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캐릭터탐구생활

by 페리테일

(영화를 본 사람들과 나눌 이야기입니다.약간의 스포일러..라고 하기도 좀 뭐하지만 일단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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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오랜만에 극장에 갔다.

코로나 시기를 거친 후 우리의 극장 나들이는 10분의 1토막,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적어졌고 점점 극장이 우리에게 주던 그 감동과 즐거움을 잊어가고 있었다.

개봉 전부터 기다리던 영화여서 바로 보려고 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이제 다녀왔다.

영화를 본 뒤 우리 둘 캐릭터의 모습은 아래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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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이렇게 펑펑 울어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영화 중간즈음을 넘어가면서부터 조짐이 보이더니

마지막 즈음에 정말 펑펑 울었다.

우리는 이 이야기의 끝을 안다.

그것은 기록된(물론 상상이 첨가된 것이지만) 일이고 이 영화는 역사의 결과물을 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비극일 테고 영화의 타임라인을 대충 알 수 있다.

나는 처음에 호랑이신에서 살짝 걱정이 들었다.

장항준 감독이 뭔가 코미디적인 요소를 과하게 넣은 게 아닐까 싶었거든.

하지만 그건 기우였고 영화는 대단했다.

단종(박지훈)의 눈동자는 그냥 그 자체로 서사였다.

첫 장면에서 단종의 그 흔들리고 슬프고 유약해 보이는 눈동자로 나는 이 영화가 성공이라 생각했다.

원래 되는 영화가 그렇다. 하나가 좋으면 다른 요소들이 엄청난 결합으로 대단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거든.

그 대단한 퍼포먼스는 엄흥도(유해진)의 클라이맥스 단종의 죽음신에서 정점을 찍는다.

화면 가득 단종의 붉어서 터져버릴 것 같은 눈망울과 이어지는 엄흥도의 '이제 강을 다 건넜습니다'하며 나지막하지만 모든 울분과 설움의 대사가 흘러나올 때 보라요정님과 나는 정말 꺽꺽대며 울음이 터졌다.

거대한 화면에 가득 차서 화면밖으로 터져 나오는 슬픔이 우리를 온통 휘감아놓았다.

(거기서 끝난 줄 알았는데 강을 떠내려가는 단종의 시신에 엄흥도가 손을 내어 끌어당기는 신에서 두번째 울음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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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극장은 이런 곳이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기분은, 내 안을 가득 채워주는 모든 감동은 이런 것이지.

영화중간에 일시정지를 누르거나 빨리 재생을 누르지 않는, 그냥 좌석 깊은 곳에서 화면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이 몰입감 이런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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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요정님과 4시에 본 영화 이야기를 지금까지 나누다 이제 나는 글로 정리하고 있다.

한동안은 너무 좋아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개인적인 고난도 어느정도 희미해질 것 같다.

좋은 영화를 보니 가슴이 쿵쿵거린다.

극장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10년뒤에도, 20년 뒤에도 이런 기분을 계속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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