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까운 포장지
평범하지만 당돌한 30대 직장 여성의 일과 사랑을 영화배우 르네 젤위거, 콜린 퍼스, 휴 그랜트의 명연기로 사랑받은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원작소설. 런던에 거주하며 출판사에 다니는 30대 직장 여성 브리짓. 그녀는 순수함과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30대 미혼 여성이다.
독신 생활에 만족하는 한편 결혼에 대한 염원도 강하지만, 완벽한 남성은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법. 담배 끊기, 다이어트, 술 끊기, 옛날 사진을 앨범에 정리하기 등등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지만, 그녀의 일상은 항상 불안과 초조가 뒤따른다. 엉뚱하고 실수투성이에다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건, 그녀 스스로에 대한 약점. 하지만 그렇게 걱정만 하고 있을 브리짓이 아니다.
1년 동안, 다시 불어난 몸무게가 32.6kg. 그래도 그녀는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는다. 혼자 죽어 가게 될까 봐 두려워하는 싱글 친구들과 자신만의 인생을 찾아 나이 예순에 별거에 들어간 잔소리쟁이 엄마, 그리고 그녀를 언제나 전전긍긍하게 만드는 남자들. 하루는 유쾌하고 하루는 상큼발랄하게 펼쳐지는 브리짓의 다이어리는 계속된다.
출처 : 알라딘
누군가 직접 쓴 일기처럼, 다분히 주관적이고 자신만의 문체를 갖춘 듯한 독특함을 갖고 있는 도서입니다. 때로는 남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고,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느낄 만큼 유쾌한 상황들이 자주 펼쳐지는, 시트콤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어떤 이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명절이나, TV 영화 채널을 통해서 익숙함을 안겨주던 해당 도서를 기반으로 한 작품은 꽤나 흥미가 있는 시리즈였습니다.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매력적인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습니다. 물론 그 실행은 차일피일 미뤄졌으며, 결국 원작 소설을 먼저 접하는 것이 더 먼저가 되었습니다.
도서는 영화까지 제작되었기에 특별함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나름의 기대와는 다르게 전혀 어떠한 특징적인 부분을 발견하기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너무 평이하고 밋밋하게 다가와 지루함을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두서없이 전개되는 듯한 그녀의 이야기는 공감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감정 자체가 제대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성별 때문인지, 문화적으로 접점이 없는 타국이어서인지, 그녀만큼 깊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어서인지, 그녀와 내가 어딘지 닮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결국 몰입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기에 번역 때문에 발생한 것인지, 원작의 느낌인지 2000년대 인터넷 소설같이 느껴지는 듯한 문체까지 독서를 방해하는 큰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착실하게 일기를 써 내려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부지런했으며, 자유롭고, 주관적이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했고, 주변에 늘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분명 30대라는 비슷한 나이대를 갖고 있음에도 나보다 훨씬 더 괜찮은 방향으로 살고 있는 듯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 남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묘한 쾌감이 느껴졌고, 타인의 비밀을 숨죽이며 훔쳐보는 나름의 즐거움을 느끼며 그녀의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다음에 쓰일 일기를 기다리게 됐습니다.
그 일기 속 그녀의 상황들은 언제나 유쾌했습니다. 우울하고 어두워야 하는 상황에서도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넘쳐났으며, 한편의 시트콤 같은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이 이어졌습니다. 어쩌면 태생이 밝고 긍정적이었을지도 모를 그녀는 때론 너무나 하찮은 행동을 함으로써 웃음을 유발했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너무나 다른 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립하려는 듯 보였고, 스스로 자립심을 전혀 갖지 못한 어린아이 같은 모습만 이어졌습니다. 어떤 힘겨운 상황이나 괴로운 상황에도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심만 느껴졌습니다. 자신을 한없이 깎아내리는 듯했지만, 결국 타인에게 원인을 돌리는듯했습니다.
누군가는 그녀의 이런 태도가 현대 여성들이 마주하는 남성적 가치관과 사회적 기득권층으로 자리 잡은 환경 때문에 발생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주변에서 아무리 그런 강압적인 시선을 보내고 강요하더라도 온전히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의 변화와 자신의 태도에 대한 선택은 온전히 그녀의 몫이었을 것이며, 긍정적인 면을 치우고 어두운 부분을 통해 살아가는 삶의 선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이미 완벽하고 더 이상 변화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어떤 행운이나 계기로 변했다고 믿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해피 엔딩이 마냥 반갑지 않았습니다.
분명 그녀는 그런 행복을 맛볼 자격이 있는 온전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도서 전체적으로 깔려있는 시선들이 그녀가 그런 행운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지 의구심을 갖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어느 순간 쉽게 읽히고 유쾌한 상황이 이어지며, 몰입도도 생기게 했던, 우리의 어떤 모습들과는 닮아 있던 그녀였지만, 과한 설정과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녀가 좋지 못한 선택을 하거나, 안 좋은 상황에 놓이거나, 무엇인가 불편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남성 중심 세계에서 억눌려 발생한 것이라는 편향적인 시선을 노골적으로 내비쳤으며, 그저 기득권층과 남성에 대한 맹목적인 혐오감만을 갖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유발하는 상황들이 그저 도구적으로 소모되는 느낌을 받게 됐습니다.
역사적으로 여성의 인권이 약했고, 분명 상향되고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는 내용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저 그런 시선이 옳다는 강압적인 태도를 강요한다면, 이전에 엉망이 되어버린, 이제는 썩어서 냄새만 나는 오물이 되어버린 파이를 그저 최고급 포장지와 리본 등으로 포장해서 선물하는 것 밖에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브리짓 존스라는 최고급 포장지와 리본이, 그 위에 올려져 있는 최고급 편지지와 만년필로 쓰인 편지인 해피엔딩이 몹시도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봤자 오물이 되어버린 내용물에서 나는 악취는 절대로 감춰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몰입이 온전하게 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녀의 이야기가 너무나 평이하고 특별하지 않은 듯해서, 너무나 익숙하기 때문이기도 했으며, 자유분방한 문체가 어딘지 유치하고 촌스럽던 2000년대의 인터넷 소설 같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의 이야기에 웃음 지으며, 몰입하게 될 것입니다.
과도하게 노골적인 편파적인 시선이 몹시 불편합니다.
어떤 좋지 못한 상황이나 선택, 불편한 모습들이 보일 때 남성 중심 세계에서 억눌려 발생했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그저 기득권층과 남성에 대한 맹목적인 혐오감만을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녀의 유쾌하고 매력적인 모습들을 그저 도구로 소모하게 만들었습니다.
초반의 산만함과 너무나 일상적인 모습 때문에 집중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어느 순간 그녀의 유쾌함과 어딘지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과도하게 편파적이고 맹목적인 듯한 혐오감을 계속해서 풍김으로써 그녀의 모든 매력을 그저 도구로써 소모하게 만들어버립니다. 충분히 주도적이고 매력적인 그녀의 모든 선택을 마치 어쩔 수 없이 강요 당했다는 식의 이야기가 그녀의 가치를 깎아내려버린 것 같습니다.
★ 5개 만점
★★☆ (주제 5 구성 6 재미 7 재독성 4 표현력 6 가독성 6 평균 5.67)
매력적인 요소들을 한순간에 무너뜨려버리는 맹목적이고 편파적인 혐오감.
일어나서 집을 나설 때까지 2시간하고도 35분이나 걸리는 건 너무 심하다. 다음에는 눈을 뜨자마자 곧장 침대에서 일어나고, 세탁 방식도 완전히 뜯어고치기로 했다.
P119
그녀의 행동은 매번 하던 다짐, 매번 반복되는 일상까지 너무나 비슷해서 실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공감할 수 있었고, 그녀가 과연 변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분명 그녀는 게으른 게 아닐 것입니다. 단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행동하지 않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면서 나는 계집애들이 분명히 한번 해보고 싶어 할 나의 완벽한 새 남자친구에 대한 당혹스러울 정도로 복잡한 자부심과 우쭐함을 느끼는 동시에, 신물 나게 완벽한 남자인 척하는 성차별주의자 주정뱅이가 우리 여권주의자들의 규탄대회를 망친 데 대한 격분을 느끼고 있었다.
P162
이중적인 잣대를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은 오히려 솔직한 것 같았습니다.
그녀뿐 아니라 모든 인간은 하나의 가치, 사상 등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곤 해야 합니다. 적어도 그녀는 자신의 이중성에 솔직했고, 타인의 이야기와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분명 다른 이들보다 훨씬 괜찮은 사람일 것입니다.
마크 다시는 매우 감동할 것이고, 곧 깨닫게 될 거다. 내가 결코 평범하거나 무능력하지 않다는걸.
P318
어쩌면 그녀는 다른 이에게 인정받는 것이 목적이 아닌, 그저 자기 자신을 혐오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스스로 평범하고 아무 능력이 없다고 여기는 듯했습니다. 그저 인정하기 싫어 다른 이에게 인정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 것 같습니다. 그녀는 결코 가만있지 않고, 발버둥 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그 시도의 성공으로 모든 걸 해결되리라 믿는 그녀는 과연 평범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8.35 p.m. 맙소사! 닭고기를 꺼내려고 냄비 뚜껑을 열었더니 수프가 밝은 파랑이다.
P336~337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녀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어느 누가 요리를 하면서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며, 이런 모습은 그녀에게서만 나올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녀의 이런 빗나간 의도가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딘지 허술하고 귀엽게 보였고, 이는 그도 그렇게 느꼈을 것입니다.
죄책감이 느껴졌다. 왜냐하면 끔찍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한편으로는 매일매일의 똑같은 일상이 중단되었다는 묘한 기분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P342
어쩌면 진짜 '정서장애자'는 그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가 만든 일이 아닌 어머니와 관련된 일이긴 했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가족입니다. 그가 슬퍼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이 그 방증 같습니다. 어쩌면 그저 이기적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아, 선물 같은 거 없이 조용히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다면······
P364
그녀의 이중적인 면모는 끝까지 드러납니다. 어떤 초대도 받지 못했다고 판단해 우울해하다가, 알고 보니 몇 건의 초대가 있었고 단지 부주의와 과도한 친절 때문에 놓쳤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그 자체를 혐오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면서도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는 즐겼습니다.
믿을 수 없게도, 엄마는 마크 다시가 엄마를 위해 한 그 모든 수고에도 불구하고 전혀 고맙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그는 입 밖에 내서는 안 되는 사건, 즉 줄리오의 임대 아파트 사기 사건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P367
그녀의 어머니는 정말 최악이었습니다. 물론 그녀의 시점일 뿐이지만 시종일관 끔찍하게도 무신경하며, 이기적이고 무례하게 보였습니다. 자신의 체면만 중시하고 딸에게는 강압적이었습니다. 어쩌면 브리짓이 정상적이지 않은 모습은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래서 정상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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