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꼭 얘기하고 싶었던마음속이야기
너희들이 볼펜 한 자루라도 만들어봤냐?
너희들처럼 생산성 없는 공놀이를 하는데도 대접받는 이유는 팬들이 있어서다.
팬들에게 잘해라 - 최희암 농구감독-
벌써 몇 년 째인지 모르겠다. 길이 18m 너비 9m의 직사각형 안에서 공 한 개를 가지고 6명의 선수들이 몸을 던져 공을 받고 올리고 때리며, 3번 안에 상대방 코트로 넘기는 이 공놀이를 보고 즐긴 지 말이다. 최근에는 형편이 많이 나아졌지만, 인기 종목이라는 영예를 누리지 못한 어쩌면 우리만의 인기 종목. 우리만의 슈퍼스타. 다른 이들에게는 종목 자체의 인기보다는 "꽃미남 선수" "김연경" 등의 키워드로 잘 알려진 그 공놀이. 바로 배구다.
"어떻게" "왜 하필" 이냐고 묻는다면, 과연 몇 마디로 이 애증의 스포츠를 설명할 수 있을까.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많고 시끄러운 부분도 많았던 이 종목이 내 마음에 어떻게 들어오고, 왜 사랑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아쉬운 소리를 하면서도 왜 여전히 보고 있는지 설명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 마음을 더 정리해두고 싶었고, 내가 사랑하는 이 스포츠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열정적인지, 그걸 지켜보고 응원하는 이들의 마음은 어떠한지 한 번쯤은 말하고 싶었다. 시즌 때나 비시즌 때나 쉴 새 없이 배구 이야기 만으로도 울고 웃는 "배구 친구들"과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오거나 궁금증을 가져올 수 있을지도 시험해 보고 싶기도 했다.
뜨거웠던 여름의 바람이 식어가고 뉘엿뉘엿 익어가는 벼의 고개가 숙여지는 계절이 다가오면 조금씩 가슴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리웠던 가을바람이다. 조금은 후텁지근한 바람을 맞으며 여름 내내 갑옷처럼 근육을 만들고 실력을 붙이며 새 시즌을 준비해온 그들을 맞이하는 시간. 우리가 다시 '한 팀'으로 달리는 시간. 우리가 이제 한참 달리기 시작할 시간. 수확의 기쁨만큼이나 가을은 우리에게도 너무나 좋은 계절인 것이다. 비록 옆동네 야구의 한국시리즈와 맞물려, 이따금씩 경기시간/중계 시간을 이사하고 다니는 변두리 입지 일지라도 추운 겨울을 누구보다도 뜨겁게 보낼 우리의 시작을 알리는 그 순간이 너무나도 좋다.
10월부터 3월까지. 가을부터 봄까지를 이르는 배구의 계절. 6개월이라는 시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시즌을 준비하고, 시즌을 치르고, 시즌을 마치며 선수들 만큼이나 바쁜 '어디선가 누군가의 팬'의 이야기와 마음을 담고 싶었다. 생산성 하나 없는 공놀이를 보며 울고 웃는 우리들. 그리고 공 하나에 모든 걸 쏟아붓는 그들의 이야기를 말이다.
더욱이 시즌을 앞두고 담금질에 들어갈 지금의 시기가 적기인 것 같았다. 한 번쯤은 꼭 얘기하고 싶었던 마음속 이야기. 그리고 늘 마음속으로 외치는 말 '코트 위에서도 웜업 존에서도 너의 모든 순간을 응원해!'
지금부터 차근차근 마음속 이야기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배구'라는 글자만으로도 두근거리는 이 마음. 우리의 이야기가 어떻게 정리될지 나도 너무나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