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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리테일 Apr 20. 2016

그때 나의 시간이 잠시 느리게 갔다.

그리고 어떤 시간은 아직도....


< 나는 이제 좀 행복해져야겠다 #93 >




당신과

나사이

2.5그램




93번째 2.5그램



+

몸이 아파서

1년 반이 넘게

집에만 있다가

제대로 처음 나온 날

나는 명동에 갔다.

그냥

사람이 가장 많은 곳에 가고 싶었다.


20년이 넘게 오르락내리락하던

낡은 아파트 계단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가슴이 뛰고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지금은 이름이 바뀌었지만

그때의 역 이름은 성내였고

지하로 내려가기 전

몇 정거장이 지상으로

움직이는데

사람이 별로 없는

한 낮의 지하철 2호선

창문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은

말랑말랑해진

내 마음을 결정적으로 쥐고 흔들었다.

나는 눈물이 터져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1년 반 만에 보는

직접 맞는 바깥의 햇살과

그 햇살을 타고 부유하는

먼지의 냄새들마저

모든 게 다 좋았다.







 그리고 그 순간

차창밖으로 흘러가는 모든 모습들이

느리게 바뀌었다.


명동에 도착해서

그날 해가 떨어지는 순간까지 걸어 다니고

그냥 아무데나 앉아

지나는 사람들을 보고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다.




사람은 무뎌지고

기억은 희석된다.


그날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어떤 시간은

종종 느리게 간다.


그때로부터

십 몇 년.


이곳에서의

5번째 봄이 끝나간다.



페리테일 인스타그램







-덧붙임 1-

그리고  다음 작업을 위한 광고

글 밑에  제 작업 광고가 들어가도

아 쟤 열심히 사는구나 하고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흑흑




이건 페리의 새해이모티콘중 하나!


"카카오톡 이모티콘

페리의 극과 극 아이러니라이프"


http://bit.ly/Peryt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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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테일을 검색하시면

그동안 나온 다른 페리테일 이모티콘을

모두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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