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생실습기
너무 추운 겨울, 나는 2월 수강신청을 마쳤다.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대학교로 가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집에 돌아가기를 반복하며 생활했다.
어느덧, 5월. 갑자기 나의 생활패턴이 송두리째 바뀌게 되었다. 같은 학교이지만, 대학교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일반 중고등학생이 다니는 학교로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이름하여 교. 생. 실. 습.
첫 오리엔테이션은 학생들이 없는 시간 오후에 미리 학교에 방문을 하였다.
그리고 나의 사수이자 담당 선생님과 인사를 나눴다. 선생님께서는 부담 없이 즐겁게 보내라는 짧은 한마디와 함께 자리를 뜨셨다. 너무나 일찍 끝나버린 첫인사에 나와 동기는 동네도 구경할 겸 빙빙 돌아 헤어졌다.
교생이라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시간이 어서 가길 기도했다.
주말이 지나 월요일이 덜컥 와버렸다. 잠을 설친 듯했다. 막상 아침이 오니 마음이 조금은 급해졌다. 분주히 준비를 했다. 오늘부터는 말끔한 정장과 구두 그리고 운동복은 따로 챙겨 다녀야 했다. 보통 나는 안경을 쓰는데, 교생실습 때만큼은 렌즈를 끼고 말끔하게 다니고 싶었다. 머리도 짧게 다듬고, 나름 체육과 학생티를 내려고 했지만, 정장에 백팩을 멘 직장인의 모습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학교에 들어서기 앞서, 명찰이 잘 있는지 확인하고 들어갔다. 내 이름 세 글자가 어찌나 크게 보이던지, 가리고 싶었다.
입구에서 동기와 만나 걸어 들어갔다.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인데, 긴장해서 그런지 걸어 들어가는 길이 정말 길게만 느껴졌다.
한 교실에 모여 앞으로 어떻게 학교생활을 할지 간략히 듣고, 나머지는 교장님, 교무부장님의 교육이 있었다.
쉬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있는 교실 앞은 X학년이었는데, 어느 학생은 덜컥 문을 열고 우리를 쓱 한번 훑어보더니 눈이 마주친 채로 한마디 했다.
와, 진짜 잘생겼네.
(이마저도 순화한 말이었다.)
참으로 놀라웠다. 다들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였다. 당황의 연속이었다.
이게 듣기만 하던 실제 학교의 모습인가... 한 달 동안 나는 정말로 정글에서의 삶을 살아야 하는 건가 싶었다.
다음날, 교육이 끝나 교생은 각자 배정받은 교실에 담당 선생님과 함께 들어갔다. 나는 고학년으로 배정을 받았다. 학생들의 환호화 함께 환영받았다. 선배 선생님께서 내게 나지막하게 한 말씀하셨다.
선생님, 지금부터 딱 한 달간 인생에서 가장 많은 사랑받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
마치 연예인처럼요. 맘껏 누리세요.
학생들도 다 안다는 듯 "맞아요! 선생님~ 지금 맘껏 누리고 가셔요!"라고 이야기를 해 줬다.
이때까지는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다.
다음날의 해가 밝았다. 아침에 동기를 만나 걸어 올라가는 길이었다. 아침 등교부터 아이들과 함께 걸어 들어가게 되었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민망했다. 급기야 도망가는데 쫓아오며 서로 말을 건넸다.
"쌤~ 아이스크림 하나만요! 쌤~ 이거 선물! 쌤~ 제 사랑을 받아주세요!"
아침부터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놀리는 건지 진짜 관심이 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아이들이 옆에서 그렇게 찰싹 붙어있으니, 누가 봐도 '여기 연예인 한 명 지나가요.'라고 붙인 것만 같았다. 매일 이러한 인기를 한가득 안으며 보내다 보니 정말 내가 연예인이라도 된 것처럼 아침부터 숨어다니기도 해보고, 일부로 늦게 집에 돌아가기도 했다.
또 어느 날은 어떤 학생은 전화번호를 건네줬다. 내가 들어가는 반의 한 학생이었다.
쌤 나중에 제가 성인 되면 저랑 연애해요.
라는 선크림 케이스에 빼곡하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며 선물했다. 정말 난감했다.
선물을 받고 난 뒤 버릴 수도 없고 어찌할 바를 몰라 종례시간이 마친 후에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선생님께서는 짧고 간결하게 말씀하셨다.
"한 달만 지나 보세요. 아이들 연락 안 와요. 하하하하하"
걱정했지만, 선생님의 조언 덕분에 마음 편히 보낼 수 있었다.
처음 일주일간은 정신을 못 차렸는데, 시간이 지나니 차츰 선생님께서 교실에서 처음 말씀해주신 것이 떠올랐다. 정말 내 생에 이런 인기를 어디 가서 느껴보겠는가 싶었다.
지금도 여전히 이런 인기를 누릴 수 없다. 교생을 못했다면 못 느꼈을 인기, 그때를 생각하면 어른들의 옛 말이 생각난다.
좋을 때다.