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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상자 Jul 11. 2024

도서 리뷰 '엔드 오브 타임'

과정 자체가 주는 사고 확장의 계기가 매력적인.

도서 소개

《엘러건트 유니버스》《우주의 구조》등 수 년 마다 명저를 집필하며, 칼 세이건 이후 최고의 ‘대중 과학 전도사’로 불린 브라이언 그린이 10여 년 만에 새 책을 썼다. 미국 현지에서는 2020년 출간되어 즉각 아마존 과학 분야 1위를 차지하는 등 이미 크게 화제된 바 있다. 미래엔 와이즈베리는 카이스트 출신 과학전문 번역가 박병철 박사에게 의뢰해 장장 1년여에 걸친 고된 번역작업 끝에 한국어판 《엔드 오브 타임》을 출간했다.


《엔드 오브 타임》은 그의 지난 책들과 결이 조금 다르다. 브라이언 그린 특유의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대중을 향해 강의하듯 특정 물리학 이론을 설명하던 과거 저서들과 비교하면, 이번 책은 독백에 가깝다. 물리학자로서 연구와 탐구를 넘어선, 지난 10여 년간의 철학적 성찰이 느껴진다.


물론 책의 모든 문장은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쓰였다. 다만 그 사고의 방향이 어떤 하나의 과학이론만을 향한 게 아니라 우주와 생명, 인간의 정신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뻗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그는 인류가 지금껏 설명해내기 위해 시도해온 수많은 과학적 미스터리들이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사실을 정직하게 밝히면서도, 최선을 다해 문제의 중심으로 파고든다.



출처 : 알라딘

과거에 썼던 인터스텔라 영화 리뷰를 보다가 문득 우주와 천체물리학이라에 처음으로 관심을 갖게 해준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가 생각났습니다. 어려운 내용임에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던 그의 문체가 그리웠고, 오랜만에 우주라는 것에 관심을 갖고자 선택하게 된 최신작이었습니다. 물론 예상과는 전혀 다른 흐름의 도서였지만, 여러 의미를 갖게 해준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감상

공자, 손자, 노자 등이 속해있는 동양철학부터 소크라테스, 니체, 데카르트 등이 있는 서양철학까지 철학은 분명 어려운 이야기들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한 부분이 있는 특이한 학문인 것 같습니다. 근원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탐구하는 이들이 끊임없이 논쟁하고 있기 때문에 정답이 정해져있지 않은, 그 끝을 알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아 더욱 난해한 학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과는 대척점에 있는 학문을 고민해 보면 수학이나 물리학 등이 쉽게 떠오를 것 같습니다. 물론 철학의 근원을 따져보면 철학에서 파생된 학문일 수 있지만, 현대에 와서 명확하게 구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수학이나 물리학은 정해진 정답이 있는 듯 보이고, 여러 가지 정답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막상 그 안을 자세히 파고들면, 아직까지 파악되지 못한 문제들도 많이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관 점으로의 현상이 아닌, 자세하게 파고들기 때문에 생소하고 이해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철학과의 공통점은 역시 학문 자체가 어렵다는 사실일 것 같습니다.


그래도 추구하는 바가 많이 달라 전혀 공통점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브라이언 그린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상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해당 도서가 우주의 기원이나 과학적 논제들을 다룰 것이라는 예상을 했습니다.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순히 그의 위치에 맞게 생명과 그 기원들을 다룰 뿐이었고, 이어서 철학적 이야기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렇게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 이내 신선함이 느껴졌습니다.


철학 자체도 심오하고 그의 전공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만이 갖고 있을 수 있는 관점으로 철학적 논제들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것들을 수학 공식처럼 풀어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됐습니다. 물론 여러 철학서에서 보여준 논제들은 명확한 답이 내려진다기보다는 끊임없는 탐구와 논쟁, 토론을 유발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역시나 답이 없이 끝날 가능성이 있었지만 조금 더 과학적인 사고로 접근함으로써 뇌리에 깊게 박힐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처럼 끝이 아니라 과정을 보는 것에서,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될 여러 이야기들에 호기심을 갖고 즐거워하는, 그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갖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역시나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자가 선택한 설명 방식이나 문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예시가 무척 좋은 편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이야기들을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반복해서 익숙해지는 것이 첫걸음인 것처럼 몇 번이고 다시 읽기를 반복하게 됐습니다. 그 반복이 이해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익숙해지는 것 자체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며, 다음 장을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연쇄적으로 의문을 갖게 하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이 충실하게 반복됩니다. 물론 정답이 없는 상태로 끝맺음되는 경우가 더 많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됐습니다.


또한 각 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계속해서 이전에 이야기했던 것들을 다시 가져오고, 이후에 나올 내용들을 언급했습니다. 그렇게 우주의 시작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구성 성분 등을 착실하게 설명해나갑니다. 외적으로 드러나있는 요소들을 통해 인간 자체에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내면으로 들어가 마음이나 생각 등을 이야기할 때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가 유지되었습니다. 불확실과 과학적 사고 바깥의 개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음으로 넘어갈 뿐이었습니다. 애매한 결론, 납득하지 못 할, 이해 못할 마무리가 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물리학적 방식이나 다른 추상적이지 않은 학문으로 설명하려 합니다. 어느 순간 답을 내리기보다는 더 많은 사고를 통해 그 폭을 넓히려는 시도 같았습니다. 그렇게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계기를 만드는 철학적 단계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철학적 내용들은 언어와 이야기, 종교까지 나아갑니다. 그렇게 전개되던 이야기는 일순간 다시 우주로 시선을 돌립니다. 현재까지의 역사와 다가올 미래, 그때 일어날 현상까지 차분하게 설명하며, 이전보다 더욱 복잡한 이야기들을 적절한 예시로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결과적으로 그 어떤 것도 규격화된 공식을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로 45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어려운 용어들의 연속인, 낯선 상황들의 무자비한 나열의 독서는 끝이 나게 됩니다. 분명 인간의 존재와 가치 등을 끊임없이 이야기했지만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가능성 자체를 더 많이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 독서 과정을 통해 만나게 된 다양한 과학적 견해들과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 자체를 조명할 수 있었으며, 스스로의 가치를 드높였습니다. 도서의 흐름을 끊기지 않게 만들려는 시도는 일정 부분 우리들과 닮아 있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죽음이라는 정해진 결말 속에서도 발버둥 치는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존재 자체로도 이미 충분히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존재인 인간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인상적인 구절들

이제 우리는 과학이라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의 시작에서 끝에 이르는 기나긴 여행을 떠날 참이다.

P36

우주의 시작과 끝 안에 속해있는 우리들의 존재가치, 의미 등을 조금 더 과학적 사고로 바라볼 예정이라는 일종의 안내사항이었습니다. 어쩌면 그의 의도와 동떨어진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지만 그때는 또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뿐입니다. 우리는 결국 그 이야기로 어느 지점에 잠깐 머무를 것이며, 그곳에서 또 다른 즐거움을 찾고 새로운 의미를 탐구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증기 기관처럼 여분의 열을 밖으로 방출하지 않으면(즉, 엔트로피를 리셋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생명 활동의 물리적 정의이며, 생명체가 살아 있는 한 끊임없이 반복된다. 지금도 우리 몸에서는 여분의 열이 적외선의 형태로 방출되고 있다.

P73

생명체가 살아가는 것에 대한 물리학적 정의는 그 자체만으로 이해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증기기관에 빗대고 예를 들어 설명하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됐습니다. 물론 완벽한 이해는 아니지만 저자는 증기기관에 빗대기 위해 그 과정 자체를 여러 법칙으로 풀어 설명하면서 단단한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움으로 남았습니다.


생명의 종류가 이토록 많으니 기원도 다양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연체동물과 난초의 기원을 추적하다 보면 각기 다른 출발점에 도달할 것 같은데,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에 의하면 모든 생명체의 기원은 하나의 공통 조상으로 수렴한다.

P134~135

결국 모든 것은 진화에 의한 산물이며, 이는 신의 존재 의의 그 자체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이러한 결론으로 무조건 '신은 없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고, 그저 하나의 결론 중 일부일 수도 있습니다. 그저 이처럼 다양한 의견이 언제라도 제시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아직까지 풀리지 못한 부분을 풀어내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의외의 변화가 발생하여(유전적 변화가 생존에 유리한 쪽으로 일어난 경우) 그들만의 진화 플립북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사례의 대부분은 진화의 전체적인 줄거리와 부분적인 줄거리가 얽혀 있기 때문에, 그들만의 플립북은 다른 플립북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P152

일반적으로 이야기는 한쪽 방향으로 순차적인 흐름을 보입니다. 그러나 해당 도서는 지속적으로 이전의 이야기를 갖고 옴과 동시에 이후에 전개될 내용을 조금씩 말하곤 합니다. 분명 전체적인 이야기를 차근하게 풀어내면 토대를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저곳에서 이야기를 끌어오는 것 같았습니다. 즉, 거시적 관점에서는 통일적인 흐름을 보이이지만, 미시적 관점에서는 다양한 흐름을 보이는 형태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입자들이 어떻게 질량이나 전기전하를 갖게 되었는지는 나로서도 알 길이 없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질량이 중력을 창출하고 거기에 반응한다는 것, 그리고 전기전하가 전자기장을 창출하고 거기에 반응한다는 것뿐이다. 나는 입자의 물리적 특성이 왜 생겼는지 알 수 없지만, 그 특성 때문에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알고 있다.

P196

근원에 대한 질문은 저자 역시 쉽사리 내릴 수 없었습니다. 아니 불가능했습니다.  어쩌면 그것이 물리적 사고 밖의 개념이 필요한 이유일 수도 있고, 그것을 신앙이나 다른 개념으로 구분해야 하는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더 넓고 모든 것에 적용 가능한 설명이 있음에도 아직 거기까지 우리의 인식이 확장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없으며,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럴수록 더욱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는 시도라도 할 때 더 가까워질 가능성이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나는 자유의지가 입자의 움직임으로부터 생성된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선택과 결정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P227

자유의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물리 법칙을 벗어난 적이 없다면, 자유의지 자체가 착각이나 친숙함에 기인한다는 느낌이 들어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유의미가 아니라 무의미에 가깝게 보이기도 했으며, 어쩌면 우리가 무엇인가 큰 착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모든 상황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물리법칙이 완벽하다는 '착각'에서 온 '오류'는 아닐까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도문의 내용이 아니라, 나의 믿음이 잠시나마 유대교의 전통과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나에게 주어진 위대한 유산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의식을 통해 종교의 장엄함을 피부 깊숙이 느낄 수 있었다.

P311-312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완벽히 빗나갔습니다. 종교의 위대함, 가치 등을 논하는 그의 언어는 어쩌면 논리적이지 못한 그저 '믿음'에 치우친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애초에 믿음이나 두뇌에서 야기하는 화학적 반응을 규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의 존경을 표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이런 태도를 보일수록 물리학자의 시점으로 보는 알 수 없는, 혹은 설명하기 어렵거나 할 수 없는 현상들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예술은 언어와 이야기, 신화, 종교를 하나로 묶어서 상징적 사고력과 조건법적 추론, 자유로운 상상력, 그리고 협동 정신을 낳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이 문화적, 과학적, 기술적으로 풍부해진 것은 바로 이런 능력 때문이다.

P333

분명 이전처럼 다소 모호하고 불확실한 면을 보여준 예술임에도 저자는 다른 것들에 비해 아주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예술을 이끌어내는 창조와 상상,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뇌의 시냅스 작용까지 아직 제대로 설명할 수 없지만 경이롭고 가치 높은 주제로 여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 도서가 불확실 속에서도 재미있는 이유가 저자가 갖고 있는 긍정적 의견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맨눈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수천 년 전에 별에서 방출된 빛들이 보인다. 성능 좋은 천체 망원경을 동원하면 수백만 년, 또는 수십억 년 전에 방출된 빛도 보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오래전에 수명을 다하여 죽은 별도 있지만, 빛이 지구에 도달하려면 수백만 년, 또는 수십억 년이 걸리기 때문에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 빛은 물체가 현존한다는 증거가 아니라, 한때 그곳에 존재했음을 보여 주는 흔적일 뿐이다. 별뿐만 아니다. 당신과 나의 몸에서 방출되거나(복사) 반사된 빛 중 아무런 방해 없이 지구 탈출에 성공한 부분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방대한 우주로 나아가고 있다.

P340

빛이라는 형태로 남긴 흔적은 긴 시간을 날아갑니다. 어쩌면 그것이 영원에 거의 가까운 가장 적절한 설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억 년을 날아 그때야 존재를 안다는 것은 흔적이라도 그 존재 자체를 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것은 생명, 죽음, 영혼, 영원들에 대한 가장 그럴싸한 물리적 설명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경이롭습니다. 우리는 지금 엄청나게 긴 시간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빛이 다하기 전까지 우리는 살아있다고 봐도 좋을 테니 말입니다.


앞서 말한 대로 우리의 사고력은 물리 법칙을 따른다. 다른 것을 모두 초월한다 해도 물리 법칙만은 넘어설 수 없다. 이런 제한 속에서 사고는 과연 영원히 존재할 수 있을까?

P384

극적으로 변화된 전체 우주에서의 생명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전제조건이 다소 길었지만 흥미로운 내용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리 인간도 생명체 중 하나일 뿐이며, 단지 그 속에서 우리가 지금처럼 사고할 수 있을지 정말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 같았습니다. 물론 그때까지 우리가 절대 살 수는 없겠지만 이런 사고를 기반으로 다양한 결과가 나올 것이며, 그렇게 미래로 나아가는 것이라 믿습니다.


팽창하는 우주에 적용되는 물리 법칙이 사고체의 엔트로피 방출을 방해한다면, 생각의 미래는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
생각의 미래를 평가하려면 생각의 물리학을 이해해야 한다.

P387

사고체의 미래를 알기 위해 알아야 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정말 멀고 힘든 과정입니다. 그러나 티끌 같은, 아주 일부의 우리가 노력을 함으로써 남은 공간, 미래를 알게 된다면 엄청나게 많은 이익을 남길 것입니다. 물론 살면서 단순하게 지금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도 많겠지만 일부분의 그 노력이 결국 여러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었습니다.


옳은 것과 그른 것, 선과 악, 운명과 목적, 가치와 의미 등은 모두 유용한 개념이지만, 도덕적 기준으로 무언가를 판단하고 중요도를 할당하는 행위가 인간의 마음보다 근본적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P442

아직 이 세상에는 밝혀지지 못한 것들이 많습니다. 어쩌면 인간의 호기심이 그렇게 왕성하기에 결론을 기다리기보다는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여러 욕구들을 해결하고자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과학이나 수학, 종교, 물리학 등이 만들어졌는지도 모릅니다. 마치 모든 것의 시작이 인간의 마음이라는 듯 말입니다.


인간은 영생을 누리는 기술을 개발하기 전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지만, 영생을 생각하면 삶의 의미가 더욱 분명해진다. 사실 현세에서 우리가 내리는 수많은 결정과 선택, 경험, 그리고 다양한 반응들은 유한한 시간 안에 한정된 횟수만큼 반복되기 때문에, 우리의 이해 수준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P448

영생을 꿈꾸고, 후손을 생각하는 것은 끝이 있기 때문에 유의미한 것입니다. 물론 죽음 이후에 어떤 상황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 또한 상상일 수 있고 무가치한 것일 수도 있지만, 또 그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죽음이나 끝은 분명 부정적 느낌이지만 그것이 주는 것이 무조건적인 부정이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는 무상하기 그지없는 일시적 존재다. 그러나 우리가 존재하는 짧은 시간은 우주의 역사를 통틀어 매우 희귀하고 특별한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우리는 자기 성찰을 통해 만물에 가치를 부여하고, 형이상항적 가치를 창출했다. 영원히 변치 않을 유산을 남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미 우주의 타임라인을 조망한 우리는 그것이 이룰 수 없는 목표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의 입자들이 모여서 현실을 인지하고,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얼마나 단명한 존재인지를 깨닫고,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연결 관계를 확립하고, 우주의 미스터리를 풀었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P455

인간이기에 모든 것이 의미 있어지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적이며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어쩌면 죽음 앞에 모든 것이 아무 가치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자체가 주는 새로움이 있고, 그것을 풀어내려는 그의 시도가 무척 대단한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아주 살짝 고개를 돌렸을 뿐 누구나 갖고 있을 수 있는 의문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이 정답이건 그는 수학자이면서 과학자고 또 철학자가 분명해 보였습니다.


좋은 점

    적절한 예시와 쉬운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가독성을 좋게 만들었습니다.  

낯선 용어와 과학적 견해, 그것들을 설명하는 내용들은 분명 어렵습니다. 하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시를 활용하고 다소 쉬운 언어들을 이용함으로써 끊임없이 다시 보는데 부담이 없는 상태로 만듭니다. 그렇게 반복되는 되새김질은 독서의 시간이 늘어나지만 익숙해지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흥미로운 시도로 근원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합니다.  

충분히 철학적 논제가 될 수 있는 사항들을 과학적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그 때문에 구성부터 폭넓게 이야기가 진행되며, 인간 자체를 조명하고 설명하려 합니다. 결과적으로 특정 공식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 시도 자체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인간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우주의 시작부터 이야기는 전개되지만 끊임없이 인간에 연관시키며, 이러한 관점까지 나아갈 수 있던 것은 인간이 갖고 있는 특성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또한 끝이 있기에 여러 가지를 탐구하고 나아가려는 우리들의 모습을 적절하게 담아냈고, 모든 것이 의미 있게 만드는 결론을 통해 전체적인 이야기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 만들었습니다.


아쉬운 점

    우주나 물리학적 부분보다 철학적 논제에 더 집중합니다.  

물론 철학적 논제들을 수학이나 물리학에 기반하여 설명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들을 풀어내려는 시도일 뿐입니다. 과학적 접근을 통해 비과학적 내용들을 설명하기 때문에 기대했던 이야기의 결괏값이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논리적 접근만을 원한다면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려운 용어와 방대한 분량이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내용을 이어나가는 언어와 예시들이 쉽게 읽히도록 도움을 주지만 기본적으로 어려운 용어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막대한 분량을 보여줍니다. 이 때문에 조금만 난해한 분위기에도 쉽게 도서를 덮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많습니다.


    특별한 결론이 내려지기보다는 그 과정을 탐구합니다.  

과학적 접근으로 어떤 결론이 내려질 것 같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모호하고 불확실한 부분이 더 많이 남습니다. 물론 그 과정을 통해 다양한 방향으로 시야를 넓힌 수 있지만, 명확한 결론을 원한다면 만족스럽지 못한 독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총 평

철학적 논제를 과학적 방식으로 접근하여 풀어내려는 시도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규격화를 통해 수학적 공식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엿보이긴 하지만 불확실하게 결론 내려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정답을 찾기보다는 그 과정을 탐구함으로써 다양한 사고로의 확장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시도를 저자의 기존 지식을 통해 풀어내기 때문에 어려운 용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지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예시와 간결하고 쉬운 언어들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읽기 편하게 도서를 구성했습니다. 이 때문에 독서의 시간은 늘 수밖에 없지만, 반복학습을 통해 용어 자체에 친숙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인간 중심의 이야기로 마무리됐고, 계속해서 탐구해야 한다는 명확하지 않은 결론이 됐지만 그 과정 자체가 흥미로운 여정이 됨으로써 과학적, 철학적 두 부분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10 구성 9 재미 9 재독성 9 표현력 8 가독성 9 평균 9)

철학적 논제를 과학적 방식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를 통해 탐구하는 인간의 이야기.


감상자(鑑賞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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