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특별한 당신들
해외 여행과 체류가 일상화된 삶을 기대한 적이 있던가. 참 희한한 일이다. 어느새 방문한 나라가 24개국이 되었다. 공항이 버스 터미널처럼 느껴지고, 이미 방문했던 나라를 업무, 사이드 프로젝트, 환승, 여행차 중복으로 가는 경우도 허다해졌다. 역마살이 제대로 꼈나보다.
이렇게 해외를 돌아다니기 전에, 어느해 어버이날에 어머니 아버지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나에게 어머니와 아버지는 매우 평면적인 분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사회에 보이는 체면과 지위, 학력과 외모를 중시하고, 내가 그 궤도에 벗어날 때마다 나를 제자리로 돌리시려고 노력하셨다. "ㅇㅇ아, 왜 자꾸 비정상이 되려 그러니!" 20대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인 것 같다. 이렇다보니 어머니와 아버지의 꿈이나 취향, 가치관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사회적 통념 정도 되리라 대강 생각했나 보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의 평생 꿈은 아르헨티나에 가서 탱고를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아니, 저리도 보편적 삶을 추구하는 것 같았던 분의 꿈이 탱고 배우기라니! 생각해보면 어머니는 작곡을 전공하셨기에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으셨다. 아버지도 범상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아버지는 어렸을 적부터 LP판을 2000장 모으셨고 생물학과에 진학했는데 시쓰기를 즐기셨다. 군함과 탱크, 타이타닉배, 어엿쁜 유럽의 집과 같은 프라모델 색칠에도 여느 주말마다 진심으로 몰입하셨다. 그래서 우리집은 아버지가 거실에서 흩뿌리는 페인트 냄새가 주말마다 진동하곤 했다.
어른이 되고 보니 부모님의 작은 습관과 취미들이 엄청난 개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런 부모님의 개성들이 내 안에도 한 부분 자리잡고 있었으리라는 추측을 해본다.
앞으로 이렇게 돌아다니는 삶을 살게 된다면 부모님과 함께할 날이 많지 않다.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들, 그분들의 생각과 취향을 기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이유다. 글을 쓰면서 부모님이 그 누구보다 특별한 개개인이란 점을 되새기고 싶다.
-라고 글을 마무리한 순간, 어머니가 옆에서 "ㅇㅇ아, 모험심을 버려라!"라고 말하셨다. 김이 빠졌지만 그래도 글을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