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다 어려워
가을철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어린새다. 어린새는 주로 우리나라를 경유하여 남쪽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어른새는 어린새에 비해 개체수가 현저히 적다. 아마도 다른 경로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여기서 다른 경로라 함은 일본도 있겠지만 전 세계적인 관찰 사이트를 근거로 볼 때 중국쪽이 아닐까 판단되고 있다. 중국 동해안을 타고 내려간다는 의미다.
어린새는 번식깃과 유사한 점이 많다. 이 특징은 다른 도요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그래서 번식깃과 어린새가 같이 보일 때 구별하기가 어렵다. 일단 어깨깃에 V자 흰색선이 어린새의 경우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번식깃에서는 어린새에 비해 약하다. 확실하게 해두고 싶은 것은 없다가 아니라 약하다는 있기는 있지만 좀 부실하다는 의미이므로 어느 정도 혼동될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멱은 흰색이며 가슴의 무늬도 번식깃에 비해 약하고 가슴옆도 무늬가 약하다. 자꾸 약하다고 하니까 상당히 애매한 느낌일 수 있는데 맞는 말이다. 상당히 애매한게 사실이다. 특히 멱의 경우 완전한 번식깃 상태에서 번식이 끝난 후 내려오는 새들이기 때문에 봄에 보이는 번식깃 보다는 멱과 가슴 등이 더 진하게 보인다. 따라서 봄 번식깃과 비교하면 곤란하다.
위의 사진은 가장 전형적인 어린새의 모습이라고 판단된다. 요런 새를 찾으면 되는데... 아무튼 그렇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완전한 종달도요 비번식깃을 볼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안되는 일이 없는 나라이기 때문에 찍힌 사진을 확인했다. 이게 확률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두말하면 잔소리가 된다. 내가 본 비번식깃은 비번식깃이라기 보다는 번식깃에서 비번식깃으로 바뀌는 새를 본게 전부다. 그것도 약간 변한 정도로 수치로 말하면 한 30% 정도 바뀐 새로 보인다.
이 정도면 거의 번식깃인데 색이 살짝 빠진 정도라고 할까? 아무튼 보기 어렵다. 서로 대조될 수 있는 개체로는 다음 사진이 있다.
비번식깃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번식깃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멱이 흰색이다.
처음 종달도요를 얘기할 때 크기에 대한 얘기를 했었다. 작다고... 얼마나? 대충 이 정도...
알락도요는 흔한 새라서 사진을 골라 봤다. 알락도요가 어느 정도 크기인지 아는 사람은 이 사진을 보면 종달도요가 어느 정도 크기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이 종달도요 뒤가 알락도요다. 겁나 작다. 대충 작은 병아리 정도의 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새를 보는 사람이 처음에는 보통 새로운 종을 봐서 종수를 늘리는데 열중한다. 우리나라에 찾아온 새는 현재까지 598종이다. 보통 400종이 넘으면 종추가는 상당히 힘들어진다. 맨날 같은 새를 봐야한다는 뜻이다. 이러면 재미가 없다. 취미라는 것이 기록 경신이 중요한데 기록이 안올라가면 재미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생각해낸 편법이 이렇게 새를 쪼개는 것이다. 암컷, 수컷, 번식깃, 비번식깃, 어린새, 1회겨울깃, 1회여름깃까지 쪼개면 봐야할 새가 엄청나게 늘어난다.
내가 이렇게 새를 보는 이유는 별개 아니다. 탐조에 좀 더 재미를 실어줄 생각으로 이렇게 보는 것이다.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덕후라는 것이 보통 이런 식이지 않은가 말이다. 난 절대로 새를 보는 사람은 모두 이렇게 새를 봐야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냥 이렇게 새를 보는 사람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