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무기력에서 헤어 나오기

by 윤마마

인생이 재미가 없다. 그냥 모든 것을 그만두고 내려놓고 싶다.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의욕이 없고 무기력하고 삶의 활력을 찾지 못하는 그런 날들이 있다. 아마 나이가 들어서 그렇겠지.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집도 사고 어느 정도 해야 할 일들을 하고 나니 인생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거야. 내 상황을 머릿속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이 무기력을 즐기기에 나는 아직 하수인가 보다. 그 무기력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그 무기력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수많은 생각을 통해 내가 도달한 결론은, 내가 너무 안정적으로만 살았다는 것이다. 부를 얻기 위해, 나의 현재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힘들지 않게 살기 위해 위험 회피 혹은 축소를 위한 선택만 했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더 이상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미래의 삶에 대한 기대가 있다거나 나 자신이 성장한다는 기쁨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내가 해야 하는 삶을 살아온 시간이 길었던 걸까. 안정과 도전 그 사이 어디를 유지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인 것 같다.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하고 싶은 것을 알더라도 실행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그래서 나는 뭐가 하고 싶은 걸까? 수많은 고민과 질문과 수다를 통해 내가 도달한 결론은 내가 아직 ”유학“에 미련이 남았다는 것이다. 경험을 쌓으며 욕구가 충족되거나 후회를 하면서 하고 싶은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아직 나에게 남아있던 미련이 ”유학“이었던 것 같다. 대학 때 나도 영어 유학, 해외 유학을 꿈꾸었다. 교환 학생의 기회도 왔었으나 좋은 학점을 따기 위해 안정적인 길을 택하며 난 그 기회를 포기했다. 돈이 없어서 불안정한 미래가 두려워 바로 취직을 했다. 30살이 될 무렵 나는 스웨덴이란 나라에 푹 빠져 있었다. 친구와 스웨덴어를 공부하며 언젠가 그곳을 꼭 가보리라 생각했다. 친구는 홀연히 스웨덴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고 나는 그녀를 부러워하기만 했다. 그 후회와 미련이 남아서일까? 나는 더 늦기 전에 유학이란 걸 가고 싶어 졌다.


일단 TOFEL부터 시작하자. 목적이 무엇이 되었든 공부해서 남 주랴.


유학 결심을 하고 해외 유학박람회를 돌아다녔다. 어느 학교를 지원할지 고민을 하며 대학 사이트를 기웃기웃하게 되었을 때, 나는 내가 살아 있음을 느꼈다. 일하는 직장인이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은 자투리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가능한 일이다. 새벽에 조금 일찍 일어나서 잠깐, 모르는 단어는 점심 먹고 쉬는 시간에 잠깐, 시간을 쪼개어 바쁜 하루를 살았지만 평소보다 생동감이 넘친다. 마치 아이들이 잠을 잊은 채 놀이에 집중하는 것과 같다. Reading에서 한 지문당 맞는 문제의 개수가 늘어나면 기분이 좋다. 분명히 외운 단어인데 단어 뜻이 명확하게 기억나지 않으면 짜증이 밀려온다. 그래도 내 맘속에 열정이 불타오르기 시작함을 느낀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쁨인지 하고 싶은 꿈을 이뤘을 때의 희망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렇게 조용히 나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있을 때, 회사에서 오스트리아 주재원 자리가 있어 희망자를 받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고민 없이 바로 메일을 보냈다. 어떤 업무를 하는지 어느 사이트에서 일하는지 묻지도 않고 일단 희망자에 손을 들었다. 남편에게는 이미 퇴사 후 아이들과 스웨덴행을 이야기해뒀기 때문에 상의가 필요없었다.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가장 적절한 자리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게다가 주재원 자리는 항상 미국이나 중국이었다. 유럽은 처음 진행되는 주재원이었고, 내가 목표했던 대학원도 유럽이었기에 나는 고민의 시간 따위 필요 없었다.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가장 큰 위험 부담인 경제적인 지원 창구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 업무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정말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을 아니었지만, 회사 지원으로 유럽에서 살아볼 수 있는 기회는 달콤한 꿀과 같았다. 도전을 위해 위험한 선택을 결심했지만 난 결국 또 안정적인 길을 택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안정적인 선택은 내 삶에 변화를 일으켰고 조금씩 활력이 되어간다. 못 견디게 힘들었던 회사 생활은 그로 인해 인내할 수 있다. 그만두기로 한 결정을 번복하고 2년 동안 내 회사생활이 연장되었지만 어쩌면 내 인생의 또 다른 기록을 써 내려갈 기회가 온 것 같다. 지금부터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에서의 내 삶을 이야기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