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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탐조는

새를 모르는데 새를 찍는 방법

AI가 열 일을 한다.

by 김대환

모르는 게 새뿐이겠는가? 난 다 모른다. 상관이 없다. 몰라도 된다. 사진만 찍으면 된다. 그럼 알 수 있다.

요즘은 AI가 열 일을 하기 때문이다.


퇴직 후 외국에 나가 새를 보기 시작했다. 때때로 새를 찍다 보면 새가 앉아 있던 나무의 꽃도 찍게 된다. 내 앞으로 기어가는 벌레도 찍게 된다. 열대 지역은 원숭이들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럼 또 열심히 사진을 찍게 된다. 그런데 내가 찍은 이것들이 다 뭘까?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른다. 그렇다고 책을 뒤져서 알아보고자 하니 그건 좀...


예전에는 그렇게 했다. 진짜로... 이제 나이도 좀 먹고 귀찮아서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래도 궁금은 하다. 이름도 모르는데 이걸 학~~ 씨~ 지워버릴까? 아니다. AI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냥 AI가 아니다. 정리까지 해주는 AI가 있다. 이제부터 그걸 소개하려고 한다.


뭐가 있을까? 생물을 전문적으로 알려주고 소개해 주는 사이트는 보통 2가지로 얘기된다. eBird라는 것이 있고 iNaturalist라는 것이 있다. eBird는 주로 새를 올리는 곳이고 iNaturalist는 새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을 올리는 곳이다. 난 eBird는 사용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많이 쓰지만 난 안 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iNaturalist가 더 정확하고 편하기 때문이다.

스크린샷 2025-10-09 111526.png eBird에는 아무런 자료도 없다 ㅋㅋㅋ
스크린샷 2025-10-09 103623.png iNaturalist에는 1000개가 넘는 자료가 있다.

두 사이트는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시스템이 다르다. 이버드는 내 자료를 그냥 올린다. 맞든 틀리든. 맞으면 맞다. 틀리면 틀리다는 검증 시스템이 없다. 이걸 데이터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대청봉에서 물꿩을 봤다고 올려도 이버드에는 올라간다. 하지만 아네리에서는 검증 과정이 돌아간다. 다른 전문가들이 내 자료를 보고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답을 적게 되어 있다. 이게 다른 점이다.


뭐... 이런 게 뭐가 중요해. 무슨 상관이야. 볼 수도 있지라면 이버드에 올리면 된다. 그건 아니지. 내가 니 자료를 참고해서 물꿩을 보러 가려고 하는데 대청봉을 가야 한다고? 그게 맞아? 내가 올린 자료에 정확도를 높이고 싶다면 iNaturalist에 올리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외국 여행을 자주 다니는 나는 외국에서 새를 보기 위한 기초 자료로 이버드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냥 참고만 할 뿐이다. 그걸 믿고 그곳에 가지는 않는다. 만약에 그곳에 가려면 반드시 아네리를 확인한다. 그럼 이버드는 보는 이유는 뭘까? 간단하다. 어느 지역에 새가 어느 정도 나왔는지 정도만 확인한다. 무슨 새가 있는지는 참고만 한다. 꼭 그 새를 보고 싶다면 아네리를 확인한다.


이걸 기록 차원에서 생각해 보자. 내가 찍은 사진을 기록하고 싶다. 이버드는 검증이 안되니까 그냥 맞든 틀리든 올리고 정신 승리하면 끝이다. 하지만 아네리는 지속적인 검증 작업을 거쳐서 정확도를 높인다. 그래서 내가 몇 종의 새를 봤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게 뭐가 중요하냐고? 어떤 사람에게는 중요할 수도 있지... 니가 안 한다고 그렇게 말하지 마. 어차피 외국에 새 보러 다닐 것도 아니잖아. 내가 널 더러 앙코르와트는 뭐 하러 가냐고 하지 않잖아? 사람 마다 보고 싶은게 다른거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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