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어떤 시간은 아직도....
당신과
나사이
2.5그램
93번째 2.5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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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파서
1년 반이 넘게
집에만 있다가
제대로 처음 나온 날
나는 명동에 갔다.
그냥
사람이 가장 많은 곳에 가고 싶었다.
20년이 넘게 오르락내리락하던
낡은 아파트 계단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가슴이 뛰고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지만
그때의 역 이름은 성내였고
지하로 내려가기 전
몇 정거장이 지상으로
움직이는데
사람이 별로 없는
한 낮의 지하철 2호선
창문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은
말랑말랑해진
내 마음을 결정적으로 쥐고 흔들었다.
나는 눈물이 터져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1년 반 만에 보는
직접 맞는 바깥의 햇살과
그 햇살을 타고 부유하는
먼지의 냄새들마저
모든 게 다 좋았다.
그리고 그 순간
차창밖으로 흘러가는 모든 모습들이
느리게 바뀌었다.
명동에 도착해서
그날 해가 떨어지는 순간까지 걸어 다니고
그냥 아무데나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보고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다.
사람은 무뎌지고
기억은 희석된다.
그날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어떤 시간은
종종 느리게 간다.
그때로부터
십 몇 년.
이곳에서의
5번째 봄이 끝나간다.
-덧붙임 1-
그리고 다음 작업을 위한 광고
글 밑에 제 작업 광고가 들어가도
아 쟤 열심히 사는구나 하고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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