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화, 그리고 인사
안녕하세요 로지 입니다.
언제나 곧 완결이 가까워졌다고 느꼈고,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생각하며 이번 화를 적어 내려갑니다.
이번 글을 끝으로 '심리학 대학원 에세이'를 마치려 합니다.
돌아보면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대학원의 구조도, 문화도, 여전히 바뀌지 않은 것들이 많고, 앞으로 얼마나 바뀔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번 에세이들을 쓰면서 “어떤 장면들을 지나왔는지, 무엇을 더는 기대하지 않기로 했는지, 어떤 기준을 붙들기로 했는지”를 스스로 또렷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사실 바로 다음화로 계획했던, 박사과정 전체를 통틀어 가장 큰 터닝 포인트가 되었던, 지도교수에게 지도를 받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나눠보려고 했습니다.
실망도 가장 컸고, 신뢰도 많이 깎였던 그 경험을요.
그전까지도 교수 및 교육자 집단에 대한 회의감은 늘 있었지만, 본격적인 논문 지도 과정을 가지면서 제가 품고 있던 기대가 얼마나 ‘나만의 착각’이었는지, 제가 상상했던 것과 실제 교수들의 태도·마인드·역량 사이의 간극이 얼마나 컸는지, 아주 선명하게 알게되었습니다.
그 경험은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일종의 반면교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권위와 마주 서더라도, “겉으로 주어지는 자리와 말, 실제 역량과 책임감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걸 몸으로 배운 것입니다. 그 사실 하나만은 이번 박사과정에서 얻은 가장 핵심적인 통찰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심리학 대학원에 들어가려고 고민 중인 사람들, 이미 안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구조의 ‘위쪽’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한 가지는 꼭 남겨두고 싶습니다.
대학원이라는 공간에서 권한을 가진 이들은, 자신이 쥐고 있는 위치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자주, 더 깊이 돌아봐야 합니다.
교육과 연구를 맡고 있는 사람이라면, 겸허함과 책임감,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역량”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학생의 이름과 논문만 빌려 쓰는 자리가 아니라, 함께 사고하고 키워내는 자리에 서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기득권에 있는 사람들이 이 점을 자각하지 못하면, 비틀어진 구조는 여전하더라도, 그 속에서 살아가는 실제 삶들은 계속해서 부서지고 흩어질 뿐입니다.
저는 이번 에세이를 통해 스스로 잘 정리해 볼 수 있었다고 느낍니다. 그 이상의 구체적인 경험은 저만의 기록으로 남겨 두려 합니다. 더 이상 거기에 에너지를 쏟기보다는, 제가 잘할 수 있는 자리, 정서와 관계, 심리치료 현장에서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작업에 힘을 쓰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심리상담과 심리치료, 이 분야의 교육과 연구에 대해 필요한 질문들을 던지고, 그에 답을 찾아가며 나누는 글은 계속될 것입니다.
대학원 이야기는 일단 한 번 숨을 고르고 내려놓지만, 한국의 심리치료 현장에서 마주하는 고민들, 정서와 관계에 대한 이야기, 상담 장면에서 길어 올린 질문들은 형태를 바꿔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그 이야기가 궁금한 분들은, 블로그에서 계속 만나면 좋겠습니다. 저는 저대로, 제가 중요하다고 믿는 질문들을 붙들고, 제 속도와 방식으로 걸어가 볼 생각입니다.
여기까지 함께 와 준 모든 분들께, 고마움을 남기며 이 시리즈를 닫습니다. 감사합니다.
2025.12.16.
로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