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클리닉액 / 클리닉크린겔 / 바이오크린콜
올해 초, 정확히 2월 중순까지는 아주 간단했다. 셀프 방역 루틴이라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였으니. 우선 아래의 세 가지를 매일 실천에 옮겼다.
손 씻기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만지지 않고 화장실로 직행해 손부터 열심히 씻었다. 물론 코로나 19가 발생하기 전에도 손 씻기는 언제 어디서나 철저한 편이었지만 '아무것도 만지지 않고' 이 부분이 추가되었다.
알코올홀릭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물티슈에 알코올, 그중에서도 바이오 크린콜을 뿌려 문고리와 핸드폰 액정을 매일 닦았다.
섬유 탈취제 못 잃어
한겨울이었던 터라 자주 빨 수 없는 패딩이나 코트를 계속 입는 게 찝찝했다. 알아서 척척 의류를 관리해주는 가전제품이 있다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매일 섬유 탈취제라도 열심히 뿌렸다. 세균 제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대구와 경북을 시작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마음속 불안감과 공포는 점점 커졌다. 그런 불안감 때문인지 좀 더 그럴듯한 나만의 집안 소독 루틴이 생겼고, 페스트세븐에서 셀프 방역 제품으로 판매하는 클리닉액과 클리닉크린겔을 소셜커머스에서 바이오크린콜 20리터짜리 말통 하나를 구매했다.
그렇게 2월 말부터 시작된 새로운 집안 소독 튜토리얼은 다음과 같다.
(1) 번호키를 포함한 현관문, 집안 문고리, 전자기기, 가전제품 손잡이는 일주일에 1번 '페스트세븐 클리닉액' 살균소독제로 소독한다. 자사 제품이라 쓰는 건 아니고 환경부에서 등록된 방역용 소독제라 살균소독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여느 회사처럼 자사 직원에게는 할인 찬스가 있다.
(2) 퇴근 후 매일 하루에도 1번 이상 물티슈에 '진로 바이오크린콜' 알코올을 뿌려서 문고리, 식탁, 핸드폰 액정을 닦는다. 아, 택배를 받으면 상자는 바로 버리고 구매한 물건에 한 번씩 뿌려서 말려놓는다.
(3) 집으로 가족이나 친구가 찾아오면 현관에서 '페스트세븐 클리닉크린겔'로 손을 소독하는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 밖에서 왔으니 손부터 씻으라며 화장실로 몰아넣는 것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불편하지 않은 방법이더라.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은 시기에는 가족과 회사 직원들 외에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오늘 만나! 있다가 봐! 이번 주말에 보자! 이런 일상적인 표현조차 그리워질 지경이다.
이 모든 제품들을 막무가내로 아무 데나 과하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래서도 안되고. 세 가지 제품 모두 주의사항과 사용법에 맞게 써야 하는데 유독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있다.
클리닉액
사람의 피부, 의류, 조리기구나 식기에 사용하는 소독제가 아니다. 단단한 물체 그러니까 현관문, 가전제품 손잡이, 전자기기, 책상 이런 것을 소독하는 데 사용하는 제품이다. 공중에 마구 뿌리면 안 되고 마른 천이나 행주에 뿌려서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클리닉크린겔
이 제품은 살균소독제가 아니라 '손 소독제;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간혹 손 소독제를 다목적 살균제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종류의 제품은 손에 펌프질 해서 손만 소독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특히 눈, 코, 입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바이오크린콜
식품첨가물이라고 해서 주의사항이 없는 것이 아니다. 에탄올 농도가 75%인 만큼 불이 잘 붙을 수 있어 보관이나 사용 시에 열기, 불이 붙을 수 있는 물체가 근처에 없어야 된다. 알코올의 특성상 코팅되어 있거나 가죽, 금속 제품에 사용하면 자칫 병형이나 변색될 수 있으니 이 부분도 주의해야 한다.
제품마다 사용하는 목적에 따라 사용법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방역 회사를 다니면서 알게 된 생활지식에 전문가들의 데이터인 중앙 방역 대책 본부 자료를 슬쩍 더해 바른 살균소독제 사용법을 정리해봤다.
바른 살균소독제 사용방법
1단계) 클리닉액 같은 방역용 소독제는 사용 전 창문을 열어 소독이 완전히 끝난 뒤에도 1시간 이상 충분히 환기한다.
2단계) 살균소독제 사용 시에 마스크와 니트릴 장갑 같은 방수용 장갑을 착용한다. 나는 거기에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 까지 쓰는 날도 있다.
3단계) 깨끗한 상태의 마른 천이나 수건에 분사해 충분히 적신 다음 소독할 물건을 닦자. 셀프 방역할 때에는 쉽게 생각해 손이 닿는 단단한 물체라고 판단되는 모든 것을 소독한다.
4단계) 30분 뒤 깨끗한 물에 적신 수건으로 다시 닦아낸다. 처음에는 그냥 소독제가 마른 다음에 사용했는데 다시 닦아내는 게 좋다는 중대본 발표 자료를 본 후로 이 과정을 추가했다.
5단계) 사용한 마스크랑 장갑을 벗고 손이랑 얼굴을 비누로 꼼꼼히 닦는다. 그래서 주로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시작하는 편이다.
방역당국에서도 바르게 사용하지 않으면 건강을 위해 쓰는 모든 소독제가 오히려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고 하니 안전하고 바른 사용법을 따르는 건 대수로운 일이다. 비록 몸은 피곤할지라도!
퇴근 후 매일, 매 주말마다 의식처럼 치르는 집안 소독은 방역 회사 마케터로 근무하면서 생긴 일종의 직업병에 약간의 건강염려증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적응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나만큼이나 열과 성을 다하지 않는 이에게도 혹은 나보다 더 진지한 마음과 부지런함으로 생활 방역에 열심인 이에게도 다소 미흡한 나의 집안 소독 루틴이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