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자의 고뇌와 노력이 가장 매력적인.
실력 있지만 허세 가득한 사회부 기자 ‘임상진’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취재하지만 오보로 판명되며 정직당한다. “기자님 기사 오보 아니었어요. 다 저희들이 만든 수법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의문의 제보자가 찾아온다. 자신을 온라인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댓글부대, 일명 ‘팀알렙’의 멤버라고 소개한 제보자는 돈만 주면 진실도 거짓으로, 거짓도 진실로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불법은 아니에요. 합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제보, 어디부터 진실이고, 어디까지 거짓인가?
출처 : 네이버
힘 있는 필력을 보여준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소설 자체도 꽤나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담아냈을 표현들을 아주 일부만 제대로 녹여내도 괜찮은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요즘 대세로 불리는 손석구라는 배우의 힘까지 더해졌기 때문에 성공이 보장된 것 같은 영화입니다.
방구석 전문가, 키보드 워리어, 댓글부대 같은 말은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퍼지게 되었습니다. 정확한 시점을 알 수는 없지만 일종의 비아냥처럼 받아들여지는 것이 통상적인 의견일 것입니다. 때로는 게임에서, 뉴스 기사 자체나 그것의 댓글 등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부정적 뉘앙스의 느낌을 갖고 있는 댓글부대를 제목으로 선택한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냉정하게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무슨 제목이 이럴까, 너무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고 제목이 너무 강하다였습니다.
흔히 어떤 것을 이야기할 때, 제목 따라간다는 표현을 합니다. 그만큼 제목이 주는 효과는 크고 긍정적인 느낌일수록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해당 영화의 만듦새가 뛰어날지라도 넘어야 할 장벽이 보이는, 오히려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로 시작한 것 같습니다.
물론 어그로를 끈다는 측면으로만 본다면 노이즈 마케팅의 개념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관객을 유도하는 것으로썬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어쩌면 두터운 장벽을 뚫어내는 모습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 글이라는 측면에서는 어떠한 내용을 풀어낼 대 자세한 배경과 환경 등을 자유롭게 담아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러닝타임이라는 한계가 분명 존재하는 영화에서는 힘겨운 일임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시작부터 펼쳐지는 내레이션은 지극히 설명을 하는 느낌을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그것을 전달하는 배우의 목소리가 반감을 주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의 목소리가 덤덤하게 느껴졌기 때문인지 독특함을 담아냈기 때문인지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나쁘지 않은 시작 같았습니다. 목소리와 화면을 통해 경쾌한 시작을 하면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무엇이 진실인지, 거짓 속에서 진실 찾기 혹은 진실 속에서 거짓 가려내기 같은 탐구의 과정이었습니다. 때로는 질문 자체가 거짓 같았고, 그 질문이 거짓이 아니라는 가정하게 질문에 답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전개되는 내용들은 진실처럼 보이다가도 일순간 거짓으로 느껴졌고, 모든 것이 거짓 같다가도 어떠한 기점을 통해 결국 진짜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거짓이 섞인 진실이 더 그럴듯하다는 작 중 대사가 더욱 체감됐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질문은 계속 남았습니다.
거짓이 섞인 순간 어떠한 진실도 진실이라 말할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진실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거짓이라고 할 수도 없는 모호함과 불안정이 섞여 있는 모순 그 자체 같았습니다. 서로 함께 할 수 없는 양 극단이 어떻게든 뒤섞여 있는 듯했고, 존재할 수 없음에도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마치 꿈같았습니다.
그만큼 영화는 전체적으로 모호했고, 모순됐으며, 어두웠습니다. 하지만 분명 밝음도 함께 있었고, 그 차이를 충분히 빛의 이용으로 담아낸 것 같았습니다. 이 때문에 전체적으로 몽환적인 느낌을 줄 수 있었습니다. 꿈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듯했고, 그 자체가 혼란스러움을 유도했습니다.
그러한 차이를 세 인물을 통해 특히나 잘 담아낸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시종일관 어둠에 있었고, 또 누군가는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갔습니다. 다른 한 명은 반반 섞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단 한 명이 만들어낸 허구이나 환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진실일 수 있으며, 그의 다른 내면일 수도 있었기에 마냥 거짓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완벽하게 거짓이라면, 뒤통수를 가격 당하고 어딘가 끌려가는 이를 그렇게 길고 자세하게 담아낼 필요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후반부에 다른 사람이 했던 말을 그대로 하는 상대방 때문에 그의 존재까지 확실성을 잃었습니다. 존재 자체가 거짓이라기보다는 이 일련의 사건 자체가 마치 가짜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여러 장치들을 통해 보인 각각의 캐릭터들은 그래서 마지막까지 흥미로웠습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는 그의 모습은 그들이 하는 짓과 유사했습니다. 그들 혹은 그를 통해 학습했다기엔 자신이 원래 하던 것처럼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그래서 더 어지러웠고, 그래서 더 흥미진진했습니다.
또한 그들이 창문을 통해 바라보던 관람열차는 어딘지 가짜 같았습니다. 마치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뿜어져 와 그들을 비추던 빛은 진짜였으며, 어쩌면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진실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단지 그것을 보는 그들의 모습이 관객에게 투영되어, 믿지 않기로 마음먹은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이 작품은 통쾌한 결말을 보여주거나 어떤 확실한 마무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후반부보다는 그들의 작업 과정을 빠르고 그럴듯하게 따라가는 과정이 더 흥미진진하고 즐거움을 유발했을지도 모릅니다. 그와는 반대로 결말은 모호했고, 진실과 거짓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비판했을지 모르며, 제목이 주는 부정적 뉘앙스를 돌파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종일관 진실공방을 하게 만들었고, 완벽한 결말이 아닌 것으로 결말을 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이 작품은 대단히 성공적인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연출자는 그런 판 자체를 잘 깔았고, 배우들은 적절하게 담아내며 표현한 것 같습니다. 물론 엄청난 연기력 대결이나 배우에 초점이 많이 간 듯한 느낌을 원했다면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톤을 일관성 있게 담아낸 영리한 빛의 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연출 자체에 공을 많이 들이며, 어쩐지 현실과 달라 보이는, 현실에 진짜 있을까 궁금증이 드는 공간을 여러 매력적인 장치들로 담아낸 것 같습니다.
최근 OTT 시장의 활성화로 다양한 작품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수많은 작품들 중 단연 많은 고심이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욕심이 느껴졌고, 애정이 묻어났습니다. 물론 그것만 가지고 그 만듦새가 완벽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며, 쉽게 판단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 많은 노력이 담겨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거짓 속 진실, 진실 속 거짓 둘 중 무엇이 진짜인지, 무엇을 명확하게 하고 싶은 것인지 알 수 없는, 하나의 프레임 안에 여러 내용들을 담아내고 계속해서 파고들게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것을 담아내고자 하는 욕심이, 현실이, 거짓과 진실의 공방 안에 또 다른 프레임이 보였고, 결국 또 그 안을 탐구하고 싶게 만드는 벗어나기 힘든 덫에 빠진 것 같았습니다.
다만, 그 덫 안에 존재하지 않던, 혹은 완벽히 생략된 주인공의 2년은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만약 그의 2년을 함께 담아냈더라면, 더 자세하게 그것을 보여주었다면, 그의 행동과 방식들이 훨씬 더 잘 이해되진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그것을 담아냈을 때 지금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들은 퇴색될지도 모르지만, 그것 자체가 어떠한 결과를 도출해 낼지 순수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결국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과연 나는 진실을 보았는지, 아니면 거짓에 놀아난 것인지 알 수 없었고, 그만큼 강렬한 감정을 남겼습니다. 완벽히 벽을 뚫었는지 넘었는지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을 수행하고자 하는 노력이 확실히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실제 사건들을 기반으로 해서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것을 선호한다.
대세로 일컬어지는 배우의 연기를 보고 싶다면.
어딘지 몽환적이며, 꿈을 꾸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싶다면.
빛이나 조명을 영리하게 이용한 감정 표현을 보고 싶다면.
천편일률적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듯한 비슷한 느낌의 작품들이 아닌 독특한 것을 찾는다면.
화면 곳곳에 묻어나는 고뇌의 흔적과 노력을 느끼고 싶다면.
사회고발적 영화를 선호하고 즐긴다면.
특정 캐릭터가 혼자서 극을 이끌어 나가며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면.
시원시원한 진행과 뚜렷한 결말을 원한다면.
열린 결말 자체에 거부감이 있다면.
몽환적인 진행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사회고발적인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오락적인 요소를 메인으로 하는 영화들을 선호한다면.
분명한 인과관계, 정확한 마무리, 권선징악을 기대했다면.
전체적으로 친절한 느낌의 영화는 아닙니다. 다분히 직설적이고, 현실에 있을 법한 내용들이며, 일부는 실제 있었던 일을 모티프로 진행됐습니다. 그래서 어딘가 뚜렷한 결론을 줄 것 같았지만, 결론적으로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 없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열린 결말이라고 단언하기도 힘든 애매한 부분이 있으며, 그렇다고 모두 거짓이라고 단정 짓기도 불확실합니다. 작품 전체에 이러한 모호함이 꾸준하게 내재되어 있어, 어떤 측면에서는 몽환적인 느낌을 많이 주기도 합니다. 또한 연출자가 촬영, 조명, 미술 등 다양한 부분들에 많은 고심을 한 것이 느껴지며, 이들을 효과적이고 영리하게 사용한 노련함도 돋보였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면들이 부정적 느낌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하게 재미로만 느끼지 않게 만든 구조이기 때문에 더욱 관심 가고, 배우의 연기나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전체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춘듯한 시선이 매력적이었습니다.
★ 5개 만점
★★★☆(스토리 7 연출 8 비주얼 8 오락성 7 재관람 7 음악 6 연기 6 평균 7)
끊임없이 이어지는 진실공방 속 묘한 긴장감과 고뇌가 돋보이는 빛 사용, 몽환적인 느낌을 충분히 줄 수 있는 공간들이 매력적으로 어우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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