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빠지게 기다리는 시간 체육, 특별하고 애틋하고 소중합니다.
등교 첫날, 교육을 받았다. 잔잔하니 좋았다.
다음날부터, 선배 선생님 수업에 참여하여 수업을 들었다. 정말 정신이 없었다.
(아마 누구라 그렇듯 실습을 나가면 처음에는 다 그런 거 같다. 시간이 약이었다. 차차 적응이 되고 조금만 더 둘러보다 보면 나아질 것이다.)
나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운동선수 출신으로 사실 학교 수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잘 몰랐다.
전공 시간에만 배웠고, 교육봉사를 나가서 옆에서 도와주는 것 외에는 수업 자체를 해본 적 없었기 때문이다.
수업을 들어가기 전, 담당 선생님께 자초지종을 사실대로 말씀드리니 괜찮다며 하나하나 짚어가 주시며 정말 꼼꼼히 피드백을 해주셨다. 마치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담당 선생님의 수업을 열심히 참여하며 보고 듣고 배우고 계속 머리를 굴리고 메모가 빠질세라 열심히 적고 또 적었다. 수업에 참여한 지 이틀이 지나고, 사흘째 담당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선생님? 오늘부터 수업이신 거 아시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네!"라고 대답했다.
사전에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가 갑자기 하신 말씀에 다시 여쭤봤다.
"오늘이요?? 오늘부터? 10분 뒤부터요? 다음 주부터 아닌가요?" 다시 되물었다. '어라?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음속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나를 엄습했다.
내 속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담당 선생님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한번 해보세요. 괜찮아요. 아이들이 다 이해합니다. 제가 미리 말해뒀거든요. 솔직히 말하자면 망해도 지금 망해봐야 해요. 나중에 진짜 나가서 망하면 큰일 나요. 하하하하하하."
선생님께서는 웃으셨지만, 나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듯 마음이 급해졌다.
급작스럽게 시작된 수업에서 도대체 나는 어떻게 수업을 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난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오히려 아이들이 나를 잘 이끌어 주었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그날 그 아이들의 환한 웃음소리를 잊지 못하겠다. 준비도 훈련도 안된 왕초보를 위한 마음, 웃음 모든 것이 너무 고마웠다.
엉망진창이었던 나의 첫 수업이었다. 담당 선생님의 피드백의 내용은 엉망이 된 수업의 내용과는 조금 달랐다.
"선생님, 목소리 발성법부터 좀 다듬어보세요. 복식호흡으로요. 조금 더 크게 질러보세요. 갈라지지 않게요. 체육교사는 큰 목소리가 매력포인트입니다! 그리고 제스처를 조금 더 오버해서 크게 보여주세요. 그러면 아이들이 보고 20% 정도 따라 할 겁니다. 잘하는 아이들은 알아서 하고요!
그리고 가장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선생님께서는 일상이지만,
아이들에겐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체육시간입니다.
망한듯한 첫 수업이지만 잘 마무리가 됐으니 신나게 놀고 싶었다. 하지만 내일 또 수업이 있으니 몸도 마음도 돌보기 위해 곧장 집으로 갔다. 사실.. 당시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실 때는 몰랐다. 하지만 그 시간, 오늘 일을 되돌아보며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내내 생각했다. 첫 수업 날이었으니까 이 마음을 조금 더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집에 도착하고, 차분하게 앉아서 처음이라는 그 시간을 되돌아보는 와중에 '소중하다'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다. 득도를 한 것 마냥 아!라는 감탄사가 나온 것을 느꼈다.
지금도 그때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다만 중요한 것은 나는 여전히 이런 생각으로
매일 최선을 다해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순간이었지만, 수업의 큰 무게감을 느꼈다. 동시에 아이들 누구 하나 무시당하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그 순간, 그 시간, 그 사람, 그 공간 모두가 소중하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있어 누군가도 있지만, 누군가 있어 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무엇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그런 소중한 것이었다. 정말 집으로 돌아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이어 잠시 옛날 생각에 조금 슬퍼졌다. 파란만장한 운동선수 시절 힘든 것도 생각이 났고 '못난 나'가 생각했다.
어린 운동선수였던 나는 그저 나만 잘하면 됐었기에 더 특별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큰 오산이었고, 정말 잘못된 생각이었다.
당시 내게 해주신 담당 선생님의 말씀과 첫 수업에서 느낀 소중한 교훈 속에서 나는 나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 하나하나 모두가 소중하고, 그 속에서 사랑을 느끼는 나 자신 또한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 마음을 잊지 못해, 여전히 수업을 하면서 매시간 소홀히 하거나 내가 지친다고 하여 쉬거나 하지 않는다. 내가 소중하다면 누구나 다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