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했던 여정의 길 - Part 1

경영 위기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

by 윤마마


나에게 주재원 심의 결과가 발표되는 날, 남편에게는 하반기 인사 조정 중인 시기였다. 나의 심의 결과가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었기에 남편은 휴직계획서를 작성할 수 없었다. 단지 하반기에 아내 해외 발령으로 인해 육아휴직을 "낼 수도 있다"라고 언질을 해두었지만 인사과에서 어떻게 받아들였을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태였다. 심의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나는 급하게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빠르면 세 달 뒤에 해외 발령이 날 것 같다고, 하지만 남편 회사에서는 이미 타지로 발령을 결정하고 공식 발표일만을 기다리는 상태였다. 순식간에 남편에게 스트레스가 휘몰아쳤다. 다행히도 남편이 발령받은 팀의 팀장은 남편과 친분이 있는 상사였고, 남편의 상황을 알고 있는 분이었다.


팀장 : 너 와이프가 해외 파견 나간다고 하지 않았어? 우리 팀으로 발령 났던데?

남편 : 네, 방금 와이프 해외 파견 결정 났다고 연락받았어요. 와이프 회사에서도 결정이 늦어져서 이제야 확정됐네요. 인사팀에는 언질을 주었는데, 결과가 이렇네요. 어쩌죠?

팀장 : 우리 본사 업무하다가 중간에 빠지면 일손 부족할 텐데, 본사 프로젝트는 인력 보충 어려운 거 알잖아.

남편 : 죄송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팀장 : 세 달 뒤에 낼 육아휴직을 지금 내면, 내가 인사팀이랑 협상을 해볼게. 휴직으로 처리하고 다른 인원 투입해야 할 것 같다.


남편의 입장에서 회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남편은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부터 본격적인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한 달의 여름방학의 돌봄을 걱정했던 나는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다. 수입은 줄었지만, 나의 걱정거리도 줄었기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가 덜 했다. 이 기회에 남편이 육아와 집안일에 더 깊숙하게 동참하면 좋지 뭐. 남편은 두 번째 육아 휴직과 더불어 곧 있을 전세자금 만기에 대한 2차 투자 계획까지 세웠고, 재투자에 대한 새로운 부동산 계약서를 체결했다.


오스트리아 비자가 발급될 때까지 각종 서류 업무와 현지와의 소통을 진행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때쯤, 회사 경영 위기로 인해 주재원 심의를 전면 재검토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불과 2개월 만의 번복이다. 회사 경영 위기는 작년 말부터 예정되어 있던 것이고 2개월 전 심의를 뒤엎을 정도로 회사가 미래 예측이 불가했던 것인가.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지 않고 계속 회사를 다녔더라면 우리의 불안이 이렇게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남편은 회사에 이미 번복한 인사 결정이 있었고, 사연을 모르는 직원들에게는 발령 거부로 인한 육아휴직으로 보였기에 미운털이 박힌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했던 우리의 삶이었는데, 회사의 번복으로 주재원 불가로 결정이 된다면 남편의 커리어에는 엄청난 타격이 가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2년 반의 육아 휴직을 무시하고 다시 복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남편은 2년 반동안 백수의 삶을 살아야 한다. 우리는 전세자금의 재투자까지 진행한 상황이라 몇 달 뒤면 노숙자 신세다.


회사에 출근하면 남편에게 하루에 한 번씩 전화가 왔다. 회사 내에 더 업데이트된 사항이 없는지에 대한 확인전화다. 남편의 불안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인사과 팀장, 개발 담당 임원을 찾아가 상황을 설명드렸고 도움을 요청했다. 내 잘못은 아니었지만 나는 집에 가면 죄인이 되어야 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의 안일한 결정으로 인해 나는 남편에게 죄스러운 마음을 지니고 살아야 했다. 회사의 경영진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 경영진의 미래 안목은 2개월도 안 되는 것일까. 그런 회사에 내가 다니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 고민하면서 그들을 이해하려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다 하고 나서 나는 마음을 놓기로 했다. 내가 영향력을 가할 수 없는 일에 고민해 봤자 내 에너지만 쓰일 뿐 바뀌는 것은 없다.


그래도 마음의 걱정은 끝낼 수가 없었다. 이성적으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감성이 그것을 따르지 않는 게 문제였다. 머릿속의 작은 방에서는 항상 그 생각으로 가득 차있었다. 그것은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앞으로 어디서 살아야 하나 하는 불안감에 의한 것이었다. 내가 남편의 커리어를 망쳤다는 죄책감. 앞으로 아이 둘을 데리고 어디 가서 살아야 하나 하는 불안감. 영끌로 진행한 재투자에서 월세살이를 위한 보증금조차 만들기 어려운 내 사정. 그 무게감이 생각보다 깊었나 보다. 겉으로 헤실헤실 웃고 다녔지만 그 무게감이 짓누르는 것을 면하기 어려웠다.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며 가볍게 털어보려 했을 때, 회사에 선배사원 한 분이 이런 제안을 해주셨다.


"이걸 기회 삼아봐. 안정적인 회사생활에 이런 틈이 생겼을 때, 평상시에 해보지 못한 걸 해보는 거야. 여기서 더 최악은 없을 테니. 나라면 중고로 캠핑카를 하나 사서 전국을 돌아다니면 여행을 할 것 같아."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 여기서 더 나빠질게 뭐가 있어. 그냥 다 포기하고 그동안 꿈꾸었던 여행이나 실컷 하지 뭐. 그 제안을 받았을 때 내 어깨를 짓누르는 짐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또 다른 꿈을 찾아 행복 회로를 돌려보자. 해외로 나가서 해볼까? 애들 학교는 어쩌지? 홈스쿨링으로 돌릴까? 그래 나 과외선생님이었잖아. 초등 교과정도야 쉽지.


나만의 방식으로 그 시간을 견디고 남편에게는 절대 그걸 번복할리 없다며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허세를 날렸다. 나만 믿고 따라오라고.


재심의 결과 당일, 담당님으로부터 나의 주재원 자리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기로 했다고 연락을 받았다. 그 소식을 전한 남편은 아주 밝은 목소리로 공인중개사 시험 준비에 전념하겠다고 했다. 인생이 아주 쫄깃하다. 나는 확실히 안정형의 사람인가 보다. 이런 쫄깃함이 반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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