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나의 여정은 진행 중이다. <심리학자이자 치료자, 로지>
10년을 넘어가며, 이 여정은 여전히 즐겁고, 영감이 넘친다.
지금 여기, 펼쳐질 풍경을 기대하며, 다음 발걸음을 딛고 있다.
처음 심리학, 상담심리학을 만났을 때를 떠올린다. 숨이 탁- 트이는 그 기분을 잊을 수 없다.
잘하는 일이 아닌, 내가 오랫동안 깊이 좋아할 수 있는 일을 마주했을 때. 그 느낌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적성이나 특기라는 말로 담을 수 없는 경험을 나는 10년 넘게 이어왔다. 이 길은 지금도 내 삶에 영감을 주고, 일상을 충만하게 한다. 얼마나 운이 좋은가.
처음 심리학 대학원에 들어섰을 때, 모든 것이 빛났다. 기대했던 수많은 것들이 풍성해지고, 배움은 언제나 설레고 빛날 거라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한국에서 상담심리학, 심리치료 분야는 너무도 예상 밖의 길을 보여주곤 했다. 위계와 눈치, 체면이 앞서며 진정한 교육과 학습은 자리를 잃고 있었다. 기대했던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배움은 찾기 어려웠다. 교육자는 명예와 결과에 치중했고, 학습자는 자격증과 졸업장에만 매달렸다. 진정한 배움과 성장의 자리는 계속해서 희미해져 갔다. 나는 그 속에서 흔들리기도, 작아지기도 했다. "정말, 이 모습이 맞는 걸까?"라는 질문이 항상 나를 붙들곤 했다.
하지만 놓지 않았던 것이 있었다. 한 개인이 있는 그대로, 특별한 존재로 자신만의 실현 경향성을 따라갈 수 있는, 내가 추구하는 심리상담의 본질이었다. 정서를 통해 사람은 비로소 자기답게 주체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음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꿈.
이 꿈은 해를 거듭할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심리상담은 치유, 그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온전히 존재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변화'를 추구한다. 치유와 회복은 그 과정에서 함께 따라오는 것들이다. 나는 그 가치를 믿고 있고, 수많은 연구들에서, 실제로 수년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심리상담에서 실제로 경험했다.
이 가치를 믿고 있기에, 이는 내가 흔들리는 순간에도 충분한 위안을 주곤 했다. 그 사실은 변함없기에 열악한 한국의 교육 환경에서 숱하게 흔들릴지라도 꺼지지 않는 불씨였다. 환멸과 기대 사이에서 휘청거릴 때마다, 충분히 평안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연구자가 되었고, 치료자가 되었다. 연구실에서 현상을 탐구하는 일과, 상담실에서 한 사람의 경험을 온전히 듣는 일은 다르면서도 같았다. 결국 내가 오래 붙잡고 싶었던 질문은 하나였다. “정서는 어떻게 우리를 변화시키는가.”
한국에서 심리학은 여전히 조언과 평가에 머물러 있다. 정신건강은 진단과 결과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말하고 싶었다.
"정서를 문제시하며 제거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주해 보자.
그때 비로소 찾아오는 평안을 허용해 보자."
"그 속에서 하나의 존재로서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중심을 세워보자."
"중심이 있는 한, 우리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고, 흔들려도 괜찮다.
그럼에도 우리는 충분히 평안할 수 있기에, 괜찮다."
글은 내게 그 말을 전할 또 하나의 자리였다.
브런치 10주년이라는 자리에 내 글이 놓인다면, 그것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다. 같은 길을 걷는 누군가에게는 ‘나도 가능하리라’는 영감을, 주저하는 누군가에게는 ‘망설여도 괜찮다’는 위로를 전하고 싶다. 우리는 여전히 특별한 존재임을, 진심으로 전하고 싶다.
“나는 수없이 흔들렸고, 여전히 흔들리고 있지만,
여전히 이 여정에서 즐겁고 평안하게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그렇기에, 당신도 당신만의 중심을 가지고 걸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