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마마 Jan 26. 2022

2021년 결산 일회용 컵

매년 일회용 컵을 줄이기 위한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둘째를 낳고 2018년 회사에 복직한 후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었다. 회사 내에는 카페가 있고, 굉장히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에 2~3잔 커피를 먹는 사람이 대다수이다. 나 역시 커피를 좋아해 하루에 2~3잔은 기본이었다. 즉, 하루에 2~3개의 일회용 컵이 소비된 다는 뜻이다. 일 년에 200일을 일한다고 하면 나 홀로 400~600개의 일회용 컵을 사용하게 된다. 현재 회사 사이트에 상주하는 인원이 1,000명 정도 되고, 그중 절반만 커피를 마신다 치면 일 년에 40만 개에서 60만 개가 이 작은 땅떵어리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난 텀블러를 사용하기로 했다. 일회용 컵이라도 쓰지 않고 생활해보자. 이게 나의 제로 웨이스트의 시작이다. 어쩔 수 없이 일회용 컵을 사용하게 되면 버리지 않고 집에 모아 두고 연말에 이 컵들을 씻으며 반성을 한다. 정말 많은 종이컵이 나로 인해 만들어지고 사용되었구나.

그렇게 4년간 진행한 나의 일회용 컵 사용하지 않기 프로젝트의 결과를 발표한다.


2018년 5월~12월 동안 사용한 일회용 컵 : 150개

2019년 1월~12월 동안 사용한 일회용 컵  : 95개

2020년 1월~12월 동안 사용한 일회용 컵  : 42개 (코로나로 인해 카페가 문을 닫는 일이 잦아졌다.)

2021년 1월~12월  동안 사용한 일회용 컵 : 34개


2019년 사용한 일회용 컵
2020년 사용한 일회용 컵 (나의 블로그에서 가져옴)

2018년에 발생한 150개의 컵의 대다수는 회사에서 발생한 것이다.

'커피 한잔 할까?' 하면, 텀블러를 가지고 가는 것을 깜박하거나 텀블러를 가지고 가지 못할 장소에서 카페로 향할 때 발생하는 수량이다. 휴일에 외출할 때도 마찬가지다. 텀블러를 챙기는 것을 깜박하면 일회용 컵의 사용 개수가 늘어난다. 처음에는 '이번 한 번만 쓰자!' 하고 사용하고 나니 맘이 찜찜하고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목표하는 개수가 점점 차고 아직 일 년의 끝은 보이지 않을 때 초초했다. 그래서 커피를 먹지 않는 방법을 선택하기도 했다. 끝없는 실수의 반복과 반성, 채찍질로 이제 4년이 지난 지금은 텀블러를 깜박하지는 않다. 외출할 때 필수품은 커피를 마실 텀블러, 혹시나 쇼핑할 때를 고려한 에코백, 손을 닦고 종이 페이퍼를 쓰지 않기 위한 손수건.


2020년은 코로나가 발생하여 회사 내 카페가 문을 닫은 날이 많았다. 그래서 일회용 컵은 많이 줄었으나 오히려 편의점을 이용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더 많이 발생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난 회사에 커피 메이커를 들여놓았다. 집에서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카페에 가지 않게 되고 커피 관련 기계를 들여놓기 시작했다. 자동 그라인더, 드립 커피 메이커, 아이스를 위한 얼음틀, 라떼를 위한 거품 제조기까지. 아직 끝나지 않는 물욕 속에 조금 더 탐나는 것이 있다면 에스프레소 머신. 라떼에 필요한 에스프레소를 모카포트로 사용하여 만들곤 했는데 남편님께서 모카포트를 식기세척기에 돌려주셔서 아주 엉망이 되었다. 식기 세척기에 들어간 모카포트는 겉면 코팅이 다 벗겨지면서 흉측해졌고, 추출할 때 알루미늄 배출이 더 심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련 없이 버렸다. 알루미늄은 자폐, 치매를 유발하는 중금속이다. 이것을 알고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코로나로 인해 많은 풍경들이 변했고, 내 모습도 변해간다. 텀블러를 들고 커피를 사러 갔으나 요새는 집에서 커피를 내려 텀블러에 챙겨간다. 이제 커피를 사기 위해 주차를 하고 커피를 내릴 때까지 기다리고 하는 불편함이 사라졌다. 대신 외출 준비가 조금 복잡해졌지만 카페에 들르는 것보다는 시간적으로 금전적으로 이득이다.


'이 종이컵들은 왜 안 버리고 모아?'

'텀블러를 들고 다녀?'

'커피 왜 안 마셔?' (텀블러가 없을 때는 안마시기도 했다.)


이런 질문들을 받을 때마다 나의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전했다. 매번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니 짐도 많지만 추운 겨울에는 보다 커피가 오랫동안 따뜻하고, 더운 여름에는 얼음이 보다 오래 유지된다는 장점도 있다. 처음에 사람들은 날 이상하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소한 일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쓴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코로나가 우리에게 준 영향력을 생각해본다면, 내가 시작한 프로젝트로 인해 주변 동료가 함께 텀블러를 들고 카페에 갈 때를 보면 뿌듯하고 자부심이 생긴다. 나는 영향력이 높은 사람은 아니지만 나의 영향력이 미미않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코로나는 지구의 환경이 얼마큼 오염되었는가를 직접 느끼게 해주었다. 1~2달 각 나라의 생산활동이 멈추니 유럽에서는 돌고래가 돌아왔고, 대한민국에는 미세먼지가 사라지고, 위성으로 본 지구는 더없이 파랬더라나 뭐라나. 근 몇 년 사이 호주의 거대 산불, 중동 사막의 폭설과 같은 이상 기후, 대한민국의 아열대화(이제는 장마보다는 스콜에 가까운 비가 내리는 것을 다들 느끼셨을 것이다.)와 같은 탄성계수를 잃은 것 같은 지구의 상황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 다들 아시리라. 알면 실행에 옮겨야 할 때 아닐까? 나의 일회용 컵 줄이기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1월이 끝나가는 이 시점 2022년 일회용 컵은 벌써 3개다... ㅠㅠ


2021년 사용한 일회용 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