊기 직전에 말했다.
"오거라. 다시 착해질 수 있는 길이 있어."
막 생각이 난 것처럼 지나가듯 덧붙인 말이었다.
다시 착해질 수 있는 길이 있다니.

P295


자신에게 닥치는 모든 불행의 원인을 과거의 그것에 돌리는 모습 때문인지, 계속 피하고 싶었고 눈을 돌렸던 바보 같고, 후회스러운 선택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그를 봤기 때문인지, 그의 태도는 어딘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산은 너에 관해 많은 걸 물었다. 네가 결혼했는지, 자식은 있는지, 얼마나 키가 컸는지, 아직도 연을 날리고 영화관에 가는지, 행복한지 등등.

P317


그 오랜 시간, 누군가는 자신의 죄책감을 외면하고, 잊고 살기 위해 분투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멋졌던 하산은 달랐습니다. 여전히 걱정했고, 그리워했으며, 궁금해했습니다. 그들에게 행복만이 있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진정할 행복, 그것을 누렸어야 할 사람은, 분명 그래도 될 사람은 그였습니다.


하지만 나는 하산과 알리를 집 밖으로 몰아냈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결과도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지나친 걸까?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바바가 그들까지 데리고 미국으로 갔을지 몰랐다. 어쩌면 하산은 지금쯤 집도 있고 직장도 있고 가족도 있고, 그가 하자라인인지 아닌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나라에서,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자라인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도 알지 못하는 나라에서 잘 살고 있을지 몰랐다.

P344





그저 외면하고 싶은, 회피하고 싶은, 더 이상은 의미가 없는 '만약'이라는 핑계를 그는 이야기할 뿐이었습니다. 선택에 대한 책임은 결국에 뒤따르고 있다는 것을 분명 알았지만,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래서 더 고통스러워했으며, 고통받았으며, 그것을 해소해야 한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내가 어느 지점에서 웃기 시작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웃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웃으니 아팠다. 턱도 아프고 갈비뼈도 아프고 목도 아팠다. 하지만 나는 웃고 또 웃었다.

P441


육체적 고통이 그를 짓눌렀지만, 그가 20여 년간 짊어지던 사실, 죄에 비하면 가벼웠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가 한 행동은 그때의, 과거의 그가 했어야 할 행동이었을 것입니다. 늦었지만 행동함으로, 드디어 그 무겁고 무서운 짐에서 해방을 맛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속죄라는 것을 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렇게 좋은 친구가 아니었단다. 그러나 나는 네 친구가 되고 싶다. 너한테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괜찮겠니? 그래도 되겠니?"

P468


자신의 죄와 감추고 있던 비밀을 털어놓는 그 편지는 무거웠고, 슬펐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이 하지 못했던 모든 것을 그 아이에게 행하고, 말하는 것이 지난날에 대한 후회로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그는 그 어린 날의 자신으로 돌아가서 진실을 털어놓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시작과 끝, 캄야브(행복)와 나캄(불행), 위기 혹은 카타르시스에 상관없이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먼지가 자욱한 코치(유목민)의 마차처럼 인생은 앞으로 느릿느릿 나아간다는 것이다.

P549


고통이 우리를 짓눌러 힘들어도, 행복감에 만족을 느끼고 있더라도 시간은, 삶은 계속됩니다.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고, 회피하려고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는 긴 시간 동안 자신의 죄를 씻어내려 했고, 용서를 구하고자 했습니다. 조금씩이지만 나아갔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어른이 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용서는 그렇게 싹트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는 화려한 깨달음이 아니라 고통이 자기 물건들을 챙기고 짐을 꾸려 한밤중에 예고 없이 빠져나가는 것과 함께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P552


용서는 누군가에게 강요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의도를 했건 아니건, 어떤 뜻을 갖고 있더라도 누군가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가오는, 문득 느껴지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P571


하산이 도련님에게, 자신의 이복형제에게 했던 그 말을 그가 자신의 이복 조카이자 아들에게 함으로써 결국 그는 구원받았고, 용서받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완벽하게 결론지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알 수 있었습니다. 떨어진 연을 쫓아 내달리던 그의 뒷모습을 통해 그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감상자(鑑賞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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