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에게 취재란 (2)

줌인 - 인터뷰에서 친구가 바라본 자신

나는 오래전부터 김기자가 쓰는 글을 좋아했다. 우리 둘 다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시절이 있었고, 그때 서로의 글을 읽어볼 기회가 종종 있었다. 김기자의 논술은 문장이 투박하거나 거칠지 않고, 늘 따스함이 묻어났다. 그래서 그가 다른 업계에서 일을 하다가 3년 만에 기자로 취업했다는 소식을 들려주었을 때 진심으로 기뻤다.


너는 처음에 어떻게 하다가 공공기관에 들어가게 됐어?

처음에는 언론고시를 준비했어. 면접에서 자꾸만 떨어지는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니까 ‘언론이랑 나랑 잘 안 맞나?’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그래서 플랜B를 모색해서 여기저기 써보다가 운 좋게 붙었지. 처음에는 거기에서 뼈를 묻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들어갔을 때에는 일 자체로는 보람을 찾을 수가 없었어. 사람들의 속성이 나랑은 좀 다른 측면이 많다는 것도 느꼈어. 사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어. 그런데 내가 계속 삶의 다음 스텝을 찾기에는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 같아. 그래서 일년 동안 언론고시를 절실하게 준비를 했어.


네가 언론에 안 맞는 사람인가? 이렇게 생각했을 때가 있다고 했잖아. 너가 그런 얘기했던 것 기억나. 기자들은 많이 마시고 외향적이라는 인식. 그런데 나는 너가 언론에 너무 잘 맞는 사람인 것 같아. 지금 기자가 돼서 활동하는 모습 보면.

아 그런가. 난 지금도 뭔가 내가 언론에 엄청 잘 맞는다고 느끼진 않아. 입사하고 나서 금방 깨달았어. 내가 이 직장에서 우선순위인 인재상이 아니라고. 언론사에서 기대하는 능력은 어떤 현안에 빠르게 붙고 날카로운 보도를 쓰는 거야. 내가 처음에 수습기간 끝나고 받았던 평가가 그거였거든. 마음이 약해서 ‘조지는(비판하는)’ 기사를 잘 못 쓸 것 같다. 그게 맞거든. 나는 어떤 사안이든 가해자라고 분류된 사람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을 하는 편이고. 그래서 억울하거나 슬픈, 마음 아픈 사연이 있으면 마음이 약해지는 편이야.


근데 그런 기자도 필요하지 않아?

필요하지. 그렇지만 언론사가 제일 좋아하는 인재상은 어떤 권력자의 부패와 비리에 대해서 알고 그런 것들을 단독 보도로 빠르게 다루는 기자야. 그런 선배들을 보면 너무 대단하고 멋있지만은 사실 나는 그런 사람 못 되는 것 같거든. 그리고 그런 보도를 하는 것이 가슴이 뛰지 않아. 나는 약자의 이야기를 보도할 때에 자랑스러움을 느끼거든.


그런데 너가 몸담은 언론사는 약자의 이야기를 잘 는 거로 알려져 있잖아.

그런 개인기를 발휘해주는 선배들이 있어.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독자의 호응을 얻기 때문에 윗선에서의 반응이 꼭 일치하지 않더라도 솔직히 용기를 얻긴 하거든.


너가 개인기로 인정받는 대기자가 될 것 같아.

그런데 내가 그렇게 이름을 남기는 거에 의미를 두지 않아. 내가 스스로 생각할 때 의미 있는 기사를 쓸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한 것 같고. 나는 회사가 원하는 단독을 써주는 선후배가 있으면 질투가 나지 않고 오히려 고맙거든.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을 대신 해주거니까 감사해. 그러면 나는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보도들에 집중할 수 있게 되니까.


너가 뿌듯함을 느꼈던 기사는 뭐야?

사실 제일 많이 공을 들여서 썼던 기사는 언니한테도 보내줬던 산불 기획이었어. 어떤 할머니에 대한 기사거든. 사실 그 할머니에게 되게 많은 애정을 느꼈어. 나는 그런 보편적이면서도 소수자성이 있는 기사를 잘 써보고 싶어. 사람들이 잘 몰랐던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내가 그 기사를 좀 더 잘 썼으면 어땠을지 항상 생각해. 기사가 생각보다 반향이 일지 않았거든. 그런 게 항상 좀 아쉬워.


그 마음이 너무 예쁜 것 같아. 기사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기고 할머니를 위해서 그 기사가 반향을 일으켰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

매일매일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그때 그 시기에만 만나는 사람들이니까. 내가 이거보다 더 잘 써줘야 되는데, 내 역량에 한계가 있어서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 쓰는 기자구나. 너는 지금도 충분히 기사를 잘 쓰는데. 너가 만족했던 기사는 뭐야?

견습 시절에 장애를 가진 수능 수험생들에 대한 기사를 쓴 적이 있어. 그 기사가 실제로 반향이 좋기도 했어. 그날 새벽 여섯시부터 출근해서 밤 열한시까지 취재해서 쓴 거거든. 그게 나한테도 좀 의미가 있었던 경험이었던 것 같아.


나 그 기사 너무 좋았어. 그거 발제도 너가 했던 거야?

맞아. 근데 사실은 그 발제가 거의 ‘킬’ 당했다가 바이스가 열심히 띄워줘서 겨우 살렸다고 들었어. 그래서 사실은 거의 못 쓸 수도 있는 기사였어. 아직도 기억나는 게, 그때 아침 저녁으로 한 번씩 수험장에 가서 학부모님들을 두 번이나 만났거든. 내가 학부모님들에게 ‘애기가 수능 올해 친다고 너무 힘들겠다’하니까 그분들이 나한테 ‘기자님이 더 힘들어보인다’고 이야기하셨던 기억이 나. 그렇게 고생했으니까 그날이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 내가 하고 싶었던 취재이기도 했고. 당시에 사건을 따오라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어. 그러다가 하고 싶은 주제를 다뤘는데 반향도 있었으니까 되게 의미 있던 기사였어.


너가 삼년차에 벌써 굵직하고 호흡이 긴 사회부 기사들을 쓰는 모습이 너무 대견해. 그게 너가 칼럼을 쓰고자 했던 너의 예전 바람과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응, 나는 단독 기사보다는 이런 기사에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아. 사실 내가 처음 사건 단독 기사를 썼을 때, 보도가 피해자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방향으로 나간 적이 있었어. 그게 취재원한테 너무 미안해서 나한테는 트라우마처럼 남았거든. 그 뒤로는 일부러 그런 기사를 쓸 기회가 있어도 스스로 보고하지 않았던 것 같아. 예전에는 내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긍정적인 요소로 느껴졌는데, 그 사건 이후로는 오히려 무서운 일이 되어버렸어. 내가 함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게.


너는 참 대단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정받고 싶어서 어떻게든 단독을 쓰려고 하잖아. 그런데 너는 사건을 흘러보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고운 심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세상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믿어. 시류를 따라가지 않고, 자기만의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 시류휩쓸려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대세가 되기도 하지. 하지만 어떤 이들은 대세와는 다른 선택을 하면서도 자신의 고귀한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더라. 나는 네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

그렇구나. 그런데 사실 언론이 권장하는 기자의 모습은 그런 건 아닐지도 몰라. 내가 보기엔 권장되는 모습을 실천하는 선배들이 너무 멋있어 보여. 나도 그게 필요하다는 건 잘 알지만, 그냥 나는 그런 걸 잘 못하는 종류의 사람인 것 같아.


너는 뭘 잘한다고 생각해?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정말 재미있어. 어떤 사람들과 인터뷰를 할 때는 일이 밤 열한 시에 끝나도 즐겁고, 초과근무를 해도 힘들지 않아. 보람도 느껴지고. 다만 그런 기사가 조회수가 잘 나오지는 않지. 인정은 덜 받을 수 있지만, 그래도 나는 그게 좋더라고. 오히려 그럴 때가 유일하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인 것 같아.


너는 어떤 분야를 더 깊게 다루고 싶어?

나는 늘 아동과 이주민 문제에 관심이 있었어. 그쪽에 조금이라도 더 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


어떤 기자가 되고 싶어?

나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세상에 들리게 하는 기자가 되고 싶었어. 대학생 때 이주 아동 권리 보장 기본법에 대해 토론하면서 처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세상에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있다는 걸 그때 알았거든. 그래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전하는 존재가 되고 싶었어. 이미 너무 많이 전달되고 있는 목소리는 나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전할 수 있잖아. 하지만 안 들리는 목소리는 누군가 꼭 전해야 한다고 믿어. 나는 그 역할을 하고 싶었어.


김기자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전하는 기자가 될 것이다. 아직 3년차밖에 되지 않은 그가 지금의 고민을 딛고 매일 같이 정성을 담은 기사를 출고해 나간다면. 10년 뒤엔, 15년 뒤엔, 20년 뒤엔 얼마나 더 멋진 기사들이 세상에 나와있을까? 그리고 그 기사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그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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