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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리테일 Dec 01. 2020

나의 1센티 고양이

1000일의 오랑씨


나의 

1센티

고양이




+


2018년 3월 8일


그 날 우리는,

커피를 마시러 집에서 한 시간 넘는 거리를 건너왔고

그 카페가 문은 닫을 때까지 있다가 나왔다.


3월의 밤은 아직 겨울이 다 가지 않아서 

 공기가 서늘했는데

카페에서 나온 우리를 보자마자 조그만 생명체가 따라오기 시작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1qZMbYdUoc

https://www.youtube.com/watch?v=2R_yXB-Y4PA


처음에는 여기 근처 가게에서 키우는 녀석인가 하고 생각했다.

목걸이도 하고 있었고.

너무 따라와서 아직 문을 닫지 않은 가게들에 물어보니

며칠 전부터 보인다고, 여기서 키우는 고양이는 아니라고 했다.


이렇게 따라오다 말겠지 하는 녀석이 

거의 한 시간이 되도록 가지 않아서 

'어쩌나..?' 

했지만 우리는 키울 수 없을 거라 생각했기에 잘 가라고 하고 차에 올랐는데

이 녀석이 차에 딱 붙어서 가지를 않는 거야.

너무 작은 녀석이라

보이지가 않으니 차를 뺄 수 없어서

문을 열고

"야 너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같이 갈 거야?" 했더니


차에 냉큼 올라타는 게 아닌가.


그동안 길에서 많은 냥이들을 보았지만

우리와는 연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내(?) 건강상의 문제도 있고 해서

그저 밥을 주거나 잠시 쓰다듬어 주는 게 전부였는데

 그 날, 

이 녀석은 조금 달랐고

우리도 조금  달랐다.



혹시 어디 아픈 데는 없나 하고

그 밤에 24시간 병원을 검색해서 데려갔어.



병원에서 검사를 해보고 특별히 이상은 없다고 하셔서

집에 데려오는데




초보 집사들은 아무것도 모르니

병원에서 사료며 모래며 주는 대로 사 왔다.


마침 한 달 뒤에 이사라 집안이 정신없었는데도

녀석은 오자마자 식빵도 굽고,



 그 어떤 경계도 없이 

골골골 소리를 내며 잘도 잤다.




오래된 작고 낡은 이케아 소파에

오래된 이불을 덮고 누웠다.


녀석은 그런 내 다리를 베고 

잠이 들었는데

나는 이제 어쩌나 하는 불안감과 여러 가지 생각으로 

하얗게 밤을 새웠다.



처음 본 고양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살갑게 다가오고

물거나 할퀴지도 않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우리는 녀석과 같이 살 수 없을 거라 생각했고

잘 임보 하다가 좋은 분에게 입양 보내야지 했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성묘다 보니 입양이 잘 안될 것 같아,

건강검진도 하고 접종도 하고

(돈 들어갈만한 것을 다 해놓으면) 그래도 좋은 분이 나타나지 않을까 해서

하나하나 하다 보니

시간이 흐르고,

녀석에게 '오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게 되고,

마음을 주고 시간을 나누다

오랑이는 우리와 같이 살게 되었고

어느새....

1000일이 지났다.



+

오랑이는 첫날 

우리의 품에 안긴 것처럼

매일같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우리에게 안겨서 잠을 

말을 하고 

마음을 준다.






봄에 와서 

겨울의 마음을 끝내준 

봄 같은 오랑이와

우리는 이제 곧 세 번째 봄을 기다린다.




오랑아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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