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구체가 되었기에 끊임없이 구를 수 있는 가능성.
‘가모라’를 잃고 슬픔에 빠져 있던 ‘피터 퀼’이 위기에 처한 은하계와 동료를 지키기 위해 다시 한번 가디언즈 팀과 힘을 모으고, 성공하지 못할 경우 그들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미션에 나서는 이야기
세 번째 시리즈로 돌아온 가디언즈들의 이야기.
반등을 노리고 있는 마블 시네마의 기대작.
사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이하 가오갤3)를 특별하게 기대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전의 Vol1, 2가 너무 가볍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던지라 굳이 봐야 하는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마블 영화들을 통해 받은 연이은 실망감이 역으로 궁금하게 했습니다.
그 어떤 작품들과 비교를 해 본다고 해도 이 시리즈가 훨씬 더 뛰어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만나게 된 해당 영화는 처음부터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왔습니다.
1993년에 나온 라디오헤드의 Creep은 너무나 친근했습니다.
비슷한 시대를 살았거나, 올드팝이나 레트로 감성을 좋아한다면 반가울 것이며,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좋은 노래이기 때문에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것 같습니다.
가오갤은 매 시리즈마다 올드팝을 잘 활용해 레트로에 적합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 같습니다.
분명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가 많았고, 오락영화였지만 언제나 음악이 남았습니다.
이 음악들은 현재 캐릭터가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담아내는 가사를 갖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무거운 내용을, 때로는 즐거운 내용을 갖고 있는 가사였지만, 음악의 분위기는 언제나 밝은 쪽에 가까웠던 것 같습니다. 무거운 상황에도 밝은 느낌의 음악은 대조되는 매력을 잘 표현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으로 보자면 로켓 라쿤을 시작으로 그의 과거를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그를 구하려는 가디언즈들의 모험입니다. 그들은 '가족'이라는 유대감으로 뭉쳤으며, 이는 웃음과 눈물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요소입니다.
물론 그들은 진짜 가족도 아닌, 종족도 다양한 유사가족입니다. 그래서 계속 가족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유대감이 있다는 개연성을 부과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는 이전 작품들과는 다소 다른, 급진적으로 변화된 모습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대개 각자의 개성을 품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매력들을 보여줬었습니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테두리에 들어감으로써 이전보다 더 유하고 둥글게 변화가 됐습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유연성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이전의 매력들은 다소 반감시키기도 합니다.
물론 그들의 변화는 지속적으로 보였기에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닙니다. 이전 시리즈들을 통해 충분한 서사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들도 접했다면 납득 가능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분명 어색하기도 할 것입니다.
세부적으로 파고 들어가 되짚어 본다면 이러한 느낌은 더 진해질 것입니다.
누군가는 Vol.2의 후반에 합류했고, 또 누군가는 유대감을 전혀 갖지 못한 시간 선의 인물입니다.
이처럼 어느 정도 삐걱 거림이 있는 관계이며, 그 관계를 '가족'이라는 명칭으로 쉽게 납득시키려 한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마블이 디즈니에 합류함으로써 생기는 여러 모습들 중 가장 디즈니 다운, 디즈니스러운 행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항상 '가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동료애 보다 깊은 관계인 유사 가족 관계는 분명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수월할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감성적인 측면으로만 서사가 진행되는 단점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피터가 죽는 것으로 끝났으면 어떨까 싶기도 했습니다.
조금은 잔혹하고 무거웠겠지만, 맨티스의 울부짖음은 그만큼 크게 느껴졌기 때문에 더 극적이지 않았을까, 그것이 더 가오갤 스러운 마무리가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가오갤 시리즈의 전체 서사가 표면적으로 일단락되었습니다.
'표면적'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들이 언제라도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들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캐릭터들과 변화된 멤버들을 이용한 스핀 오프 혹은 새로운 시리즈를 탄생시킬 것입니다.
어떤 히어로처럼 죽은 것도 아니며, 늙음을 선택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합니다.
어쨌든 여러 시간 동안 함께 하던 초기 마블의 캐릭터들의 모든 서사가 마무리됐습니다.
어쩌면 이 작품이 인피니트 사가에 진짜 작별을 고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들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인피니트 사가만큼의 관심과 재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이 시리즈에 작별을 이야기하는 게 더 아쉽기도 합니다.
그들이 완벽한 작별을 선택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보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기 있는 시리즈들은 그만큼 떠나보내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토르 시리즈를 통해 이러한 보험도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게 증명되었습니다.
혹여나 그와 같은 행보를 걸을까 봐 걱정이 되고, 이 시리즈를 이끌던 감독도 떠났기에 더 불안감이 느껴집니다.
물론 더 나은 감독, 더 괜찮은 스토리는 언제라도 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계된 시리즈로 나온다면 또다시 반복되는 높은 진입 장벽이 생길 것이기 때문에 아예 새로운 이야기들이 전개되는 게 더 수월해 보입니다.
이 진입장벽은 수없이 연계된 이야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것과 최근의 행보들 때문에 더욱 높고 견고해졌습니다.
과도한 화이트 워싱 반감과 무분별하게 포함시키는 다인종문화 및 PC 사상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물론 필요한 작업이며, 분명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전 서사들과 캐릭터성 파괴가 계속됐고, 이는 마블의 큰 숙제 중 하나일 것입니다.
과연 마블은 이 영화를 계기로 다시 이전의 영광을 보여줄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오갤은 이런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지만, 그것은 가능성일 뿐입니다.
그래서 마블의 전체 이야기들을 완전하게 손을 놓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봤던 것들이 있어서 아깝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마치 마치 방학 숙제 같습니다.
분명히 할 것이며,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차일피일 미루며 점점 쌓여만 가는 모습이 벌써 그려집니다.
이 숙제 같은 작품들 중 괜찮다고 평가되는 작품들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누적되는 시리즈들 때문에 두려움에 떨며 보게 될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방학 숙제의 진정한 묘미는 개학 직전에 몰아서 하는 것이니, 그때는 인상을 쓰기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보고자 합니다.
이번 가오갤처럼 웃으며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올드팝, 레트로 감성을 선호한다면.
이전 작들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끼고 싶다면.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을 많이 보고 싶다면.
신파라고 부르는 것들을 어느 정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다면.
최근의 마블 작들에 많은 실망감을 느꼈다면.
기회란 모두에게 균등하게 돌아가야 하며, 한 번의 실수로 내쳐지지 않는 것을 선호한다면.
호쾌하게 웃으며 즐기는 것을 원한다면.
진입 장벽이 높은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모습이 별로라면, 혹은 가족애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면.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 나올 때 정신을 못 차린다면.
억지로 눈물을 짜내는 신파에 반감이 있다면.
이 시리즈를 끝으로 가오갤의 모든 캐릭터들이 끝난다고 생각한다면.
언제부터인가 진입장벽이 높아 보기가 힘들어진 마블 시리즈 작품들 중 몇 안 되는 독자적으로 놓고 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전의 이야기들을 알고 있어야 더 몰입이 되지만, 애초에 '시리즈'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눈 호강하게 만드는 수려한 CG와 유쾌함이 충분히 묻어나고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올드팝들과 첫 번째 작품과 연결되는 마무리가 만족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약간은 과도하게 보이는 듯한 신파와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조금은 거슬리기도 했습니다.
★ 5개 만점
★★★☆(스토리 6 연출 8 비주얼 8 오락성 7 음악 9 재관람 5 평균 7.16)
럭비공 같은 매력은 사라졌지만, 둥글어진 만큼 끝까지 굴러갈 수 있다는 가능성의 공. 과연 장점일까 단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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