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의 감정가게
페리의
감정가게
작업하다 창밖을 내다보니
어느새 바깥세상이 온통 하얗다.
어쩌면 이번 겨울의
마지막 눈 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걸음을 내보았다.
이렇게 또 한 계절 살아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살아냈구나
어찌 됐든 이곳에 도착했으니
그래 잘 했구나 하고 토닥이는 게
스스로에게 좋다.
아침이면
자동차 바퀴에
사람의 발걸음에
높아진 온도에
다 녹을 눈이다.
그래 그런 것.
다 녹을 일이다.
아직까지 날 붙잡고 있는
그 모든 일들도
다 녹아버릴 일이다.
뽀드득뽀드득
겨울의 마지막 페이지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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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시간기록장_뻔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